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1분기 '깜짝 소비' 휴대폰 때문? 한은 진단 '도마 위에'
[초점] 1분기 '깜짝 소비' 휴대폰 때문? 한은 진단 '도마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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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기 민간소비 0.8% 성장···"휴대폰 출시, 외부활동 등 영향"
통계지표는 정반대, 한은도 '갈팡질팡'···"소비회복 체감 안돼"
서울 명동 거리에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명동 거리에 사람들이 북적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양호한 기상 여건, 정부 이전지출의 조기 집행, 휴대폰 신제품의 조기 출시 등으로 소비가 예상보다 개선됐다."

지난 23일 통화정책방향 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분기 민간소비의 깜짝 성장세에 대해 답변한 내용이다.

다만 해당 발언만으론 깜짝 성장세를 온전히 설명하긴 어렵다. 특히 콕 집어 언급한 휴대폰(갤럭시 S24) 출시 효과의 경우 소비 부양에 긍정적임이 분명하나, 규모 측면에서 다소 미흡하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선 한은이 소비 호조의 명확한 원인을 여지껏 찾지 못하고 있단 비판도 나온다.

지난달 한은이 발표한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민간소비 성장률(전분기 대비)이 0.8%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 3분기(1.6%) 이후 최고치로, 지난해 3~4분기 수준(0.2~0.3%)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란 시장 예상을 크게 뛰어넘었다.

그 결과 성장 기여도도 0.1%포인트(p)에서 0.4%p로 크게 확대되면서, 수출과 함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서프라이즈를 견인한 핵심 요인으로 부상했다.

이 같은 성장세에 한은은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올해 초 한은은 '최근 민간소비 흐름 평가 및 향후 여건 점검' 보고서를 통해 "작년 4분기 들어 민간소비 회복 동력이 약화됐으며, 향후 회복속도도 예상보다 더딜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이를 뒷받침하듯 한은은 지난 2월 경제전망 당시 올해 연간 민간소비 성장률을 기존 1.9%에서 1.6%로 하향 조정했지만, 불과 3개월 만에 다시 1.8%로 상향한 상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3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결국 이창용 총재는 지난주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휴대폰 출시에 소비를 끌어 쓴 부분이 있고, 날씨 효과도 있다"며 "특히 정부의 이전지출이 많이 늘어나서 소비에 영향을 줬다. 다만 정부의 재정지출 자료가 늦게 전달되는 부분이 있어, (해당 요인을) 좀 놓친 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한은에서 언급한 요인만으론 민간소비의 급등을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통계청의 소매판매 지표와 맞지 않는다.

통계청의 '산업활동동향'내 월별 소매판매 상승률(전월 대비)을 보면 △1월(0.8%) △2월(-3.1%) △3월(1.6%) 등으로 나타났으며, 1분기 소매판매액지수는 103.1(2020=100, 계절조정기준)로 전분기 대비 0.2% 감소했다.

한은의 언급대로 휴대폰이 포함된 통신기기·컴퓨터 부문과 의복의 판매지수가 각각 5.6%, 3.1%씩 증가했음에도, 승용차 등 내구재와 음식료품 등 일부 비내구재가 감소세를 보인 영향이다. 단순 재화로만 보면 민간소비는 오히려 줄었다.

휴대폰 신제품 출시로 인한 소비 부양 정도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휴대폰이 포함된 통신기기 및 컴퓨터 판매액(경상기준)은 1분기 기준 7조8591억원으로, 전체 판매액의 5%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또한 전년 동기 대비로 보면, 통신기기·컴퓨터 판매액은 지난해 4분기 8%나 증가한 반면, 올해 1분기는 보합(0%)을 기록했다. 통계 구분상 휴대폰 외 여러 품목이 포함됐음을 감안해도, 휴대폰 출시를 통한 소비 진작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오히려 소비호조의 원인은 서비스업 쪽이 커 보인다. 통상 통계청의 소매판매 지표는 재화 부분에 대한 소비동향만을 나타내, 서비스업 등의 소비가 반영되지 않는다.

현재 서비스 소비 관련 지표는 공시된 바가 없다. 다만 1분기 서비스업 생산을 보면 전분기 대비 0.8%나 증가하며, 4분기 증가율(0.3%)을 크게 웃돌았다. 한은 관계자 역시 "서비스업 생산의 경우 소비와 1대 1로 매칭된다고 볼 순 없지만, 상대적으로 소비와 연결되는 측면이 크다"고 설명키도 했다.

문제는 이 총재가 언급한 "야외활동 증가로 인한 외부활동 증가"라는 대목이다. 해당 요인이 주로 적용되는 숙박·음식점업의 생산지수는 1.3% 증가에 그쳤으며, 예술·여가 관련 생산지수는 오히려 2.7% 감소했다. 두 부문의 가중치가 각각 49.3, 18.1(총지수 1000)로 다소 낮다는 점도 걸린다.

오히려 가중치가 높은 금융·보험업(174.9)의 생산지수가 4.8%나 증가하며 서비스 생산의 호조를 이끌었다. 해당 측면에서 외부활동 증가가 원인이라는 한은의 해석이 적절하지 않을 수도 있단 지적이다.

현재 시장 관계자들은 한은이 언급한 요인 중 정부의 이전지출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 올해 1분기 정부 총지출 규모는 212조2000억원으로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다. 특히 3월에만 85조원 넘게 집행하며 월간 최고치를 경신했던 만큼, 소비 진작 효과 측면에서 이쪽이 좀 더 신빙성이 있어 보인다.

기저효과 역시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민간소비 성장률을 살펴보면 1분기(0.6%) 이후 △2분기(-0.1%) △3분기(0.3%) △4분기(0.2%) 등이다. 지난해 소비 성장세가 미약했던 만큼, 1분기 소비 회복세가 부각됐다는 진단이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에서 휴대폰 출시 효과와 이전지출을 같은 선상에서 언급했지만, 소비 진작 측면에서 후자의 가중치가 훨씬 클 것"이라며 "오히려 억눌렸던 소비가 금리 하락 등의 영향으로 회복됐다는 단순한 해석이 오히려 적절할 수 있다. 한은 역시 소비 호조의 명확한 원인을 찾지 못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장의 눈은 다음달 5일 예정된 1분기 GDP 잠정치 발표에 쏠리고 있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경우 GDP 속보치와 잠정치의 갭이 크지 않아, 성장률 자체는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품목별로 어느 부분에서 성장했는지를 조금 더 알 수 있을 것이다. 세부 데이터가 나오면 소비호조의 원인이 보다 명확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신지영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매월 통계청의 소매판매 지표를 봤지만 눈에 띄는 반등 흐름이 보이지 않았다"며 "집계방식의 차이는 있겠지만 통계청의 지표 방향성과 국민계정에서 나타나는 부분이 맞지 않다는 건 체감되는 소비의 회복이 없다는 것이다. 정말 소비가 회복된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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