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몬에게 제소하는 중국
솔로몬에게 제소하는 중국
  • 홍승희
  • 승인 2003.11.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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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중국의 만주땅 굳히기 작업이 한창이라고 한다. 국제적으로 이미 중국땅이라고 공인받은 터에 새삼 무슨 굳히기냐 싶지만 중국 입장에선 결코 방심하지 않고 역사개조작업부터 착실히 터다지기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미 중국사에서 변방의 자리에 있던 만주역사를 중국사의 중심으로 끌어들이는 작업이 착실히 진행되고 있다. 나아가 고구려사를 중국사의 일부로 확정짓기 위한 국제사회에서의 노력도 치밀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그런 문제로 북한과 중국 사이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마찰이 있다고 들린다. 만주의 고구려 유적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는데 북한이 먼저 나서자 중국이 일단 막고 나선 후 요즘 단장 작업이 한창이라고 한다. 뿐만 아니라 북한에 의해 제기된 세계문화유산 등록작업을 막은 중국이 이제는 자신들이 나서서 등록을 받고자 한다는 것이다.

그런 작업과 아울러 최근에는 북미관계의 핵심적 중재자로 나서는 데서 더 나아가 북한에 경제적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확실히 침을 놓으며 북한을 중국의 영향권 안에 묶어두고자 하는 것이다. 한국사회 내부에서는 한민족이라는 정서적 공감대마저 흐리고자 하는 시도들이 일고 있는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실상 지난 50여년간 북한은 한민족으로서의 동질성보다는 중국과 러시아라는 양대 강국의 손을 잡은 사회주의권에서 자기정체성을 찾아왔다. 주체사상이라는 것이 민족을 이념보다 앞세웠다고는 하지만 반공, 승공에서 나아가 멸공을 국가적 기치로 내건 남한과의 관계에서 민족정체성을 공유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남한 사회에서는 6.25의 기억을 대물림시키며 ‘은인 미국’을 불변하는 후견인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가 여전하니 북한을 감성적으로조차 한민족으로 받아들이기 힘겨워했다.

그런 골깊은 갈등을 간신히 극복하며 6.15남북공동선언을 이끌어냈다. 그러나 북한은 여전히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상황을 탈피하지 못했고 남한 정부는 그런 북한을 효과적으로 도와주지 못한채 내부 갈등에 치어 종종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물론 경제협력관계는 정치적 상황의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워지는 경향을 보이지만 아직 온전한 시스템의 뒷받침을 받고 있지는 못하다. 그나마 경제협력이 남북한 관계가 경색될 순간 순간에도 숨통을 틔어주는 것을 다행이라 여길 뿐이다.

냉정하게 따져봐서 남북관계의 개선없이 한국사회에 희망이 있는가. 한마디로 남북관계의 개선없이 한국사회가 현재의 경제적 난관을 극복하고 사회적 침체를 극복해나갈 탈출구는 없다. 요즘 이라크 파병을 둘러싸고 과거 베트남전 당시에 누렸던 경제적 특수를 누릴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솔솔 자라는 모양이지만 이건 한마디로 환상이다. 미국 입장에서 이라크는 제2의 베트남이 될 지 모르지만 한국 입장에서 이라크는 또다른 베트남이 될 수 없다.

지금 한국사회의 미래를 두고 청사진 그리기에 한창이다. 그러나 그 어떤 청사진도 현재의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남과 북이 하나의 경제블럭으로 묶이지 않는 한 실천되기 어렵다. 동북아 금융 허브를 꿈꾸든 시베리아 횡단철도를 그리든 북한을 한단위로 묶지 않고 이루어낼 것은 없다.

우리는 당장 이처럼 코앞에 닥친 현실 하나 극복하지 못하고 허우적대는데 중국은 이미 남북한이 통일됐을 경우까지를 상정하고 지금 만주땅 굳히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그리고 북한이 중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는 속도를 늦추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우리가 공통점보다 상이점에 초점을 맞추며 갈등을 증폭시켜갈 때 중국은 실낱같은 공통점이라도 놓치지 않고 품어안기 위해 바삐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어느 면에서 지금 중국은 죽은 제자식 대신 남의 자식을 제자식이라고 우기며 솔로몬 왕 앞에서 가짜 어미의 모습이지만 우리가 진짜 어미와 같은 진정성을 갖고 있지 못하다면 자식도 빼앗기고 처벌도 면치 못하는 처지가 되고 말 것이다.

정치권이야 어느 사회에서나 매양 권력싸움에 날이 새고 지는 게 다반사라지만 적어도 기업을 중심으로 한 경제주체들은 달라야 한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은 그동안 정치권력에 업혀 성장하는데 너무 익숙해졌고 아직도 그 달콤한 추억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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