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증권사 고객은 '소비자'인가, '투자자'인가
[데스크 칼럼] 증권사 고객은 '소비자'인가, '투자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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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고객은 금융 '소비자'인가요, '투자자'인가요?"

최근 이어지는 금융당국 등의 '고객 보호' 강화 조치들에 대한 의견을 묻자 질문이 되돌아왔다. 너무 당연한 얘기 아닌가? '투자자'라고 답했다. 그러자 또 다른 질문이 나왔다.

"투자자는 보호 대상인가요?"

말문이 막혔다. 앞선 답변과 마찬가지로 너무나 당연한 얘기였다. 언젠가부터 증권사의 고객은 금융 상품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돼 있었다.

소비자는 본인이 사용할 목적으로 시장에서 물건을 구입한다. 구입한 상품의 품질이 나쁘다거나 불량 제품이라면 제조사에 항의할 수 있다. 제조사는 자신의 잘못으로 고객에게 손해를 끼쳤기 때문에 환불해 주거나 교환·수리 해주는 등 보상을 해 줄 의무가 있다. 의무가 지켜지지 않을 때를 대비해 소비자 보호법도 제정돼 있다.

금융 상품도 마찬가지다. 은행 등에서 만든  예·적금 상품에 가입했는데 지급하기로 한 금리가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거나, 보험 상품에 가입했는데 보험금이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면 가입자에게 손해가 발생하기 때문에 당연히 보상 등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

최근 금융당국은 증권사 고객들도 '투자자'가 아닌 '소비자'로 정의하고 보호 대상으로 판단하고 있다. 상품을 구입한 고객에게 손해가 발생하면 증권사가 보상을 해줘야 한다는 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증권사 리포트'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증권사 CEO들을 모아놓고 '증권사 영업관행 개선을 위한 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감독당국은 증권사 리포트가 매수 일색이라고 지적하며 리서치 부서의 독립성을 끌어올리기 위한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쉽게 말해 '소비자'를 위해서 '매도' 리포트를 내라는 뜻이다.

투자의 사전적 의미는 '이익을 얻기 위해 일이나 사업에 자본을 대거나 시간 또는 정성을 쏟는 일'이다. 

리포트에 '매수'가 기재됐건 '매도'가 기재됐건 리포트를 읽은 뒤 어떤 판단에 따라 투자를 했고, 그로 인한 이익 또는 손실이 발생했다면 모두 본인의 것이다. 

업계에서는 매도 리포트가 오히려 투자자들에게 잘못된 시그널을 줬다는 항의의 원인이 되고, 기업으로부터는 정보를 제공받지 못해 제대로 된 리포트를 쓰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항변한다. 

라덕연 씨 일당이 부당이득을 취하는 창구로 활용했던 차액결제거래(CFD) 서비스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다. 라 씨 일당의 주가조작 범죄만 없었다면 개인 전문투자자에게 공매도와 유사한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소비자'를 위해 대부분의 증권사들이 CFD 서비스를 중단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제는 증권업계를 '투자자'들에게 돌려줄 시간이다. '투자자'와 '소비자'의 경계 확정 문제는 금융산업 규제의 문제로 소비자보호 이슈와 균형감있게 처리해야 할 사안이다. 

박시형 증권부장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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