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경제야,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 1992년 치러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빌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내걸었던 선거운동 구호(슬로건)다. 이 구호를 앞세워 클린턴은 걸프전 승리로 미국인들 사이에 지지율이 높았던 조지 허버트 워커(H.W.) 부시 대통령을 눌렀다.
클린턴한테 불리했던 당시 대선 판도를 바꿨다고 평가받는 해당 구호의 특징은 어려운 문장이 아니라 단순한 문구라는 것이다. 단순함으로 경제 침체에 시달리던 미국인들의 마음을 파고든 '문제는 경제야, 바보야!'란 구호는 우리나라에도 널리 알려졌다. 해당 구호의 일부만 바꾼 기사나 칼럼 제목도 여럿 나왔다.
'문제는 정치야, 이 바보야!'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어려워졌을 때 우리나라 한 신문에 실린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현 원장)의 칼럼 제목이다. 유 교수는 당시 칼럼에서 그 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미국 뉴욕시립대학교 교수의 책 '미래를 말하다'(원제 '진보주의자의 양심')를 읽은 뒤 "한마디로 문제는 정치야, 이 바보야!로 요약한다"고 썼다.
그는 금융위기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신뢰 회복과 합심 협력이 필요한데, 이것은 정치적 리더십의 역할"이라며 "갈등을 유발하는 정치가 아닌 통합을 이루는 정치(가) 경제 살리기의 첫걸음"이라고 했다.
지난해에도 유 교수는 2008년과 다른 신문과 한 인터뷰에서 한국의 경제가 "총체적 난국"이라며 "조심해야 할 것은 '신뢰의 상실'"이라고 짚었다. "IMF((1997년 우리나라의 국제통화기금 구제금융 요청에 따른 외환위기) 때 외환보유고 현황도 숨겼다. 부도유예협약을 하며 신뢰를 떨어뜨렸다"면서 그는 현 정부를 상대로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어려움을 함께 헤쳐나가는 분위기를 형성하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유 교수의 말처럼 '경제는 심리'다. 무엇보다 국민으로부터 믿음을 얻고 약속은 지켜야 한다.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으면 안 된다. 지난달 말부터 상장사들이 올해 1분기 영업실적을 공시 중인데, 조짐이 좋지 않아 보인다.
물가도 치솟아서 보기 겁날 정도라는 시민들이 많다. 실제로 점심시간 식당에 가면 차림표를 보기 겁날 만큼 음식값이 올랐다. 민주주의가 이룩된 사회에서 정치와 경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정부와 정치인들은 국민단합을 이끌어야 할 책임이 있다. 책임진 사람들이 앞장서길 바란다.
이주현 생활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