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發 리스크에 들썩이는 국제 유가···물가 반등 방아쇠 되나
중동發 리스크에 들썩이는 국제 유가···물가 반등 방아쇠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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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팔 분쟁에 반등한 유가···이란 확전시 불확실성 확대
9월 CPI 전망치 3.6% 예상···계절적 요인 등 변수 '여전'
"중동전역 확전 가능성 낮고 기조적 물가둔화 흐름 유지"
지난 9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게시된 휘발유·경유 가격. (사진=연합뉴스)
지난 9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 게시된 휘발유·경유 가격. (사진=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최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분쟁으로 요동치는 국제 유가가 안정세를 찾아가던 물가에 반등의 방아쇠가 될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특히 이번 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될 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며, 경제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요동치는 유가···확전 시 배럴당 150달러까지 전망

지난 11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SE)에서 1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이 전장 대비 2.88% 하락한 배럴당 83.4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 9일 국제유가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을 공습 이슈가 반영되며 지난 9일 배럴당 86.38달러까지 상승했지만, 이후 2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기록했다. 브렌트유 가격 또한 85.82달러로 전장 대비 2.1% 내렸다.

이런 흐름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기 때문이다. 분쟁의 핵심지역인 가자 지구가 원유 생산지가 아니라는 점에서, 이·팔 분쟁이 원유 공급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다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이번 사태의 배후에 이란이 있다는 추측이 확인될 경우, 서방의 대(對)이란 제재가 강화되면서 중동 지역 전역으로 사태가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란이 전세계 원유가 운송되는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할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유가 반등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이란의 원유 생산량은 일평균 290만배럴이며,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는 원유 수송량은 최대 2000만배럴로 세계 공급의 20%에 달한다.

황성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으로 확전 시 원유 수송에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 원유 생산량이 200만배럴 감소시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까지 상승할 수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 시에는 150달러까지 상승 가능하다"고 전망했다.

이어 그는 "최근 국제유가가 10달러 이상 하락했지만 이번 지정학 이슈, 견고한 원유 수요, 미국의 원유 생산량 감소 가능성 등을 고려하면 유가 강세 국면이 지속될 전망이다. OPEC도 기존 수요 전망을 여전히 유지 중"이라고 덧붙였다.

◇뛰는 유가에 물가 상승 우려 재점화

문제는 유가 관련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경계감도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12일(현지시간) 9월 미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를 앞둔 가운데, 시장에서는 전년 대비 3.6%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전월 상승률 대비 0.1%포인트(p) 둔화된 수치다.

앞서 미 CPI 상승률은 지난해 6월(9.1%) 정점을 기록한 이래 꾸준한 하락세를 보이며, 올해 6월 3%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7월 들어 3.2%로 재반등한데 이어 8월엔 3.7%까지 상승했다. 8월 기준 에너지 가격이 한달새 5.6%나 올랐기 때문이다.

국제유가 변동이 일정 시차를 두고 물가에 반영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9월 CPI가 예상치를 웃돌거나, 10월 들어 추가 반등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는 겨울철을 앞두고 있다는 점도 유가 상승으로 인한 물가 반등 가능성을 높인다.

실제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이 2.2%로 전월 대비 0.6%p나 상승하며, 물가 반등가능성을 지지했다. 이는 예상치(1.6%)를 크게 웃돌았다. 전월 대비로도 0.5%나 상승, 예상치(0.3%)를 웃돌며 물가 상방압력을 높였다. PPI는 유가와 마찬가지로 시차를 두고 최종 소비재 가격에 반영된다는 점에서 CPI의 선행 지표로 분류된다.

◇발등에 불 떨어진 韓···"상승압력 제한적"

우리나라 역시 비상이 걸렸다. 앞서 국내 물가상승률은 지난 2월 4%대에 진입한 이래 △3월 4.2% △4월 3.7% △5월 3.3% △6월 2.7% △7월 2.3% 등 급격한 하락세를 보였다. 하지만 지난 8월 3.4%로 한달 새 1.1%p 오른데 이어 9월 3.7%까지 상승한 상태다.

기재부는 물가 급등세에 대해 "7월 중순부터 큰 폭으로 상승한 국제유가가 시차를 두고 국내에 반영됐다"며 "여기에 호우·폭염 등에 따른 농산물 가격 상승 등 일시적 요인이 더해지면서, 물가가 상승한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한은 역시 "기저효과가 일부 작용한 가운데 유가와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물가상승률이 8월 전망경로를 다소 웃도는 수준으로 높아졌다"며 "향후 물가 전망경로 상에 국제유가와 환율 추이, 국내외경기 흐름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물가 상승 압력이 제한적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이틀간 유가 하락세 나타나듯 이·팔 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될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우세할 뿐만 아니라 유가 외에도 개인서비스물가 등 기조적 물가 둔화 흐름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변동성이 큰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률의 경우 3.3% 수준이 지속되고 있다.

박창현 한은 물가동향팀장은 "8·9월 물가 상승분에는 유가 외에도 농산물 가격 상승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부분이 있다"며 "물가상승률이 기존 전망경로를 다소 웃돈 부분은 있지만, 극단적으로 확대될 만큼 상승압력이 크진 않다. 유가도 다시 숨고르기 양상을 보인 만큼, 기존 전망(연말 3% 내외)에서 크게 벗어날 것 같지 않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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