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퇴직연금 고객 유치를 위한 금융회사 간 과당경쟁으로 과도한 머니무브(자금이동)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됨에 따라 금융당국이 관련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기로 했다. 특정 기업에 수수료(웃돈)를 더 주는 관행을 금지하는 한편, 퇴직연금 부담금 분납 및 만기 다변화도 병행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권대영 상임위원 주재로 고용노동부, 금융감독원, 금융권 협회와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같은 내용의 퇴직연금 관련 시장 안정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는 퇴직연금 시장에서의 자금이동(머니무브) 리스크를 점검하고 리스크 완화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당국에 따르면 퇴직연금 적립금 규모가 336조원을 넘어서는 등 지속 성장함에 따라 퇴직연금 부담금 납입과 적립금 운용상품만기가 특정 시점에 집중돼 머니무브로 인한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제기됐다.
특정 시점 만기 편중도가 낮은 DC형과 IRP형을 제외하고 DB형 퇴직연금 상황을 점검한 결과, 올해 기업들이 납입해야 할 DB 신규 부담금은 약 38조3000억원이다. 이 중 66.7%인 25조6000억원이 올해 12월 납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DB 운용적립금 190조8000억원(지난달 말 기준) 가운데 37.4%인 71조4000억원의 만기가 올해 12월 도래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올해 12월 퇴직연금 부담금 납입과 만기가 몰려있는 만큼 해당 시점에 대규모 자금이 이동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대규모 머니무브가 일어날 경우 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이는 유동성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에 당국은 퇴직연금 분납 및 만기 다변화를 통해 연말에 있을 머니무브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하기로 했다. 퇴직연금을 납입하는 사용자로서 금융회사들은 올해 12월이 되기 전 신규 납입하는 올해 DB형 퇴직연금 부담금(총 3조2000억원)의 40% 이상을 2차례 이상 분산·분납해야 한다. 또 기존 적립금의 12월 만기 도래분(7조7000억원)에 대해서도 만기 다변화를 추진하기로 했다.
아울러 퇴직연금상품을 기업에 제공하는 퇴직연금사업자로서 금융회사들은 1년 만기 외 다양한 만기 상품을 적극 제시하기로 했다.
퇴직연금 시장에서의 고금리 과당경쟁 방지를 위한 규율체계도 오는 9월 중 마련할 방침이다. 당국은 금융회사들이 자금조달을 위해 퇴직연금을 유치하는 과정에서 다른 기관의 금리공시를 베끼는 '컨닝공시'와 수수료(웃돈)를 통해 대기업 등 특정 사업장에 고금리 상품을 제공하는 사례, 원리금 보장상품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변칙적 원리금보장상품을 제공하는 등의 과당 경쟁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앞으로는 고용부에 등록된 퇴직연금사업자가 아닌 비(非)사업자가 제공하는 원리금보장상품에 대해서도 퇴직연금사업자와 동일한 공시의무를 부여할 예정이다. 또 사실상 원리금보장 상품임에도 관련 규제를 회피하고 있는 변칙 파생결합사채도 원리금보장 상품의 규율을 동일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수수료 수취·제공 금지를 통해 수수료를 활용한 고금리 원리금보장 상품 제조 관행도 개선한다.
금융위는 이같은 내용의 '퇴직연금 감독규정'을 개정 중으로 오는 9월 개정 작업이 완료될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영 상임위원은 "퇴직연금 등을 포함한 상품·업권 간 금융권의 자금이동을 밀착 모니터링해 자금시장의 급격한 쏠림 및 시장 불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금융업권과 지속 소통·점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