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부동산 규제 완화에 가계대출 '꿈틀'···5대銀, 한 달새 1조원 '쑥'
[초점] 부동산 규제 완화에 가계대출 '꿈틀'···5대銀, 한 달새 1조원 '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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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5대銀 가계대출 9755억원↑···3개월 연속 증가
주담대가 증가세 견인···살아난 매수심리·규제완화 영향
금리 상승세 불구 가계대출 억제 효과 '미지수' 분석도
은행 ATM기 앞에서 시민이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은행 ATM기 앞에서 시민이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심상찮은 가계대출 증가세에 대한 경고가 연일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1조원 가까이 늘어나는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한동안 주춤했던 가계대출에 대한 경고등이 다시 켜진 것은 올해 5월부터다. 가계대출 잔액은 1년 5개월 만에 상승 전환한 뒤 3개월 연속 증가세인데, 이 기간동안 증가폭은 다달이 커졌다.

가계가 은행에서 빌린 돈이 줄어들지 않는 배경으로는 주택 매수 심리가 회복되면서 늘어난 주택 관련 대출 수요가 지목된다. 여기엔 정부가 추진하는 가계대출 규제 완화책으로 가계부채 리스크가 더욱 커지고 있다는 우려도 상존한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지난달 가계대출 잔액은 679조2208억원으로, 전월(678조2454억원)보다 9754억원(0.1%) 증가했다. 금리인상기에 증가세가 주춤하던 가계대출 잔액은 지난해 1월부터 올해 4월까지 1년 4개월 연속 감소 추세를 이어오다 지난 5월부터 반등,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가계대출을 견인한 건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다. 지난달 이들 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12조8875억원으로, 전월보다 1조4868억원(0.3%) 늘었다. 같은 기간 동안 신용대출 잔액(108조6828억원)은 2462억원, 전세자금 대출 잔액(122조9823억원)은 6486억원 축소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주담대가 가계대출 상승세를 주도한 셈이다.

주담대 증가는 최근 부동산 거래가 되살아나면서 주택 대출 수요가 회복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집값이 반등하고 거래량이 늘자 주택 매수 기회를 노리던 수요자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서울부동산정보광장이 집계한 올 상반기 서울 아파트 거래 건수는 1만7315건으로 전년 동기(7874건)에 비해 크게 늘었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 역시 지난달 31일 기준 88.3으로, 전주 대비 0.9포인트(p) 올랐다. 이 지수는 수치가 낮을수록 집을 팔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인데, 22주 연속 상승세를 나타내는 중이다. 

가계대출 증가세의 배경엔 금융 당국이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위해 쏟아낸 규제 완화 정책도 한 몫했다는 평가다. 당국은 냉각된 주택시장에서 실수요자들의 거래를 지원하고자 지난해 하반기부터 규제 완화 방안을 추진했다.

사진=서울파이낸스DB
사진=서울파이낸스DB

작년 12월부터 투기·투기과열지구 1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한 주담대를 허용했고, 무주택자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규제는 50%로 일원화했다. 올 초엔 소득을 따지지 않는 저금리 정책 상품인 특례보금자리론도 출시했다.

특례보금자리론은 연소득에 상관없이 최대 9억원의 주택을 담보로 5억원까지 빌릴 수 있는 상품으로,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목표로 한다. 해당 상품은 인기를 끌면서 심사를 통과한 대출만 30조원을 넘어선 상태로, 가계대출 증가의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최근엔 '역전세난(전셋값이 계약 당시보다 하락)'에 전세보증금 반환을 목적으로 한 대출규제를 풀어주기로 하면서 가계부채를 더욱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분위기다. 이번 규제 완화는 전세금 반환이 힘든 집주인에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대신 총부채상환비율(DTI) 60%를 적용하는 걸 골자로 한다. 세입자의 주거 안정을 위한 고육지책이다.

가계부채 증가세를 우려하는 한국은행도 정부의 규제완화를 언급한 바 있다. 한은이 지난 1일 공개한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을 보면 금통위원들은 "최근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가 가계부채 증가세 확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출태도가 완화된 상황에서 주택가격 상승 기대가 높아질 경우 가계대출이 빠르게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가계대출 증가세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최근 은행 대출금리가 다시 오르고 있다는 점은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통상 금리가 오르면 차주들의 금융 부담이 증가하면서 대출 수요도 줄어들기 마련이다. 다만 앞으로 금리가 내려갈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상황이어서 금리 상승이 가계대출 수요를 억제하는 역할을 충분히 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제기된다.

변동금리형 주담대 상품의 금리 지표가 되는 신규 코픽스는 지난 4월 3.44%까지 떨어졌다가 5월 3.56%, 6월엔 다시 3.7%로 뛰었다. 이날 기준 5대 은행의 주담대 금리는 혼합형(고정형)이 연 3.83~6.289%, 변동형은 연 4.08~6.937%로 상단이 7%에 근접했다.

특례보금자리론의 경우 3월부터 5개월 연속 금리가 동결돼 왔지만, 재원조달비용 상승 등으로 인해 오는 11일부터 일반형 상품의 금리를 0.25%p 인상 적용하기로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 하반기 주택 매수심리가 더욱 살아난다면 주담대를 중심으로 한 가계대출 증가세에도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당분간 대출금리 상승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큰데, 금리 부담보다는 부동산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큰 이들도 적지 않기 때문에 가계대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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