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박조아 기자] 최근 증권업계 관계자와 함께한 자리에서 증권업계의 사업다각화와 관련해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그는 "먹거리가 부족하기 때문에 증권사들의 사업다각화를 위한 노력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면서도 "새로운 것을 발굴하는 것도 좋지만, 이미 발굴된 것의 영역을 더 확대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아쉬운 제도로 언급된 것들 중에는 '중기특화 증권사'도 있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2016년 4월부터 중소기업 육성을 촉진하고 증권사 간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중소기업 특화 금융투자회사 제도를 도입 운영해 오고 있다. 금융투자회사의 중소·벤처기업 금융지원 실적 등을 고려해 2년마다 외부 전문가 평가 등을 통해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를 지정하는 방식이다.
중기특화증권사는 △코넥스시장에서 지정 자문인 △중소·벤처기업 기업공개(IPO) △유상증자·채권발행 지원 △인수합병(M&A) 자문 △증권의 장외거래 중개 △직접투자·출자 △중소·벤처기업 지원펀드 운용 △크라우드펀딩 중개 및 투자 업무 등을 수행해야 한다. 자금 모집을 지원하거나 직접 자금을 공급하고 상장과 M&A를 지원한다.
도입 초기만 하더라도 중기특화 증권사는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의 모험자본 활성화를 도모하고, 중소형 증권사도 활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었었다. 하지만 중기특화 증권사로 선정돼도 실질적인 이익이 별로 발생하지 않으면서 도입 초기 기대감은 갈수록 시들해지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그 이유로 중기특화 증권사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미미하다는 지적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2기 중기특화증권사를 지정하면서 인센티브를 늘리긴 했지만, 제공되는 인센티브는 아직 미미한 실정이다. 또 증권사들 입장에서는 중소벤처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사업에서 단기간에 실적을 내는 것이 어렵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거론됐다. 업계에서는 중소형 증권사가 대형사와 경쟁을 할 수 있는 실질적인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중기특화 증권사와 관련해 업계의 의견을 꾸준히 듣고 있지만 '형평성' 차원에서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커다란 지원책을 내놓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소형 증권사들의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것은 달리 보면 과도한 시장 개입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제4기 중기특화 증권사는 기존 5곳에 두 곳이 추가돼 유진투자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IBK투자증권, SK증권 등 총 7개사로 늘어났다. 그러나 앞서 지적했듯이 지정 증권사 수가 확대됐다고 해서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이 활성화되는 것은 아니다.
중기특화 증권사에 대한 기대감이 크게 떨어진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 현재의 제도를 더 실효성있게 개선하는 노력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이유다.
증권업계에서는 중기특화 증권사 지정기간 확대, 코스닥 지정자문 혜택 확대, 중소기업의 신용공여 허용 혜택 강화, 중소기업금융 혜택 강화 등을 통해 중기특화 증권사에 대한 매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거듭 주장하고 있다.
한번 도입된 제도가 시장에 안정적으로 자리잡기 위해선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금융당국은 중기특화 증권사 도입 이후 지난 기간 동안을 되짚어보고, 무엇보다 업계의 이야기를 좀 더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어 보인다.
형평성 문제 등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해서 도입 취지가 무색해진 제도를 방치하는 것은 정책으로 보면 하책일 뿐아니라 심하게 말하면 책임 방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