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경기 둔화,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국내 대체시장이 침체기에 빠지면서 해외 대체투자 시장이 새로운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는 가운데 글로벌 기후위기 대응에 발맞춰 에너지 전환(Energy Transition) 분야와 디지털 분야에 대한 투자기회가 크게 확대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프로젝트금융 및 개발금융 전문미디어 딜북뉴스와 산업은행은 공동 주최로 26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대강당에서 '2023 해외프로젝트금융시장 점검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는 최근 네옴시티 등 해외 프로젝트금융시장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진출 붐과 관련해 글로벌 인프라 투자시장의 동향을 파악하고 진출전략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최근 글로벌 인프라 투자시장의 주요 동향과 전망'을 주제로 첫 번째 발표자로 나선 신중섭 맥쿼리자산운용그룹 CSG부문 한국대표는 "향후 1~2년은 풍력, 태양광, 배터리 스토리지(Storage), 그린수소, 전기차충전인프라, 스마트그리드 등 에너지 트랜지션과 관련한 투자 기회가 지속적으로 커질 것"이라며 "대부분의 인프라스트럭처(사회기반시설·Infrastructure)펀드가 이 분야에 관심이 많다"고 밝혔다.
또다른 유망 투자처인 디지털 분야의 경우 경기 상황과 상관 없이 안정적인 수익률을 낼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신 대표는 "모바일데이터 트래픽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비디오스트리밍이 상당 부분을 차지했고, e커머스 온라인쇼핑, 온라인 러닝 등에 대한 수요도 급격히 증가했다"며 "디지털라이제이션(Digitalization) 관련해 통신망, 데이터센터 관련 수요가 많은데 이 분야는 전세계적으로 거시경제·금융위기가 있더라도 계속해서 안정적으로 성장할 분야"라고 말했다.
다만, 신 대표는 지난해 말까지 꾸준히 성장하던 인프라스트럭처 분야에 대한 투자가 올해는 다소 주춤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인프라스트럭처 분야는 코로나19 기간을 거치며 가치가 크게 떨어진 주식, 채권 등을 대체하는 수단으로 각광받았는데 최근에는 재무적투자자를 중심으로 해당 분야에 대한 비중을 다소 줄이는 추세라는 설명이다.
두 번째 발표자로 나선 이광복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도시개발사업실장은 '공적자금과 민간재원을 결합한 복합금융 활용 해외 프로젝트파이낸싱(PF)활성화 방안 및 사례' 발표를 통해 해외 인프라 대체투자 분야에서 공적자금과 민간분야를 결합한 복합금융의 활용 사례가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복합금융은 공적자금이 투입돼 사업에 대한 리스크와 조달비용을 낮추고, 이를 통해 민간자금 유치를 활성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특히, 개발도상국에 대한 인프라 발전 중요성이 커지고 있지만 개도국 사업은 특성상 '고위험-저수익률(High Risk-Low Return)'인 경우가 많아 민간자본 유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를 해소할 방안으로 복합금융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다.
이 실장은 향후 양질의 사업타당성조사(F/S) 제공을 통해 투자가능 프로젝트 영역을 넓히고, 민간투자를 촉진할 예정이다. 그는 "사업 프로젝트가 투자가능 프로젝트화 되는 데는 사업초기 고품질의 타당성분석 및 계획수립이 중요하다"며 "투자가능 프로젝트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KIND는 향후 기업 및 해외정부를 대상으로 계획수립 및 타당성분석을 지원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날 이 실장은 유망 해외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분야로 신재생에너지 등 태양광 발전 사업, 동유럽 물류센터, 동남아시아 도시개발 분야 등을 제시하기도 했다.
총 사업비만 5000억달러(약 700조원)에 달하는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 관련, 그린수소프로젝트에 한국 금융회사로는 유일하게 참여한 산업은행 측도 이날 발표자로 나서 참여 배경 등을 상세하게 밝혔다.
전경식 산업은행 PF2실 자원플랜트2팀 과장은 '사우디 네옴시티 그린수소프로젝트 산은의 PF금융주선사례 스터디' 주제발표를 통해 "산업은행이 참여를 결정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최초의 그린수소딜이란 상징성을 봤다"며 "그린수소 실사 과정에 직접 참여하면서 리스크분석, 리스크완화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노하우를 축적하고, 향후 국내 기업이나 다른 금융기관들이 유사한 딜에 참여할 때 산업은행이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참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업 참여 결정 과정에서 △암모니아 생산량 변동성 리스크 △수전해 모듈화 등 신재생 발전 변동성 △다양한 자금조달원(독일 수출신용기관·사우디 국부펀드 산하펀드 등) 참여 여부 등을 중점적으로 고려했다고 전했다.
전 과장은 네옴시티 사업성에 대해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는 등 의구심을 갖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안다"면서 "워낙 사우디 정부의 추진 의지가 강력하기 때문에 오래 걸리더라도 지켜볼 필요가 있고, 옥사곤이나 그린수소프로젝트 사업의 경우 어느 정도 현실성 있는 사업이라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