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암호화폐 '리플'을 관리·운영하는 미국 가상자산 플랫폼 리플랩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의 증권법 위반 소송에서 승리하며 '증권성' 논란에서 자유로워진 가운데, 위믹스 등 국내 가상자산 대부분에 증권성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예자선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22일 국회에서 열린 '위믹스 등 가상자산의 증권성, 핵심 쟁점과 해법을 모색한다' 토론회에 참가해 이같이 밝혔다.

예 변호사는 "증권성이란 사업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투자 관계를 증명하는 것을 뜻한다"며 "위메이드의 경우 위믹스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이를 통해 생태계를 키워 위믹스의 가치를 올리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증권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비트코인의 경우 발행자가 없고 개인이 채굴을 통해 판매하는 탈중앙화 시스템이기 때문에 증권으로 볼 수 없지만, 발행처가 분명한 대부분의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후발 암호화폐) 의 경우 증권성 논란에서 자유롭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가상화폐가 증권으로 인정되면 증권법을 적용해 금융 당국의 통제를 받게 되며, 투자자 보호를 위해 가상화폐 거래소가 아닌 증권거래소를 통해서만 가상화폐를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앞서 지난 7월 리플랩스가 증권법을 어겼다는 SEC 측의 소송에 미국 뉴욕지방법원이 약식 판결로 리플의 손을 들어주자, 국내 가상자산 업계서는 증권성 논란에서 벗어났다는 안도의 분위기가 이어졌다. 이 경우 사전 등록 절차를 거치지 않은 대부분의 가상화폐가 상장 폐지 수순을 밟기 때문이다.

다만 이후 미국 법원이 거래소에서 판매된 리플 외 리플랩스가 기관 투자자에 판매한 리플은 증권이라고 판단하며 가상자산의 증권성 적용 논란은 아직까지 이어지고 있다.

가상자산 발행처가 해당 가상자산으로 자금을 모집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약속한다면 투자 관계가 성립돼 증권성이 적용된다는 것이다. 이 경우 장현국 위메이드 대표가 "향후 모든 게임의 기축통화가 될 경우 위믹스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주장한 위믹스를 비롯해 이른바 '김치 코인' 대부분에 증권성이 적용될 수 있다.

미국 법원이 건별로 가상화폐의 증권성에 대한 판결을 내놓는 상황에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가상화폐 증권성을 구분할 법적 체계나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 기준을 빠르게 마련하지 않을 경우, 일부 가상화폐 사업자의 부당 이익 창출과 가상자산 보유자의 피해로 이어지는 '제 2의 테라·루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예 변호사는 위믹스 유통량 초과 사건과 테라·루나 사건 등을 예로 들며 "투자의 권리가 2차 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는 금융투자상품의 경우, 권리의 가치를 조작하는 것으로 누구나 쉽게 부정이익을 얻을 수 있다"며 "가상자산의 증권성 인정은 가상자산에 투자한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기본적인 장치"라고 말했다.

이어 가상자산 거래에 대한 규제가 블록체인 기술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블록체인 기술 개발 자체에 대해서는 어떠한 법에서도 금지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거래 방식에 대한 규제와 기술 개발은 아무런 상관이 없다"며 "투자자 보호에 대해 책임을 지지 못하는 일부 사업자가 처벌받는 것보다, 가상자산 투자 피해로 사회·경제적 피해가 커지는 것을 우선적인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블록체인 기술은 기본적으로 보안 산업에서 출발했는데, 이러한 신기술의 이미지를 악용해 부당 이익을 취하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며 "대부분의 가상화폐 발행자들이 국민적 신뢰를 잃어버린 상황에서, 이들에 대한 최소한의 규제는 적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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