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시형 기자] 국내 제조분야 대기업 10곳 중 3곳이 글로벌 수요 기업으로부터 제품 생산과정에서 재생에너지의 사용을 직·간접적으로 요구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 제조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국내 제조기업의 RE100 참여 현황과 정책과제'를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14.7%가 글로벌 수요기업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았다'고 답했다.
대기업은 28.8%, 중견기업은 9.5%가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글로벌 수요기업으로부터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받은 시점은 '2030년 이후'가 38.1%로 가장 많았다. 이보다 이른 '2025년까지'는 33.3%, 2026~2030년'도 9.5%로 나타나 대응이 시급한 상황이다.
RE100은 2050년까지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자는 민간의 자발적 캠페인이다. 애플, 구글, BMW 등 379개 들로벌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SK 7개사, 현대자동차, LG에너지솔루션 등 22개사가 RE100에 가입했으며 삼성전자는 가입을 추진 중이다.
RE100 캠페인은 자체 구속력이 없지만, 참여 글로벌 기업들이 공급망 내 협력사들에게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면서 관련 국내 기업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확보를 위한 노력을 시작하고 있다.
2021년 글로벌 RE100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RE100 캠페인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들 중 77개사는 공급망에서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을 위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RE100 도입에 비용 부담(35.0%), 관련제도·인프라 미흡(23.7%), 정보부족(23.1%), 전문인력 부족(17.4%) 등 문제로 어려움을 호소했다.
RE100을 이행하려면 직접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짓거나 녹색프리미엄제도를 통해 웃돈을 주고 재생에너지 전력 혹은 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REC)를 구매해야 한다. 국내의 경우 이 같은 전력 조달방식 비용이 유럽의 1.5배~2배 높은 수준이다.
대한상의는 근본적인 문제로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량 부족을 지적햇다.
지난해 국내 전력다소비 기업 상위 30개사 대상 한전의 전력판매 실적을 살펴보면 국내 전력 소비 상위 5개 기업은 47.7테라와트시(TWh), 30개 기업은 102.9TWh의 전력을 소비했다. 반면 국내 전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43.1TWh에 그쳤다.
한국에너지공단이 실시한 '신재생에너지보급실적조사'에 따르면 2020년 우리나라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7.43%로 OECD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며, OECD 평균인 약 30%에도 한참 못 미친다.
기업들은 정부에 RE100 참여를 위한 정책과제로 '경제적 인센티브 확대'(25.1%)를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재생에너지 구매를 온실가스 감축실적으로 인정'(23.2%), '재생에너지 전력인프라 확대'(19.8%), '재생에너지 사업자 매칭 컨설팅 지원'(16.5%) 순으로 조사됐다.
대한상의는 이를 바탕으로 △PPA 주민참여형 사업에 인센티브 제공 △녹색요금제 구매시 부가비용 면제 △공공주도 재생에너지 대형사업에 민간기업 참여 확대 △PPA 부가비용 최소화 등 6개 정책 지원과제를 제안했다.
국내 재생에너지여건을 고려해 RE100 대신 CF100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는 등답기업의 62.2%가 국내 현실을 고려해 필요하다고 응답했고, 37.8%는 실효성이 없다고 답했다.
CF100(24/7 Carbon-Free Energy)은 24시간 일주일 내내 사용하는 전력의 100%를 태양광, 풍력, 원자력발전 등 무탄소 에너지원으로 공급받아 사용하자는 캠페인이다. 탄소를 발생시키지 않는 원전과 연료전지 등도 포함된다. 현재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70여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김녹영 대한상의 탄소중립센터장은 "해외 수요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수준이 높아지면서 국내 기업의 중소·중견기업 협력사까지 재생에너지 사용 요구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현재 RE100에 참여하고 있는 국내 기업의 협력사가 1만개 이상으로 파악되는 만큼 대기업 뿐만 아니라 중소·중견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증가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