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호성 기자] 최근 3년간 회사채 유찰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던 한국전력이 레고랜드 사태 이후 투자자를 모집하지 못해 회사채를 발행하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국내 채권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에 차질이 발생하자, 한전은 해외에서의 채권 발행 및 은행권으로부터 대출을 검토중이다.
6일 한전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의원실에 제출한 '회사채 유찰분석' 자료에 따르면 한전은 "레고랜드 사태로 금융시장이 급격히 경색되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돼 채권 발행 예정량을 채우지 못한 사례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한전이 회사채 유찰 이유를 명시적으로 밝힌 건 처음이다.
한전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인 지난달 17~26일 네 차례에 걸쳐 1조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려고 했지만 응찰액이 9200억원에 그쳤고 5900억원어치 채권만 발행됐다.
지난달 17일에는 4000억원의 회사채를 발행하려 했지만 3천400억원의 응찰을 받았고 결국 2800억원어치만 발행했다. 20일에도 목표 물량(4000억원)보다 적은 3000억원의 응찰을 받아 1700억원만 발행했고, 25일에도 2000억원의 발행 예정 물량 중 800억원만 발행했다. 26일에는 2000억원의 목표 물량에 800억원의 응찰을 받는 데 그쳤다. 결국 최종적으로 600억원어치 회사채만 발행됐다.
레고랜드 이전까지 약 3년간 한전채가 유찰된 사례는 단 한 건도 없었다. 한전채는 정부가 지급보증하는 AAA급 초우량 채권인데다 금리도 높아 매번 응찰액이 발행예정액을 넘어섰다.
연도별로 보면 2020년에는 3조6000억원의 한전채 입찰에 2.7배에 달하는 9조8400억원의 자금이 몰렸고, 지난해에는 10조7500억원 발행에 응찰액은 2.3배 규모인 24조5000억원에 달했다.
그러나 올해는 24조5500억원 규모의 한전채 발행에 응찰액은 1.8배 수준(44조6천억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레고랜드 사태 이후로는 유찰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회사채 금리가 6%에 육박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내 채권 시장에서의 자금 조달은 벽에 부딪힌 수준이라는 평가다.
다만 초우량 공사채가 유찰되는 공기업은 한전만이 아니다. 한국가스공사와 한국수력원자력도 지난달 24일 각각 2000억원과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려 했으나 전액 유찰됐다.
한전은 "레고랜드 사태 이후 가스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등 공사채 전체 유찰이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한전은 해외채권 추가 발행을 위해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진행하는 한편 은행차입을 확대해 차입 재원을 다변화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정부와 여당은 한전채 발행 한도를 5배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