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시장 줄어드는 한국 무역의 미래
[홍승희 칼럼] 시장 줄어드는 한국 무역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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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면서 하반기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현재 드러나는 상황은 암울한 전망만을 준다. 상반기 무역수지 적자의 최대 요인은 대 중국 무역수지 적자였지만 그나마 미국 시장이 웬만큼 그 부족을 메꿔줬다.

정부는 팬데믹 상황 종식과 더불어 리오프닝을 시작한 중국 시장에 기대를 걸었지만 여러 이유로 이는 단지 회망사항에 불과했다는 여러 징후들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미·중 갈등이 최근 조심스러운 접촉을 시작하고 있지만 여전히 진행 중이고 또 중국의 경제상황도 녹록치는 않은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따라서 국제정치적 타겟을 벗어난 소비재 등에서도 중국내 시장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거기 더해 한국이 미국의 편 가르기에 적극 편승함으로써 중국과는 적대적인 정치적 선택을 했다는 점이다. 중국 소비자들이 비록 소비를 줄이긴 했지만 여전히 미국 제품들의 인기가 꾸준한 것을 보면 한국에 대해 유독 적대감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2차 대전 이후 적이었던 일본에 대해서는 일정 정도 신뢰를 보낸 반면 일제의 식민지로 전락했던 한국에 대해서는 무시로 일관했던 역사가 이번에는 중국에서 되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미국과는 시간이 지나며 상호 필요에 의해 어떤 방식으로든 화해를 모색하겠지만 갈등 기간 중 미국 진영에 더 밀착한 한국에 대해서는 더 큰 분노를 표출할 조짐이 이미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게다가 미국과의 대등한 경쟁을 지향하는 중국 입장에서 한국이 가진 기술적 우위는 머잖아 접근가능하고 많은 분야에서 보다 직접적인 경쟁을 펼칠 대상으로 판단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주변국들에 대해 종주국의 우월감을 과시하고자 했던 역사를 시진핑 시대에는 보다 노골화하고 있다는 점까지 감안하면 한국에 대한 중국의 분노는 당분간 한국의 대 중국 무역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울 가능성이 크다.

이처럼 우리의 최대 무역 흑자국이었던 중국시장이 붕괴되며 수교이후 최대 무역적자로 반전된 데 이어 다른 시장에서도 한국은 곤란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에게 있어서 중국 다음으로 큰 시장인 미국은 무수한 정치적 수사를 늘어놓는 데 비해 한국과의 교역 등에서는 매우 인색하다.

정치적 동맹 여부는 차치하고 자유무역협정까지 맺어놓고도 비 협정국과 다를 바 없이 대우하는 최근의 미국 정부 행태는 한국을 그야말로 잡아놓은 물고기 취급하며 무시하고 있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뿐만 아니라 지금 미국은 제 코가 석자인 내부 시장상황에 내년 대선을 앞둔 각종 정치적 이벤트 범람까지 겹쳐 동맹국이고 뭐고 일단 자국 이익 극대화 외에 함께하기 위한 배려 따위를 할 여력이 없어 보인다.

미국 경제에 대해 여러 분석들이 나오고는 있지만 일단 소비경제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미국에서 소비자들의 구매여력이 점차 감소하고 있다는 여러 통계들이 늘어가고 있다. 게다가 일단 미봉책이나마 금융시스템 붕괴를 막았지만 산업용 부동산 문제가 향후 어떻게 미국 금융시스템에 타격을 가할 것인지에 대한 우려는 불식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런 자국내의 급한 상황에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는 미국에 대해 자국의 몸값을 지키려는 국가들이 늘어나면서 말 잘 듣고 스스로를 장기판의 졸로 온 몸 내던진 최근의 한국 같은 나라에는 눈길조차 줄 여유가 없다고 보는 게 맞을 것이다. 강대국끼리야 몸싸움을 하든, 칼부림을 하든 서로의 힘을 인정하고 존중하지만 스스로 몸값을 내다버린 나라쯤은 가볍게 무시되는 게 국제사회의 실질적 질서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미`중 외의 시장에서 한국의 처지가 또 그다지 호락호락하지도 않다. 중국시장에서 내몰리는 한국에 대해 동남아 시장도 점차 관심을 줄이고 있고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한국 정부의 무조건 미국말 듣기에 대한 러시아의 반감까지 키워 너무 많은 것을 잃고 있다.

러시아와의 관계는 일단 한국의 무기 수출 문제까지 얽혀 단순하지 않다. 특히 미국의 요구에 따른 것도 있지만 폴란드 등 동유럽 시장을 겨냥한 무기 수출전략을 포기하기도 어려워 당분간 편한 관계로 나아가기는 어려워 보인다.

칼날 위를 걷듯 치우침없이 조심스러운 외교를 해야 할 한국의 처지를 한순간에 내팽개친 결과가 올 하반기에 어떻게 드러날지 두려움을 안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답답한 오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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