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 D-2] 美 CPI·환율 진정세에···한은 '베이비스텝' 밟나
[금통위 D-2] 美 CPI·환율 진정세에···한은 '베이비스텝' 밟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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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금리인상 속도조절 가능성 등에 '0.25%p 인상' 무게
한미 금리차 확대 우려 여전···빅스텝 가능성도 배제 못해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월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월 12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이틀 앞둔 가운데, 한은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할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이 크게 둔화되면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ed·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완화될 것이란 전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특히 한은 금통위의 고민거리였던 원·달러 환율이 1300원 중반대에서 진정세를 보이면서, 금리인상 속도 조절 가능성에 청신호가 켜졌다. 다만 5.7%로 확대된 물가상승률과 급격히 벌어질 한미 금리차 등을 고려하면 빅스텝(0.5%포인트 인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한은은 지난해 8월부터 올해 10월까지 기준금리를 총 여덟 차례 인상했으며, 이 가운데 7월과 10월엔 빅스텝을 단행했다. 그 결과 기준금리는 지난해 7월 0.5%에서 현재 3%까지 폭등하는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美연준 금리인상 속도조절론, 베이비스텝 가능성 높아져

이번 베이비스텝(0.25%p 금리 인상) 전망의 핵심 근거는 미 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조절론이다. 미 연준의 고강도 긴축을 정당화시켜준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10월 들어 7.7%로 크게 둔화됐기 때문이다.

미 연준은 올해 3월부터 11월까지 0~0.25%였던 기준금리를 4%까지 급격히 끌어올렸지만, 인플레이션 우려가 일부 해소되자 긴축 속도를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달 '빅스텝(0.5%p 금리 인상)' 핵심 근거로 작용한 원·달러 환율이 최근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베이비스텝 가능성을 지지한다.

올 들어 원·달러 환율은 기록적 상승세를 보이며 지난 9월 말 이후 1400원대 초중반까지 치솟았고, 이를 방어하고자 9월 한달 동안 외환보유액이 196억6000만달러 가량 감소하는 사태까지 발생한다. 그러나 10월 미 CPI 직후 하루 새 60원 가량 하락하며 현재 1300원 중반대로 안정화된 상태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10월 금통위 이후 미 연준의 정책금리 속도 조절 기대가 강화됐다. 환율 또한 1300원대로 떨어진 점을 고려하면, 한은도 추가 빅스텝으로 금융불안을 높이기 보다 베이비스텝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이어 안 연구원은 "최근 유동성 경색 우려가 높아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국내 물가 또한 여전히 피크아웃과 하락속도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유동성 경색 우려에 대응해 금융당국의 정책이 지원되며 시장심리가 일부 안정됐다. 이를 감안할 때, 추가 빅스텝은 부담스럽더라도 추가 인상 기조는 유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부진한 경제성장률 역시 베이비스텝을 지지하는 재료다. 한은은 지난 8월 금통위에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7%에서 2.6%로 0.1%포인트 낮춘 바 있다. 그러나 지난달까지 7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이어지면서, 이번 금통위에도 하향 조정이 불가피해 보인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수출경기가 빠르게 둔화되면서, 내년 성장률 전망은 1.8% 수준까지 낮아졌다. 내년 CPI 전망치도 하향 조정될 것"이라며 "이를 감안하면 이번 금통위에서의 메시지가 매파적이기는 어려워 보인다. 0.25%포인트 인상을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한미 금리차 여전히 '부담'···연말 최대 1.25%p까지 확대

금융권 일각에서는 한은이 베이비스텝을 밟으면서도, 동시에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스탠스를 고수할 것으로 전망한다.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내년 추가 금리 인상을 언급하거나, 최종금리 수준을 상향 조정하는 등의 방안이 예상된다.

해당 전망의 주요인은 한·미 금리차 확대다. 12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미 연준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것이 유력해졌기 때문이다. 11월 금통위에서 0.25%포인트 인상 시 한·미 금리차는 12월 기준 1.25%포인트에 달하게 된다.

더 높은 수익률을 추종하는 자본의 특성상 1%포인트를 상회하는 금리차는 외국인 자본의 대규모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 금통위에서 금리 인상폭이 0.25%포인트에 그치겠지만, 향후 경기상황 등에 따라 추가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는 뜻을 시장에 내비칠 것으로 보인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그간 국내 경기나 금융시장에 부담을 가중시키면서도 빅스텝을 밟았던 것은 환율 때문이었다"며 "환율 문제가 완화되면서 긴축의 보폭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이 득세할 순 있지만, 이는 환율 안정성을 주춤거리게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결국 한·미 금리차와 미 연준 위원들의 매파적 발언 등을 고려 시 빅스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며 "달러화 하락에 따른 환율 부담 경감 등을 고려하면 실제 결정은 0.25%포인트 인상이겠지만, 투표권이 있다면 0.5%포인트로 의견을 내고 싶다"고 첨언했다.

◆ 점증하는 경기침체 우려

그럼에도 금통위가 빅스텝보다 베이비스텝을 밟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반응이다. 물가 급등세가 꺾인데다 치솟던 원·달러 환율이 진정되는 등 금리정책에 속도조절을 할 수 있는 숨통이 틔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내년엔 물가보다 경기침체를 더 우려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도 베이비 스텝에 무게를 두는 이유다. 

실제로 22일 금융투자협회가 발표한 '12월 채권시장지표'에 따르면 채권 전문가 70%가 오는 24일 열리는 11월 한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반면 0.5%포인트 인상을 예상한 전문가는 29%에 그쳤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 역시 "한은의 가장 중요한 통화정책 목표는 연준과 마찬가지로 물가 통제며, 한국의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라며 "지난 1970년대 연준이 물가 상승에도 경기 침체를 우려해 금리를 인하하는 실수를 범한 바 있다. 이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은은 매파적 스탠스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11월 금통위는 일부 금통위원의 결정에 따라 소수 의견이 제시될 수 있지만, 0.25%포인트 인상은 기정사실"이라며 "다만 11월 FOMC에서 볼 수 있듯, 한은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매파적 스탠스를 보일 것이며, 그 결과 국고채 금리는 반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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