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덕에 1분기 GDP 역성장 피했지만···먹구름 낀 한국 경제 (종합)
소비 덕에 1분기 GDP 역성장 피했지만···먹구름 낀 한국 경제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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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DP, 2020년 4분기 이후 최저치···순수출 전년比 4%↓
원화 약세에 벌어진 한미금리차···무역적자 심화 우려
내달 경제성장률 하향 유력···통화스와프 필요성 제기
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3년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신승철 한국은행 경제통계국장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2023년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의 주요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1분기 경제성장률이 민간소비 덕에 가까스로 역성장을 피했다. 다만 수출부문이 여전히 부진한데다, 원화는 급격한 약세를 보이며 14개월 연속 무역적자로 이어졌다. 이에 경제성장률 하향 조정과 함께 통화스와프 기대감이 고조되는 등 통화정책을 둘러싼 한국은행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25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1/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속보)'에 따르면 1분기 중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년 동기 대비 0.8% 성장했다. 코로나 팬데믹 당시 역성장을 기록한 2020년 4분기(-0.9%) 이후 최저치다.

전분기 대비로는 0.3% 증가하며, 지난 분기 역성장(-0.4%)에서 벗어났다. 이는 민간소비가 전분기보다 0.5% 증가했기 때문이다. 지출항목별로 봐도 내수 기여도가 전기 대비 0.3%포인트, 전년 대비로는 4.7%포인트 확대됐다.

반면 순수출 기여도는 전기 대비 0.1%포인트, 전년 대비로는 4%나 감소하며 대비를 이뤘다. 수출의 경우 지난해 4분기(-4.6%) 기저효과로 전분기 대비로는 3.8%나 증가했지만, 전년 대비로는 3% 감소했다. 반대로 수입은 전년 대비 4.4%나 증가하며, 무역적자 우려를 높였다.

이 같은 수출 부진은 경기둔화 우려를 높이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3월 이후 올해 3월까지 13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나아가 이달 1~20일 41억3900만달러 적자로 집계되며, 14개월 연속 무역적자가 유력한 상황이다.

적자의 주된 요인은 반도체와 대(對)중국 수출의 부진이다. 수출 품목별로는 반도체가 39.3%나 급감했으며, 석유제품과 무선통신기기 등의 수출도 25.3%, 25.4%씩 감소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1.4%), 유럽연합(13.9%) 등에선 수출 증가세가 나타났지만, 대중국 수출은 26.8%나 급감했다. 지난해 기준 중국 수출의존도는 22.8%로 1년새 2.5%포인트나 떨어진 바 있다. 그 결과 반도체 재고 등이 확대되며 삼성전자가 감산을 결정한 바 있다.

◆둔화된 경제성장률, 추락한 원화 가치···'경기악순환' 야기

이 같은 경제성장률의 둔화에 한은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먼저 다음달 금통위에서 한은은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할 것이 유력시 되고 있다.

지난 2월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1.6%로 기존 대비 0.1%포인트 하향조정한 바 있다. 그러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업황의 부진이 장기화된 데다 중국 리오프닝 효과가 기대에 못미치면서 2분기 GDP 성장률이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와 금융 지원, 한은의 긴축 마무리 인식 등에 시장금리가 하락하며 내수 반등이 나타났다"며 "그 결과 1분기 성장세 반등이 나타났지만, 추세적 회복을 기대하기 쉽지 않다. 대외 수요 회복이 본격화되기 전까지 전년 대비 0%대 성장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올해 들어 원화의 약세가 부각되고 있는 점 또한 부담 요인이다. 전일 원·달러 환율은 1334.8원으로 종가기준 연고점을 경신했으며, 역성장을 피했음에도 이날 1337.2원까지 반등하는 등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원화는 올해 들어 약 5.18%(지난 21일 기준)나 절하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주요국 통화가치(달러 대비) 변동률은 △유로(+2.42%) △파운드(+2.81%) △호주달러(-1.09%) △위안(+0.31%) △엔(-2.38%) 등으로 나타났으며, 달러 가치 역시 1.67%가량 하락에 그쳤다.

문제는 원화 약세에 따른 후폭풍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통상 원화 가치가 하락할수록 수출 경쟁력이 높아지지만, 반대로 수입물가를 높여 소비자물가 등을 상승시키게 된다. 특히 글로벌 경기둔화 등으로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원화가치 하락은 무역적자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는 재료다.

여기에 한은 금통위가 지난 2월에 이어 이달까지 2회 연속 금리를 동결한 가운데, 시장에선 이를 금리인상 사이클이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반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최소 한차례 이상 금리인상이 유력시되고 있다. 이에 한미금리차가 역대 최대치인 1.75%포인트 이상 벌어질 전망이다.

높은 수익률을 좇는 자본의 특성상 양국간 금리 격차가 벌어질수록 외국인 자본 유출이 커지고, 이는 원화 가치 하락으로 이어진다. 이 때문에 한은 금통위는 양국 금리격차를 1%포인트 내외로 유지했으나, 미 연준의 고강도 긴축에 금리 격차가 벌어지며 달러 초강세가 나타났다.

이에 대해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원화 약세를 유발한 국내요인으로는 무역수지 적자 기조에 경상·재정수지 쌍둥이 적자 리스크를 들 수 있다"며 "국내 경기 하방 압력이 확대된 가운데 하반기 국내 정책금리 인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이미 역전된 한미 금리차 확대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아직 중국 리오프닝 낙수효과가 미미하고, 반도체 업황의 상반기 개선도 불투명하다. 2분기 중 경기 반등 시그널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민간소비 모멘텀 약화가 예상되는 가운데, 부동산 PF 리스크 등으로 2분기 건설투자도 부정적일 수 있다. 2분기 중 국내경기는 바닥 다지기 국면이 지속될 공산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미 통화스와프 기대감 고조에도···"기대하지 않는다"

이 같은 환율 상승세에 한미 통화스와프 필요성도 고조되고 있다. 통화스와프란 다른 통화를 미리 약속한 조건에 따라 일정 시점에 교환하는 제도다. 급격한 환율 변동을 안정화 및 외화 유동성 확충을 위해 활용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본부 준공기념식 기념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4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본부 준공기념식 기념사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실제 지난 2008년 10월 29일 장중 1495원까지 치솟았던 환율은, 이튿날 300억달러규모의 한미 통화스와프 직후 1250원으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 하루 만에 177원이나 급락한 것이다.

또한 양국은 코로나 팬데믹 당시인 2020년 3월에도 600억달러 규모의 통화스와프를 체결해 금융시장을 안정화 시킨 바 있는데, 해당 계약은 지난 2021년 말 종료됐다. 이런 효과 때문에 오는 26일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 의제로 통화스와프를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한은 측은 이번 정상회담에 통화스와프 논의는 없을 것이라 못박았다. 앞서 한은은 일정 수준의 환율과 금리 격차에 의미를 두지 않는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는데, 과거 외환·금융위기와 달리 현 외환보유고로도 대외 변동성을 충분히 대응할 수 있어서다.

이창용 총재는 지난 24일 한은 준공 기념식에서 "환율과 관련해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 다만 계속 유심히 보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 총재는 이달 금통위 간담회에서도 "변동성이 심할 경우 대처해야 하겠지만, 적정환율이란 개념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답한 바 있다.

이어 그는 한미 통화스와프 논의 가능성에 대해서도 "전혀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는다"며 "우리나라는 현재 채권국이다. 통화스와프가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고, 이로 인해 국내 외환시장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보일까봐 오히려 걱정이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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