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결제리스크 확대···경쟁력 악화 우려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지난해 무산됐던 종합지급결제업(종지업) 논의가 재점화되면서 카드사들의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수수료율 인하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된 만큼, 새로운 먹거리가 열렸다는 분위기다. 반면 강도 높은 규제가 적용되며 실질적 혜택은 크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난 2일 금융위원회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실무작업반 제1차 회의'를 통해 은행과 비은행권간 경쟁 촉진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해당 안은 카드·보험사 종지업 허용, 증권사의 법인 지급결제계좌 허용, 비은행 정책모기지 확대 등을 골자로 한다.
종지업이란 간편결제·송금 외에도 모든 전자금융업무를 영위하는 사업을 뜻한다. 은행을 비롯한 일부 업권만 보유한 계좌발급 권한을 부여받아 급여이체, 대금·보험료 납입 등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다.
카드업권은 종지업 허용에 대해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카드사 독자 계좌개설이 가능해지면, 은행을 거치지 않고 지급결제 업무를 영위할 수 있게 된다. 수수료가 절감될 뿐만 아니라, 비금융 사업자의 제휴가 용이해져 서비스 영역도 확대될 수 있다.
해당 계좌는 지급결제 목적으로 용도가 한정되는 만큼, 카드사 입장에서 마일리지나 리워드 등을 통해 기존 은행들과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고객 혜택과 선택권이 늘어나게 되며, 은행 계좌가 필요 없는 만큼 고객편익 제고로도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지난해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로 본업경쟁력이 약화된 카드사는 종지업 허용을 크게 반기는 분위기다. 향후 오픈뱅킹 등에 참여할 경우 기존 금융권 내 자금이동뿐만 아니라, 기존 금융사와의 협업도 활성화될 예정이다. 금산분리 논의가 함께 진행될 경우에는 유통기업, 전자상거래 등 비금융 업권과의 제휴를 통한 새로운 수익 모델 창출에 용이해진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 입장에서 지급계좌 개설이 가능해지면 월간 활성 사용자수(MAU) 증가, 수수료 절감, 비금융 업권과의 제휴 편의성 등의 이점이 발생한다"며 "이를 바탕으로 고객 혜택을 확대할 수 있고, 마이데이터 등과 결합할 경우 새로운 수익모델 탐색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반면, 이번 종지업 논의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초 종지업 허용은 지난 2020년 전자금융거래법(전금법) 개정안 논의 때부터 나왔으나, 한국은행과 은행권 등의 반대로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당시 은행권과 은행 노조 측은 은행 고유 영역을 침범한다고 반대한 바 있다. 특히 지급결제 참여 과정에서 망 이용료, 결제 시스템 구축 비용 등이 발생할 경우 그 여파가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예금보호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지급결제계좌의 특성상 소비자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높았다. 특히 지난해 고금리 기조 속 카드사 연체율이 크게 상승한 가운데, 은행 대비 건전성 관리 능력이 미흡한 카드업권의 역할이 확대될수록 결제 리스크도 높아질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한 금융관계자는 "이번 논의는 카드사 수익제고가 아닌 은행 과점형태 해소에 목적이 있다. 고객 피해 등을 고려하면 사실상 당국이 열어줄 수 있는 업무영역이 제한적일 것"이라며 "종지업 허용이 빅테크에 보다 유리하다는 점도 카드사엔 마이너스다. 금산분리 완화가 병행되지 않으면, 오히려 카드사 경쟁력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