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MM 매각 유찰되나···LX인터 본입찰 불참 전망 나와
HMM 매각 유찰되나···LX인터 본입찰 불참 전망 나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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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X인터내셔널, 하림, 동원 중 가장 자금력 우수한 LX인터 인수 포기 가능성
5조~7조 매각가, 산은 등 HMM 전환사채 보통주 전환따라 매각가 더 높아질 수도
"HMM 현금자산만 14조로 매력적 인수 대상, 하지만 인수 후 승자저주 빠질 수도"
HMM의 컨테이너선 모습. (사진=주진희 기자)
HMM의 컨테이너선 모습. (사진=주진희 기자)

[서울파이낸스 김수현 기자] HMM 인수전에 변수가 생겼다. 인수 예비입찰에 참여한 후보 기업 가운데 가장 자금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는 LX인터내셔널이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해운업계와 투자은행(IB) 등에 따르면 LX인터내셔널이 오는 23일 HMM 매각을 위한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9일 예비 입찰에는 LX인터, 하림, 동원그룹 등 3개사가 적격인수후보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LX인터내셔널이 해운업 불황 등을 이유로 본입찰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LX인터내셔널은 이에 대해 "기존대로 HMM 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 중"이라면서 "본입찰 전까진 참여 여부를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HMM의 매각 가격은 최소 5조원에서 최대 7조원으로 평가되고 있다. LX인터내셔널은 해외 물류 사업 확대를 위해 LX판토스 등 계열사와 힘을 합쳐 HMM을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지만, 세계적 경기침체 상황이 내년에도 계속되고, HMM 인수로 자금력이 바닥난 상황에서 HMM 경영악화가 이어지면 그룹 전체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판단을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특히 산업은행과 해양진흥공사가 예정대로 보유 중인 HMM 전환사채를 보통주로 전환할 것이란 입장을 확고히 함에 따라 앞으로 HMM 매각 가격이 최대 10조원 안팎으로 늘어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인수 후보기업에 자금 부담을 안겨주고 있는 것이 LX인터의 본입찰 포기라는 관측을 낳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은행 측은 앞서 지난달 1조원 가량의 HMM 전환사채를 보통주로 전환했다. 앞으로 2~3조원 어치 전환사채를 차례대로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LX인터가 본입찰을 포기하면 자칫 HMM 매각 유찰이 발생하고, 연내 HMM 매각을 공언한 산은 등의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도 하림과 동원그룹은 HMM 인수 의지를 불태우며 인수 자금 마련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 상반기 기준 하림과 동원의 현금성 자산은 각각 1조6000억원, 5000억원 가량이다.

하림그룹은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JKL파트너스와 함께 유가증권 매각과 영구채 발행, 선박 매각 등으로 재원을 마련 중이다. 하림그룹의 계열 해운사인 팬오션은 최근 한진칼 주식 390만3973주를 1628억원에 처분하기도 했다.

동원그룹은 지주사 동원산업의 자회사인 미국 참치캔 1위 업체 스타키스트의 기업공개(IPO)를 전제로 스타키스트의 전환사채(CB)를 발행해 5000억∼6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할 것으로 전해졌다. 또 소유 중인 부동산, 주식 등의 자산을 유동화해 인수 자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업계에선 하림과 동원그룹의 인수 자금이 여전히 부족한 데다, 앞으로 매각 대금이 더 늘어나면 이 두 기업이 도저히 인수할 수 없는 상태가 되기 때문에 본입찰 유찰은 불가피할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최근 HMM 노조 측도 이들 기업의 인수를 반대하며 채권단에 유찰을 요구하고 나섰다. HMM 노조는 지난 9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앞에서 집회를 열고 "인수 예비 업체 3곳은 자기자본 조달 능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라며 "이들은 사모펀드 등 막대한 외부 자금의 차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나라 최대 선사의 매각은 자본수익 회수에만 몰두하는 투기자본의 잔치로 변질할 것이고, 어렵게 축적한 자본이 민영화 이후 인수기업의 다른 목적으로 유용된다면 국내 해운산업의 발전은 더는 불가능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달 24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HMM) 적격 인수자가 없다면 반드시 매각할 이유가 없고, 그래서도 안 된다"고 말해 적정한 후보 기업이 없으면 유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내비쳤다.

업계에선 이번 본입찰이 유찰되면, 정부가 내년 포스코 등 자금력이 뛰어난 대기업의 입찰 참여를 유도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HMM이 지닌 현금성 자산만 14조원이나 된다"며 "중견 기업들에는 매력적인 인수 대상이지만,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가 자금 순환에 문제가 생기면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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