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가담 중개사·감정평가사 1회 처벌시 자격취소 '원스트라이크 아웃'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올해 5월부터 전세보증금이 집값의 90% 이하인 주택만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다. 집값이 3억원이라면 지금은 전세금이 3억원이어도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지만, 앞으로는 2억7000만원 이하여야 가입이 허용되는 것이다.
집값과 같은 가격에 전세를 들이는 무자본 갭투자 방식으로 주택 수백·수천 채를 사들인 뒤 보증금을 떼먹는 '빌라왕'들의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서다.
국토교통부는 2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전세사기 예방 및 피해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전세금 보증보험 가입 대상을 전세가율(집값 대비 전세보증금 비율) 100%에서 90%로 낮추는 것이다.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연립·다세대주택의 전세가율은 2013년 70%, 2014년 80%에서 2017년 2월부터 100%까지 높아졌다. 그러자 보증보험에 가입되니 안심하라며 세입자와 높은 가격에 전세 계약을 맺은 뒤 보증금을 빼돌리는 일이 잇따랐다. 보증보험을 악용한 전세 사기다.
정부는 전세가율을 90%로 낮춘다면 3억원짜리 집에 3억원 전세를 들이는 '동시진행' 수법으로 빌라 수천채를 매집하는 전세사기꾼이 활개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주택 1139채를 보유하다 사망한 '빌라왕' 김모 씨 소유 주택들의 전세가율은 평균 98%다. 전세가율 90% 기준을 적용한다면 김씨 소유 주택 대부분은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없다. 지난해 기준으로 보증보험에 가입된 주택 23만7800건 중 전세가율이 90%를 넘는 집은 5만7200호로, 전체의 24%를 차지한다.
전세가율 90% 기준은 신규 전세계약에 대해선 올해 5월 1일부터 적용된다. 보증보험에 이미 가입해 보증을 갱신해야 하는 세입자들은 올해 12월 말까지는 100% 기준을 적용받을 수 있다.
정부는 대신 건전한 전세 계약이 보호받을 수 있도록 HUG의 보증 여력을 확충하기로 했다. 보증보험 상품 가입이 중단되지 않도록 정부 출자를 통해 HUG 자본을 확충하고 보증 배수를 높일 계획이다.
또 보증료 할인 대상을 연소득 4000만원 이하에서 5000만원 이하로, 할인 폭은 50%에서 60%로 확대한다.
보증보험 가입 심사 때는 공시가격과 실거래가가 없는 경우에만 감정평가 가격을 적용하기로 했다. 전세가율 산정 때 감정가를 가장 먼저 적용한다는 점을 악용해, 일부 감정평가사들이 임대인과 짜고 시세를 부풀렸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등록임대사업자가 보증보험 가입 의무를 지키고 있는지는 더 촘촘하게 관리하기로 했다.
법 개정으로 2021년 8월부터 모든 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됐지만 말로만 의무 가입 대상자라며 세입자를 안심시킨 뒤 실제 가입하지 않은 사례가 다수 확인됐기 때문이다.
정부는 임차인이 거주하고 있는 주택의 경우, 임대인이 보증보험에 가입해야만 민간임대주택으로 등록해줘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공실은 민간임대주택 등록 후 보증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되, 미가입 때는 임차인에게 통보해 계약을 해지하고 위약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 이를 위해선 법 개정이 필요하다.
일부 공인중개사와 감정평가사가 조직적인 전세 사기에 가담한 것으로 드러난 만큼 처벌도 강화한다. 현재 공인중개사는 직무위반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만 자격이 취소된다. 앞으로는 집행유예를 받아도 취소되도록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를 도입한다.
이와 함께 공인중개사들에게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을 준다. 앞으로 중개사들은 임대인의 세금, 이자 체납 등 신용정보와 주택의 선순위 권리관계, 전입세대 열람을 할 수 있게 된다. 전세가율과 전세보증 상품에 대해선 임차인에게 의무적으로 안내해야 한다.
일부 중개보조원들이 전세 사기에 적극 가담한 사례도 드러난 만큼, 지금까지는 자유롭게 채용할 수 있었던 중개보조원을 중개사 인원만큼(중개사 1인이 보조원 3인까지 채용) 제한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감정평가사는 지금은 집행유예를 포함한 금고형을 2회 받아야 자격이 취소되지만, 법을 고쳐 금고형을 1회만 받아도 자격이 취소되도록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