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강원도 레고랜드’ 사태 후폭풍이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미쳤다.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주와 증권주가 연일 하락하더니 무더기로 신저가를 경신했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람코에너지리츠, ESR켄달스퀘어리츠, SK리츠, NH올원리츠 등 무려 13개 리츠가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전체 21개 상장리츠 가운데 61%가 무더기 신저가를 기록한 셈이다. 리츠주는 지난 18일에도 12개 종목이 한꺼번에 신저가까지 주저앉은바 있다.
‘레고랜드 사태’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화 우려가 증폭되면서 투자 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모습이다.
리츠는 투자자로부터 모은 자금을 부동산에 투자해 임대 수익과 부동산 가격 상승 등으로 얻은 이익을 배당으로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상품이다. 배당가능 이익의 90% 이상을 의무적으로 주주들에게 배당해야 해서 인플레이션 헤지(위험 회피) 수단으로도 활용된다. 대출 금리가 크게 상승하면 그만큼 배당 매력도 줄어든다.
이처럼 리츠주들이 무더기 신저가를 기록한 이유는 레고랜드 건설을 위해 발행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이 부도 처리되며 그 파장이 부동산 대출시장으로 번졌고 이로인해 투자심리가 급격히 냉각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로 올린 것도 리츠 주가 하락의 요인으로 꼽힌다.
기준금리 인상과 대출금리 인상에 이어 최근 시중은행들이 잇달아 연 5% 금리에 육박하는 예금상품을 내놓으면서 리츠 투자 매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 저축은행은 이미 연 5%가 넘는 예금 금리 상품을 내놓고 있다. 리츠의 배당수익률은 여전히 연 6~8%로 예금상품보다 높지만, 투자자는 주가 하락으로 나는 손실도 부담해야 한다.
리츠 투자 심리가 급격히 악화되면서 리츠 상장을 준비하던 운용사들도 최근 일정을 미루고 있다. 대신자산신탁은 올해중으로 예정됐던 대신글로벌코어리츠의 상장을 연기하기로 했다. 한화자산운용도 한화리츠 상장 일정을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경자 삼성증권 연구원은 “레고랜드 ABCP 상환 실패는 부동산 PF 시장 리스크를 확대하며 채권과 부동산 대출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레고랜드 사태로 부동산 거래에 필요한 대출 시장이 위축되고 차입금리가 급등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PF에 얽힌 증권사들의 재무건전성 우려가 제기되면서 증권주의 낙폭도 커졌다.
이날 현대차증권, NH투자증권, 한양증권, 부국증권, 다올투자증권, DB금융투자 등 다수의 증권사 주가가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다올투자증권(-9.10%), 키움증권(-8.26%), 유진투자증권(-7.27%) 등 증권주들은 전거래일에도 낙폭이 컸다.
증권사들은 연초부터 이어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강도 높은 긴축으로 실적이 전년 대비 부진한 상황이었다. 여기에 강원도 레고랜드 ABCP 부도 사태로 PF 대출 부실화까지 겹치며 증권사에 대한 우려를 키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