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등 여전히 망사용료 지급 문제 남아···"시장질서 위한 법제화 필요"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SK브로드밴드(SKB)와 글로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플랫폼 넷플릭스가 국내 망 사용료와 관련해 3년 이상 이어온 소송을 끝내기로 지난 18일 합의했다. 두 회사가 각각 소송을 취하키로 했지만, 여전히 '망중립성'과 '망 프리라이딩(Free Riding)'을 둘러싼 사용료 문제는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는 만큼, 앞으로 망 사용료 법제화 논의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SKB와 넷플릭스는 서로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 반환과 채무 부존재 확인 소송을 취하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또 양사는 이날 SK텔레콤과 함께 요금제 및 IPTV 결합 상품을 선보이는 등 고객 편익 강화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넷플릭스와 SKB는 구체적 합의 조건에 대해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는 SKB가 소송전 1심에서 승소 판정을 받는 등 다소 유리한 입장에 놓여있던 만큼 양측 협상 과정에 넷플릭스가 망 사용료에 상응하는 일종의 합의금을 지불했을 것이란 추측이 나온다.
앞서 SKB는 넷플릭스가 발생시키는 과도한 트래픽에 망 운영 부담을 느끼고 넷플릭스 측에 망 사용료를 내라고 요청했으나, 넷플릭스가 이에 응하지 않으며 지난 2019년 11월 방송통신위원회에 중재 신청을 냈다.
넷플릭스 측은 망 사용료 지급 의무가 없다며 SKB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으나, 지난 2021년 6월 1심에서 패소 판결을 받았다. 넷플릭스는 즉각 상소했고, 양측 소송의 쟁점은 구체적 망 사용료 금액 산정 여부로 이어졌다.
업계는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지난 7월 항소심 재판부가 망 사용료 감정이 필요하다는 SKB의 손을 들어주고, 감정 기관으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를 선정하며 넷플릭스 측의 부담이 커졌을 것이라 분석한다.
또 SKB와 그룹 계열사 SK텔레콤 역시 소송이 장기화되며 이미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은 경쟁사 KT·KT스카이라이프, LG유플러스·LG헬로비전에 콘텐츠 경쟁력을 뺏기고 있다는 점도 양측 합의에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SKB 관계자는 "발표된 내용 이외에 계약과 관련한 구체적 세부사항을 공개하기는 어렵다"며 "SKB, SKT, 넷플릭스 3사가 모두 윈-윈(win-win)하고, 고객을 우선시하는 미래 지향적 파트너로서 함께 하기 위해 이번 전략적 협력에 나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SKB와 넷플릭스 간의 소송전이 양측 합의로 마무리됐음에도 망 사용료와 관련한 법제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여전하다. 넷플릭스 외에도 구글 등 글로벌 콘텐츠 사업자(CP)들이 여전히 통신사에 어떠한 대가도 지불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신민수 한양대 교수는 "망 사용료 논쟁은 기본적으로 CP가 발생시키는 과도한 트래픽에서 발생한 것인데, 넷플릭스가 발생시키는 트래픽보다 구글의 트래픽이 훨씬 많다"며 "구글이 여전히 협상 테이블에 나오지 않고 있는 만큼, 여전히 망 사용료에 대한 법제화 논의는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번 SKB와 넷플릭스 간 합의가 망 사용료 법제화 논의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신 교수는 "유럽연합(EU)의 경우 CP로부터 직접적 보상을 받는 것을 법제화 목표로 하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이보다 시장 질서를 바로 잡는 것을 우선 목표로 한다"며 "이를 위한 첫 번째 과정이 '자율적 협약'인 만큼, 이번 제휴 역시 법제화 논의에 제동을 걸기 보다는 질서를 바로 잡기 위한 단초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협상 과정에서 한 쪽의 협상력 부재와 열위로 발생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해 망 사용료 법제화가 필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지난 18일 "넷플릭스와 망사용료 분쟁 해결을 환영한다"면서도 "망 이용대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 재도 개선은 여전히 필요하다. 미국·유럽 연합(EU)등 글로벌 동향에 발맞춰 국내에서도 제도 정비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계속 살펴볼 것 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