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반발에 비대면 진료서비스 '제2의 타다' 되나
의료계 반발에 비대면 진료서비스 '제2의 타다' 되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IT의료서비스 업계 "비대면 진료, 초진환자 제한에 고사위기"
의료계 "비대면 진료 안전성 담보못해, 보조수단으로만 사용해야"
정쟁 속 국회, 의료혁선 서비스 관련 법안 처리 못해
(사진=freepik)
(사진=freepik)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카카오·KT 등 대기업은 물론 스타트업까지 IT 업계가 새 먹거리 사업으로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에 잇따라 진출하고 있는 가운데, 비대면 진료 등 관련 규제를 두고 의료계와 IT서비스 업계 간 마찰이 지속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KT와 카카오헬스케어는 각각 AI(인공지능)·CGM(연속혈당측정기) 등을 활용한 헬스케어 플랫폼 서비스를 각각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LG유플러스 역시 뇌질환 디지털 치료 전문 스타트업 '로완'과 업무협약을 맺고 치매 예방·관리 솔루션 사업을 위한 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정부 역시 국내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을 차세대 핵심 동력으로 삼고 관련 기술개발 투자 확대와 정책 마련에 나서고 있으나, 보건 의료계 반발에 진전이 더딘 모습이다.

국회가 지난해부터 디지털 헬스케어 산업 육성을 위한 △디지털 헬스케어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 △스마트 헬스케어 기술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 △디지털 헬스케어 진흥 및 보건의료데이터 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안 등 3개 법안을 발의했으나, 여전히 계류 중이다.

이달 1일부터 재진 환자와 일부 대상에 한해 디지털 헬스케어의 핵심인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비대면진료 시법사업'이 시작됐다. 하지만 IT 업계에서는 헬스케어 서비스 수혜 대상이 극히 제한적이어서 국민이 피해와 불편을 겪고 있다며 규제를 추가 완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산업계를 대변하는 원격의료산업협의회는 최근 입장문을 통해 "비대면 진료 시범 사업안은 야간·휴일 소아환자의 처방을 금지하고, 65세 이상 노인도 장기요양 등급자에 한하며, 감염병 역시 1급과 2급에만 제한하는 등 수혜 대상이 극히 제한적"이라며 "이용할 수 있는 국민은 당정협의회 초안보다도 대폭 축소됐지만, 의약계를 위한 의료 수가는 늘어났다.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언제 어디든 누구든 누릴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이고, 재정 부담을 줄이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반면 의료계는 비대면 진료의 안전성 문제를 지적하며, 초진 환자에 대한 진료를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비대면 진료의 초진을 허용할 경우 대형 병원으로 환자가 집중돼 의료 소외 계층에 대한 문제를 확대시킬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성명을 통해 "비대면 진료는 국민의 건강을 지켜온 대면 진료와 비교해 동등한 수준의 효과와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는 만큼, 대면 진료의 보조적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의료업계 관계자 역시 "비대면 진료가 소외 지역 환자의 의료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고 얘기하지만, 오히려 대형 병원으로의 집중 현상을 만들어 지방 병원을 고사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며 "이는 오히려 의료의 보편성 원칙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국회는 지난 27일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다룬 '의료법 개정안'에 대해 논의했으나, 개정안은 법안소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IT업계는 이번 비대면 진료 시범 사업의 제도적 허점으로 벌써부터 사업 종료 수순을 밟는 기업이 늘고 있다며, 조속한 법안 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존 택시 업계의 반발과 규제로 '타다'와 같은 혁신 기업이 성장하지 못한 채, 4년만에 대법원이 '무죄'라고 판결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게 IT 의료 서비스 업계의 주장이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 팬데믹 위기와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 시행 속에서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을 한시적으로 허용했지만, 지난달 국내 코로나 감염병 위기 경보 단계가 '심각'에서 '경계'로 하향 조정되면서 6월부터 이런 비대면 진료 서비스는 불법으로 바뀌었다.

그동안 비대면 진료 분야 창업 기업이 큰 폭 늘어났지만, 6월부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이 시작되자 초진 환자 진료와 약 배송 등이 어려워지며 타격을 입고 있다. 

지난 2021년 1월 사업을 시작한 비대면진료·약배달 스타트업 '바로필'은 최근 고객 안내문을 통해 서비스 종료를 공지했다. 해당 업체는 재택치료가 급증한 지난해 3월 이용자가 증가해 월간 MAU(활성화이용자수) 4만7000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또 이달 8일에는 여성 대상 비대면 질염·성병 검사 서비스 '체킷' 서비스가 중단됐다. 지난 2020년 출시된 한의원 비대면 진료 플랫폼 '파닥'과 남성 메디컬 헬스케어 플랫폼 '썰즈'도 최근 사업을 중단키로 했다.

IT 비대면 진료 서비스 업체 관계자는 "재진 중심의 시범 사업 방향에 맞춰 플랫폼을 재정비하고 있지만, 비대면 진료 자체로는 더 이상 사업을 유지하기 힘들어졌고, 고사할 위기에 놓였다"고 말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