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선두' 엔씨소프트, 가족경영·연장근로 또 '도마'
'ESG 선두' 엔씨소프트, 가족경영·연장근로 또 '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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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소프트 노조 "불법 연장근로, 권고사직·대기발령 인사도 문제"
엔씨소프트 사옥. (사진=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 사옥. (사진=엔씨소프트)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국내 게임사 최초로 '2022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에 편입되는 등 국내외 평가기업으로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선두 기업'으로 주목받던 엔씨소프트가 '가족경영' 논란에 휩싸였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민주노총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조를 통해 정식 출범한 엔씨소프트 노조 '우주 정복'은 노조 구성을 위해 사측과 단체 교섭을 준비하고 있다.

출범 당시 송가람 엔씨소프트 노조 지회장은 "엔씨소프트의 핵심 가치인 도전 정신, 열정, 진정성이 '가족 경영에 기반을 둔 수직적, 관료적 문화'로 훼손됐다"며 "임원 중심의 관료적 조직문화와 만연한 불법 연장근로, 권고사직과 대기발령 등이 문제"라고 주장했다.

엔씨소프트의 가족 경영 문제가 지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지난달 29일 엔씨소프트 주주총회에 참석해 "엔씨웨스트홀딩스가 7년씩이나 적자를 기록했지만, 엔씨소프트는 엔씨웨스트홀딩스를 이끄는 윤송이 사장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엔씨웨스트홀딩스는 지난 2012년 설립돼 미국·유럽 사업 부문을 맡고 있는 엔씨소프트의 자회사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부인인 윤송이 엔씨소프트 글로벌 최고전략책임자(사장)가 대표를 맡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2015년 윤 사장의 CEO 선임 이후 6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고, 2021년 흑자 전환 후 지난해 다시 적자로 전환했다.

이에 따라 엔씨웨스트홀딩스는 지난 2월 비개발 직군을 중심으로 전체 직원의 20%를 해고했다.

김 대표의 동생인 김택헌 수석부사장 역시 엔터테인먼트 자회사 '클렙'을 이끌며 팬덤 플랫폼 '유니버스'를 출시했으나, 부족한 점유율로 올해 초 SM엔터테인먼트 계열사 '디어유'에 플랫폼을 매각했다.

그럼에도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김 수석부사장에게 57억3800만원의 보수를 지급하고, 올해 설립한 엔씨아메리카LLC 대표로 선임했다.

송 지회장은 "회사는 불안정한 시장 상황을 얘기하며 연봉 인상 요구를 잠재우지만, 그 와중에도 김 대표는 지난해 124억원에 이르는 보수를 받았다"며 "경영에 참여하는 김 대표의 친족들도 담당 사업의 부진한 실적에 책임을 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또 암암리에 종용되는 추가 연장근로 등 불법 노동행위, 권고사직과 대기발령 등 인사문제도 지적했다.

송 지회장은 "개발 프로젝트가 중간에 멈출 경우 데브팀으로 발령이 나는데, 사실상 회사 직원으로 보지 않는다"며 "일반적인 부서 이동의 경우 간편한 절차를 통해 이동할 수 있지만, 데브팀에서 타 부서로 이동하기 위해서는 재취업에 가까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불법 연장근로에 대해선 "회사 시스템 상 주 52시간이 넘어가면 출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미리 몇 시간을 일한 후 출근 버튼을 누르거나 퇴근 버튼을 누른 후 추가로 근무하는 경우가 많다"며 "초과 근무를 챙겨주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주 52시간만으로는 출시 일정을 못맞추는 상황이 많아 위에서 이러한 행동을 종용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주장했다.

엔씨소프트가 그간 국내외 평가기간으로부터 ESG 관련 성과를 인정받아온 만큼, 지배구조와 관련한 비판의 목소리가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앞서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말  △개인정보보호 및 정보보안 △인적자원 개발 △ESG경영 데이터 공개 등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아 '2022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에 국내 최초로 편입된 바 있다. DJSI는 S&P글로벌이 매년 발표하는 지속가능성 지수로, 글로벌 기업의 지속가능경영 수준을 반영해, ESG 부문의 성과를 평가하는 지수다.

이외에도 지난해 말 한국ESG기준원(KCGS)의 ESG 평가에서 국내 게임사 중 가장 높은 등급인 종합 'A등급'을 2년 연속 획득했다. 또 국제 ESG 평가모델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ESG 레이팅'에서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분야 및 글로벌 게임사 중 가장 높은 'AA등급'을 받기도 했다.

엔씨소프트 관계자는 "노동조합 설립은 노동관계 법령에서 보장하는 근로자의 당연한 권리로 직원들이 자유의사에 따라 결정할 사항"이라며 "회사는 관련 법규와 절차를 충실하게 준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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