[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최근 국내 증시가 가파른 속도로 하락하면서 반대매매 규모가 8개월여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빚을 내고 주식을 샀지만, 이를 갚지 못해 증권사로부터 강제 처분되는 투자자가 늘고 있는 것이다.
1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위탁매매 미수금 가운데 실제 반대매매가 이뤄진 규모는 302억7천만원으로 집계됐다. 15일 반대매매 규모는 315억6천만원으로 작년 10월 7일(344억2천만원) 이후 8개월여 만에 가장 많았다. 지난달 평균 반대매매금액인 164억원과 비교해서도 90% 이상 증가한 규모다.
미수거래는 개인 투자자가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사고 사흘 후 대금을 갚는 초단기 외상이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외상으로 산주식(미수거래)의 결제 대금을 납입하지 못하면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팔아 채권을 회수하는 것이다.
이달 들어 지난 13일까지 하루 평균 127억∼174억원대였던 반대매매 규모는 14일 260억3천만원으로 껑충 뛰고서 이후 이틀 연속 300억원을 웃돌았다. 이달 15일 이후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비중은 13%를 넘어섰다. 지난달 평균 반대매매비중은 7.35%였다.
코스피가 13일 '검은 월요일'을 시작으로 2,500선까지 내주는 등 증시가 '공포의 한 주'를 보내면서 반대매매 물량이 쏟아졌다. 지난주(13∼17일) 코스피는 5.97%, 코스닥지수는 8.18% 각각 떨어졌다.
반대매매가 많아지면 주식 시장에 매물이 쏟아지면서 증시 자체의 하락 압력도 커진다. 반대매매를 우려하는 투자자들이 주가 급락 시 이른바 '패닉 셀링'(공황 매도)을 하면서 낙폭을 키울 수도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반대매매가 많이 나온다는 것은 담보 부족을 현금으로 메우지 못하고, 자금 조달이 어렵다는 뜻"이라며 "앞으로도 시장이 빠질 때 담보 부족이 반대매매로 연결되는 빈도와 강도는 강해지고, 그러면 매물이 매물을 부르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