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금융부 직원 1명, 15년간 77회 걸쳐 횡령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최근 발생한 BNK경남은행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횡령 사건의 횡령 규모가 3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금융사고 중 역대 최대 규모다.
거액의 횡령사고가 발생할 수 있었던 데에는 BNK금융지주와 경남은행의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기능 전반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금융감독원은 관련 임직원을 엄정 조치하고 내부통제 실효성을 높일 방침이다.
20일 금융감독원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남은행의 직원은 지난 2009년 5월부터 2022년 7월까지 투자금융부에서 일했던 약 15년간 본인이 관리하던 17개 PF 사업장에서 2988억원을 빼돌렸다.
해당 직원은 77회에 걸쳐 대출금에서 1023억원을, 대출 원리금 상환자금에서 1965억원을 각각 횡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 인한 경남은행의 순손실은 595억원에 이른다.
금감원은 사고 원인에 대해 경남은행의 대주주인 BNK금융지주가 자회사에 대한 내부통제 통할 기능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BNK금융지주는 경남은행에 대한 내부통제 관련 테마(서면)점검 실시하면서도, 지난 2014년 10월 경남은행의 지주 편입 이후 고위험 업무인 PF대출 취급 및 관리에 대해서는 점검을 실시한 사례가 없었다.
경남은행은 2020년부터 PF대출이 급격히 증가하는 상황이었다. 경남은행에 대한 지주 자체검사의 경우에도 현물 점검 외 본점 사고예방 검사 실적이 전무하다는 게 금감원 측 설명이다.
경남은행도 PF대출 업무와 관련한 여신관리 및 인사관리, 사후 점검 등 내부통제 절차를 미흡하게 처리했다고 지적했다. 대출금 지급 시 대출약정서에 명시된 정당계좌를 통해서만 대출금이 지급되도록 통제하는 절차가 없었다는 얘기다.
대출 상환 시 업무처리 절차를 규정하지 않았으며, 대출 실행 또는 상환 시에 해당 내용에 대한 차주 통지도 이뤄지지 않았다.
횡령 직원이 15년간 동일 부서에서 PF대출 업무를 담당하고, 본인이 취급한 PF대출에 대해 사후관리 업무까지 수행하는 등 직무분리도 미흡했다. 고위험업무인 PF대출 취급 및 사후관리 업무에 대한 명령휴가는 한 번도 실시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사후점검도 부실했다. 문서관리의 적정 여부 및 정리채권 이관의 적정 여부 등을 자점감사 대상으로 규정하지 않았고, 규정됐더라도 특별한 사유 없이 감사를 실시하지 않거나 부실하게 감사해 장기간 횡령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
경남은행 본점의 거액 여신 실행은 이상거래 발견 모니터링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조기 적발도 불가능했다.
무엇보다 횡령사고 대응에 있어 문제가 많았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이다. BNK금융지주와 경남은행은 모두 사고자와 관련한 금융사고 정황을 지난 4월 초에 인지했다. 하지만 경남은행은 사실관계 확인을 위한 자체조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보고를 지연했다.
BNK금융지주 역시 금융사고 정황을 인지한 후 7월 말에서야 경남은행에 대한 자체검사에 착수해 사고 초기대응이 지연됐다.
금감원은 횡령 금액의 사용처를 추가 확인하고 사고자 및 관련 임직원의 위법·부당행위에 대해서 엄정 조치할 방침이다. 횡령사고 현장검사가 마무리되는 대로 수사당국과 관련내용을 공유하는 등 실체규명에 적극 협조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내부통제 혁신방안의 철저한 이행을 지도하는 한편, 금융사고 예방을 위한 내부통제 시스템의 실효성을 지속해 높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