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이서영 기자] 유럽 등과 비교해 10분의 1의 불과한 국내 탄소 배출권 가격이 이월 제한 완화로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제기됐다. 이 경우 시장 안정화를 위해 가격 상한제 등이 동반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1일 배출권시장협의회는 한국거래소 컨퍼런스 홀에서 '국내외 배출권시장 현황 및 개선 방안'을 주제로 제2차 자문위원회 세미나를 열었다.
현재 국내 탄소배출권 시장은 해외 시장에 비하면 다소 위축돼 있다.
최관순 SK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탄소배출권(KAU22)은 수요 둔화로 인해 60% 이상 가격이 하락했고, 올해 소폭 반등했음에도 여전히 국내 배출권 가격은 저조하다"며 "유럽의 10% 수준에 불과할 정도로 글로벌 배출권 가격 대비 저조한 가격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기업을 배려한 무상 할당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 지적됐다.
최 연구원은 "현재 온실가스 배출량 대량배출 기업 중 산업부문의 경우 대부분 100% 무상 할당이 진행되고 있다"며 "지난 2021년도 국내 배출권 중 유상할당 비융을 2.5%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유상할당이 10% 이상인 업종은 감축률이 높았던 것을 비교하며, 이를 늘려야 시장이 활성화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이날 세미나에서는 향후 국내 배출권 가격은 상승할 것이란 기대감이 제기됐다.
기업이 배출권을 무작정 쌓아두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시장에 순매도한 만큼만 다음해로 물량을 이월할 수 있도록 제한 조치를 적용하고 있는데, 최근 정부가 1배에서 3배로 완화하면서 적게 팔아도 이전과 동일한 물량의 이월이 가능해져 시장 공급 물량이 줄어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용건 환경연구원 기후대기연구본부장은 "현재는 이월을 위해 이월분에 해당하는 물량을 내놓다보니 배출권 가격이 너무 낮아져 문제이지만, 이월제한 완화 조치가 시행되면 가격과 수요가 모두 급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때문에 활성화 정책 뿐만 아니리 시장 안정화 장치가 필수적으로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국내에서는 가격 하한가를 공개하진 않지만 해당 제도를 유지하고 있다"며 "문제는 상한가격이 없기 때문에, 적정 가격에 대한 다양한 전문가와 정부의 정치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은 이같은 가격 구간을 2~3개 설정해, 본받을 만한 제도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시장 안정화 장치에 대해 이재호 한국거래소 증권파생상품 연구위원은 "국내 배출권 시장 안정화 장치의 목적은 시장의 수급을 조절하고, 가격 변동성을 축소하는 데 있다"며 "수량 기반 모형을 중심으로 시장 안정화 장치를 설계하되, 가격 기반 모형도 함께 필요하다"고 전했다.
배출권 시장 확대에 대한 목적 의식을 제대로 가질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배출권 시장이 확대돼야 하지만, 기본적인 목적은 넷제로 등이 목표고 탄소배출권 거래는 수단으로 봐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