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터널 지나고 있는 르노코리아에 지금 필요한 것
[기자수첩] 터널 지나고 있는 르노코리아에 지금 필요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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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르노코리아자동차가 지난달 31일 서울 중구 소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를 주관한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사장은 판매 회복을 위해 판매 가격을 인하한다고 발표했고, 관련 조직인 세일즈마케팅본부도 개편했다고 밝혔다.

르노코리아는 어두운 터널을 지나고 있다. 올 1~8월 내수 시장 누적 판매 대수는 1만5477대로 전년 동기(3만4437대) 대비 55.1% 줄었다. 재작년 같은 기간(3만8402대)과 비교하면 59.7% 감소했다. 이에 시장 점유율도 2021년 3.9%, 2022년 3.8%, 2023년 1.6%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이같은 추세가 계속된다면 올해 누적 3만대 돌파도 쉽지 않아 보인다.

판매 부진의 원인은 제품 경쟁력 약화에 있다. 르노코리아는 현재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XM3, 중형 SUV QM6, 중형 세단 SM6 등 세 차종만 팔고 있다. XM3는 코나·셀토스·트랙스크로스오버 등 쟁쟁한 경쟁 모델로 인해 수요를 잃은 지 오래고, QM6와 SM6는 지난 2016년 첫 출시 이후 현재까지 부분변경으로만 간신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상태다. 차종별 올 1~8월 시장 점유율은 XM3 0.6%, QM6 0.8%, SM6 0.2%다. 모두 1% 미만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해 르노코리아가 꺼낸 카드는 판매 가격 인하다. 주력 차종 중 하나인 QM6의 경우 LPG 2.0 LE 트림 가격을 기존 2931만원에서 91만원 인하한 2840만원에 판다. 각종 편의 장비를 기본 제공하는 RE 트림은 3365만원에서 195만원 내린 3170만원에 판매한다. 화물밴 퀘스트에는 기존 최하위 트림 SE보다 185만원 저렴한 2495만원짜리 밴 트림을 추가하고, 2열 하단 공간을 수납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옵션을 새롭게 선보인다.

유관 조직인 세일즈마케팅본부도 개편했다. 폭스바겐 및 PSA그룹에서 판매 위기를 극복하고 르노그룹에서는 알핀 브랜드 성장을 이끈 위기 관리 전문가 엠마누엘 알나와킬 전 알핀 판매 운영 부사장을 세일즈마케팅본부장에 임명한 것. 드블레즈 사장은 "내수 시장 반등을 지휘할 적합한 인물로 평가한다"고 설명했다.

그들의 이런 노력은 곧 판매 대수로 판가름 날 것이다. 반등의 발판을 마련할 수도, 아니면 더 깊은 수렁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런데 이미 경쟁력이 떨어진 제품들로 무엇을 더 만들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울며 겨자 먹기로 억지 판매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생각마저 든다.

'자동차 제조사는 신차를 먹고 산다'는 얘기는 업계의 정설로 통한다. 가령 올 1~8월 내수 시장 점유율 91%를 차지한 현대차·기아는 신차급 부분변경과 구형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대대적인 완전변경 등을 통해 많은 이의 선택을 받고 있다. 르노코리아도 이를 모르는 것이 아니지만, 프랑스 본사의 보수적 투자를 이유로 제품군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루카 드 메오 르노그룹 회장은 작년 10월 방한해 향후 6년간 르노코리아에 1조3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계획은 오로라 프로젝트로 불리는 중형급 하이브리드 SUV의 국내 출시를 포함한다. 중형급 하이브리드 SUV는 중국 지리차와 스웨덴 볼보가 공동 개발한 CMA 플랫폼을 토대로 개발 중이다. 디자인은 프랑스 르노그룹이 맡고, 르노코리아는 국내 소비자 눈높이에 맞는 안전·편의품목을 탑재한다.

문제는 내년 하반기로 잡혀 있는 출시 시점이다. 조기 출시가 필요해 보이나 르노코리아는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며 "완성도를 높이는데 역량을 기울일 것"이라고 했다. 결국 내년 상반기까지 XM3, QM6, SM6 세 차종으로 버텨야 한다는 얘기인데, 가격 인하 카드가 오히려 브랜드 가치를 추락시키는 독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앞선다. "중형급 하이브리드 SUV뿐 아니라 XM3 부분변경 출시도 준비하고 있는 만큼 내년은 분명 올해와 다를 것"이라는 르노코리아 관계자의 말처럼 경쟁력 있는 신차들을 통해 잃었던 성장동력을 다시금 되찾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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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 2023-09-19 21:21:31
현재 판매되는 차량이나마 제대로 만들고 팔린 차 A.S.부터 제대로 해야합니다. 고객의 심대한 손해와 불만, 불편을 완전 모르쇠로 무시하여 회사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으니 잘될일이 없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