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영향 외 유동성 부족 등 제도 허점 수두룩..당국 무관심
[서울파이낸스 김무종 기자] 오늘 탄소배출권 가격이 사실상 하한가에 달해 역사상 최저점 수준에 도달했다. 경기 영향도 문제지만 탄소배출권 거래제를 둘러싼 당국의 취약한 제도 설정이 더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관련 시장에 따르면 이날 낮 12시 마감한 탄소배출권 가격은 전일비 –9.64% 하락한 1만1250원이다. 하한가는 10%다.
탄소배출권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탄소배출이 많은 기업이 탄소배출을 적게한 기업에게 배출권을 살 수 있도록 한 제도. 시장 매커니즘을 통해 기후변화 대응에 기여하고자 하는 목적이지만 제도 취약점은 개선되지 않고 있다.
탄소배출권은 첫 도입 때 8000원에서 시작해 한때 4만원이 넘은 적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1만원 미만으로 더 하락할지를 눈여겨 봐야 하는 상황이다. 유럽연합(EU)의 배출권 가격의 10분1 수준이며 이례적으로 변동성이 크다.
더욱이 가격안정을 위해 도입한 시장조성자는 최근 배출권 손실로 매수에 나서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탄소배출권 전문 조사업체 NAMU EnR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산업부문 매매 수익률이 지난 2022년 10월부터 2023년 2월까지 16.3% 수익률을 낸 반면 시장조성자(증권사)는 오히려 마이너스 12.1% 수익률을 낸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이날 매수 세력은 전무했다. 시장조성자인 증권사들이 이미 손실을 본 상황에서 매수에 나서지 않은 상황이다.
김태선 NAMU EnR 대표는 “탄소배출권 가격 하락은 경기도 영향이지만 제도적 미흡함에서도 비롯된다”며 “경매 제도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탄소배출권 시장의 개선방향으로 △경매제도 외 △시장안정화 조치 △정보 비대칭성 해소 △개인투자자 시장참여 △장내 파생상품 도입 △장내거래 의무화 △유상할당 강화 △이월제도 변경 등 8개 과제를 꼽고 있다.
전일 서울파이낸스가 주최한 ‘2050 탄소중립 달성 위한 최적 대응방안’ 주제의 제9회 에너지·탄소 포럼에서 최관순 SK증권 연구위원은 탄소배출권 가격과 관련해 “오는 8월 이월물량 확보를 위한 매도 우위가 예상됨에 따라 가격 약세가 전망되지만 급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며 "2026년 4차 계획기간 시작 및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본격 시행으로 2024년 하반기부터 추세적 상승이 전망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