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말부터 올해 초까지 4대 은행서 1700여명 신청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올해 상반기 주요 시중은행에서 '연봉킹'에 이름을 올린 직원들은 은행장이 아닌 퇴직자들이었다. 4대 은행 퇴직자들 가운데서는 최고 11억원에 달하는 퇴직금을 받은 사례도 있었다. 최근 몇 년간 은행 희망퇴직에 관리자급 행원들이 대거 몰렸는데, 수억대 퇴직금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17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2023년 반기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상반기 기준 일반 행원을 대상으로 지급한 퇴직금 가운데 가장 높은 금액은 11억300만원으로, 하나은행에서 지급됐다. 관리자 직급의 해당 직원이 퇴직금과 함께 받은 총 보수(근로+퇴직+기타소득)는 11억8700만원이었다.
하나은행의 경우 총 보수 상위 5인에 오른 행원들 모두 10억원이 넘는 퇴직금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5명 모두 관리자 직급으로 퇴직금만 10억5000만~11억300만원이었으며, 총 보수는 11억2400만~11억8700만원이었다. 이승열 하나은행장의 총 보수가 5억원 미만으로 공시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것과 대비된다.
하나은행은 올해 초 관리자·책임자·행원급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 최대 24~36개월치 평균임금을 지급하는 내용의 특별퇴직을 시행했는데, 그 영향으로 퇴직금 액수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4대 은행 중 은행장(이원덕 전 행장) 보수가 6억8200만원으로 가장 높았던 우리은행의 경우에도 퇴직자 5인의 보수가 이보다 많았다. 모두 부장대우급이었던 퇴직자들은 퇴직금만 8억5900만~9억2300만원을 챙겼고, 이에 따른 총 보수는 9억1300만~9억6900만원이었다. 현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총 보수액 5억원 미만으로 공시되지 않았다.
국민은행에선 이재근 행장이 총 보수로 5억8700만원을 받을 때, 퇴직자 5인은 총 8억7300만~9억1200만원을 지급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퇴직자는 모두 조사역 직급으로, 퇴직금만 8억300만~8억4000만원에 달했다.
신한은행에선 커뮤니티장·지점장 5인이 8억7400만~9억4300만원에 달하는 가장 많은 보수를 받고 은행을 떠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5명이 받은 퇴직금만 7억5100만~8억2700만원이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상반기 5억3400만원의 보수를 받았다.
10억원대 달하는 은행원들의 보수는 대부분 퇴직금으로 이뤄져있다. 은행들이 디지털화 흐름에 맞춰 조직 슬림화를 위해 파격적인 퇴직조건을 내걸면서 몇 년 새 퇴직금 규모가 대폭 뛴 것이다. 은행들은 수억원대 퇴직금뿐 아니라 학자금, 재취업 지원금, 건강검진 비용 등까지 퇴직조건으로 내걸었다. 그 결과로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4대 은행을 떠난 은행원만 1700여명에 달했다.
희망퇴직을 통한 은행권의 조직 슬림화 움직임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최근 신한은행 노사는 희망퇴직 조건을 합의하고 다음주 초까지 희망퇴직 신청을 받기로 결정했다. 대상도 만 39세까지로 대폭 넓혔다. 신청 대상은 부지점장 이하 모든 직급의 근속연수 15년 이상, 1983년생이전 출생자다. 하나은행도 지난달 말 만 15년 이상 근무한 만 40세 이상 일반 직원들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조직 슬림화는 비용과 체질개선 측면에서 나아가야 할 방향이기 때문에 실적이 좋을 때 희망퇴직을 선제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인력구조가 어느 정도 정리되면 퇴직조건이 지금보다 좋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직원들도 대규모로 퇴직을 신청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한편, 퇴직금뿐 아니라 은행 직원 1인당 평균 연봉(반기 기준)도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 4대 은행의 직원 1인당 평균 급여액은 6150만원으로 전년 동기(5875만원) 대비 4.7%(275만원) 올랐다. 반기 기준으로 시중은행 직원 평균 연봉이 6000만원을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를 1년치로 단순 계산하면 직원 1인당 평균 1억2300만원의 연봉을 받게 된다.
4대 은행 가운데서는 하나은행이 6700만원을 기록해 1위를 차지했고 이어 국민은행 6200만원, 우리은행 6100만원, 신한은행 5600만원 등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