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年 1조원 넘겼는데···보험사기방지법 '제자리'
보험사기 年 1조원 넘겼는데···보험사기방지법 '제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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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국회 문턱 넘은 후 타 이슈·국정감사 일정에 논의 지지부진
보험사기피해액, 작년 1조818억···솜방망이 처벌에 매년 증가세
"신속한 개정 추진돼야···엄정한 수사·처벌, 행정제재 활용 필요"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이진희 기자] # 최근 안과 의사 A씨는 지난 2018~2019년 자신이 운영 중인 안과의원에서 진료비 내역서를 거짓으로 작성, 백내장 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 치료를 받은 환자 120여명이 보험회사로부터 보험금을 받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더욱 많은 환자를 유치하기 위해 병원 관계자들과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기간 보험사기를 통해 부당수령한 보험금만 총 10억원이 넘는다.

보험사기로 적발된 금액이 지난해 1조원을 넘어서는 등 보험사기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는 가운데, 국회에 계류 중인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개정안' 논의가 답보 상태에 빠졌다. 개정안은 지난 7월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한 후 다른 이슈에 밀린 데다 국정감사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면서 아직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다.

보험업계에선 보험사기 범죄를 막기 위해선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강하게 내고 있다. 보험금 누수를 막고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는 보험사기에 대응하려면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보험사기와 관련해 업무나 직업상의 전문성을 이용한 경우엔 영업정지나 면허 취소 등 행정제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금융 당국이 지난해 적발한 보험사기 피해액 규모는 1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보험사기 규모는 △2018년 7982억원 △2019년 8810억원 △2020년 8986억원 △2021년 9434억원 등 꾸준히 증가세를 기록하다 지난해 처음으로 1조원(1조818억원)을 돌파했다. 적발 인원만 10만명을 넘겼다. 

진단서 위변조나 입원수술비 과다청구 사례가 크게 늘고 있는데, 보험설계사 또는 의료인, 자동차정비업자 등 보험사기를 저지른 관련 전문종사자의 비중도 적지 않다. 특히 성형·피부미용 등 시술임에도 일부 병원에서 도수치료를 한 것처럼 꾸미는 일에 환자 역시 문제의식 없이 동조하는 사례가 발생, 보험사기에 연루되는 경우도 빈번하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설계사와 치과병원이 공모한 조직형 치아보험 사기 조직이 치아 질환이 예상되는 환자를 모집해 보험사기에 가담시킨다거나, 일부 자동차 정비업체로부터 금품 등의 대가를 받고 보험금 허위 청구를 방조하는 사례도 있었다. 보험금 허위·과장 청구가 빈발하는 배경이다.

당국 관계자는 "보험사기로 인한 보험금 누수는 결국 보험료를 인상시켜 선량한 보험가입자의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며 "지난해까지는 보험사기 관련 수사 접수창구 일원화 등으로 보험사 수사의뢰와 검찰 송치건이 감소했지만, 유관기관과 함께 관련 조사·적발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행 법은 조직형 보험사기를 중심으로 교묘해지는 수법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지적에 따라 국회에서도 보험사기 방지법 개정에 나섰지만, 속도는 더딘 편이다. 보험사기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안은 보험업 관련 종사자 등에 대한 처벌 강화, 유제 확정판결시 보험금 반환 의무 도입, 금융당국의 자료제공 요청권 도입 등의 내용이 담겼다.

여야 간 이견이 없다는 점에서 빠른 통과가 예상됐음에도 다른 이슈, 국감 일정 등으로 법안이 표류하는 모양새다. 실제로 지난 7월 법안심사소위원회 회의에선 금융당국의 자료제공 요청권 도입을 비롯해 관련 종사자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명단 공표 등 주요 쟁점 사항들에 대한 개정과 관련해 상당 부분 합의가 이뤄졌다.

개정안은 의결된 내용을 토대로 향후 정무위원회가 대안을 마련, 전체회의에 보고하고 이후 법제사법위원회 및 본회의 의결 순서로 개정 절차가 진행될 전망이다. 일각에선 국감 일정 등을 고려했을 때 연내 속도를 내긴 힘들 것이란 시각도 있다.

백영화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2일 '보험사기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 현황을 보면 일반 사기죄보다도 관대하게 처벌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의 입법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보험사기에 대한 엄정한 수사·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험사기 범행을 저지르더라도 벌금형 위주로 처벌되는 현 상황에서 처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업무나 직업상의 전문성을 이용해 보험사기 범행을 저지른 자의 경우 영업 정지나 면허 취소 등 행정제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 개정 작업이 신속하고 원활하게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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