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금리차 '사상 최초' 2%p 현실화 목전
이달 13일 금통위 회의 '매파적 동결' 유력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7월 금융통화위원회가 1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4연속 동결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크게 둔화된 데다, 경기 둔화로 금리인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다만 한·미 금리차가 사상 최초로 2%포인트(p)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관측은 금리인상 가능성을 지지하고 있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가 111.12(2020=100)로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1년 9월(2.4%) 이후 21개월 만에 2%대 진입이다.
앞서 물가상승률은 지난해 12월 5%에서 올해 1월 5.2%로 소폭 상승했지만, △2월(4.8%) △3월(4.2%) △4월(3.7%) △5월(3.3%) 등 둔화세를 보였다. 나아가 2%대까지 진입한 것이다.
이 같은 물가상승률 둔화에 오는 13일 예정된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로 4연속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앞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021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1년 반 동안 기준금리를 0.5%에서 3.5%까지 3%p나 끌어올린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월부터 3회 연속으로 금리를 동결하면서, 사실상 금리인상이 끝났다는 관측이 고개를 들고 있었다.
부진한 경기상황도 동결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달 무역수지가 16개월 만에 흑자전환했으나, 수출은 9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 수출은 11개월째 역성장을 기록했으며,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의 수출도 9개월 연속 감소세다.
여기에 다시 치솟고 있는 가계부채와 높아진 연체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을 감안하면 동결이 유력하다는 분위기다.
◇2%p 한·미 금리차에 한은 금통위 '고심'
문제는 미국과의 금리 격차다. 현재 미국의 정책금리는 5~5.25%로, 상단 기준 1.75%p 차이난다. 이는 역대 최대 금리차지만, 또 한번 경신될 가능성이 높다.
한은이 이달 13일 열리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25~26일(현지시간) 개최되는 FOMC 회의에서 '베이비 스텝(기준금리를 0.25%p 인상)'을 밟을 경우 한미 간 금리차는 상단기준 2.0%p까지 벌어지게 된다.
앞서 미 연준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정책금리를 동결했지만, 금리전망이 담긴 '점도표(Dot-plot)' 중간값을 5.625%(5.5~5.75%)로 0.5%p나 상향 조정하는 강수를 뒀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 선물시장에 반영된 7월 금리인상(0.25%p) 가능성은 현재 86.8%로, 일주일 전과 비교해 12.4%p 상승했다. 2차례 인상 가능성도 32.4%(11월 기준)에 달한다. 최소 2%p까지 벌어질 금리차에, 금통위 역시 금리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높은 수익률을 추종하는 자본의 특성상 미국과의 금리격차가 벌어질수록 외국인 자금 등이 유출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특히 원·달러 환율이 다시 높아질 수 있다는 점도 인상 요인이다.
금통위 역시 추가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달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금통위원 6명 모두 최종금리 수준을 3.75%로 가져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고 강조했다.
◇시장의 예상은 '매파적 동결'
다만 금리 인상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시장의 진단이다. 주요 근거는 지난달 열린 상반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설명회다.
당시 이 총재는 "5월 회의에서 (미 연준이) 금리를 한번은 더 올린다고 가정했다. 두 번이 될지는 불확실하다"고 발언했다. 5월 금리동결 결정은 이미 미 연준의 한차례 추가 인상을 반영한 결정이었다는 의미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두 차례 인상이 현실화된다면 한은도 인상을 고민하겠지만, 한 차례라면 한은의 추가 인상은 없을 것"이라며 "하반기 정책 당국의 최우선 순위는 물가에서 경기로 바뀔 것이다. 물가 서프라이즈가 아니라면 한은의 금리인상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 역시 "연준의 추가 인상으로 원화 변동성은 높아질 수 있지만, 그 기간은 짧을 것"이라며 "환율도 달러당 1300원을 상회하고 있지만, 레벨은 지난해 4분기보다 낮다. 원화 약세 압력에도 내재 변동성은 하락하고 있어, 한은이 대응할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이 때문에 다수의 전문가들이 7월 금통위는 금리를 동결하되 추가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하는 '매파적(통화긴축 선호) 동결'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5월 금통위와 유사한 양상이다. 금리인상 가능성은 열어두지만, 사실상 종료됐다는 분석이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7월 금통위는 동결 결정 후 추가 인상이 열려있음을 강조하겠지만, 실제 인상이 재개될 가능성은 매우 적다"며 "하반기 국내 물가는 5월 경제전망 대비 낮아질 것이며, 각국의 통화정책도 디커플링되고 있다. 금통위는 굳이 경기와 PF 부담을 지고 미국을 따라 인상하지 않아도 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