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총 "개선 지연, 기업 경쟁력 저하···일자리 창출 기반 약화 우려"
[서울파이낸스 여용준 기자] 정부가 주 52시간 근로시간 틀을 유지하면서 사실상 일부 업종에 대해 개편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경제계가 아쉬움을 나타냈다.
고용노동부는 13일 "주 52시간제의 틀을 유지하면서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는 일부 업종과 직종을 대상으로 노사가 원하는 경우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보완방안을 노사와 함께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같은 날 정부의 이번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 "지난 3월에 발표한 근로시간제도 개편안에 못 미치는 내용이고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하지 않다"고 전했다.
경총은 "설문조사 결과 현행 근로시간제도로는 갑작스러운 업무량 증가 등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어렵다는 현장의 실태가 확인됐고 상당수의 국민이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를 원하는 만큼(동의 46.4%, 비동의 29.8%) 정부는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 등 근로시간 제도 개선을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 6월부터 근로자 3839명, 사업주 976명, 국민 1215명 등 총 6030명을 대상으로 방문 면접 방식으로 근로시간에 대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에 대한 의견도 있었지만, '현 근로시간 제도로 장시간 근로가 감소했다'는 의견도 동의 48.2%로 비동의 23.0%를 앞섰다.
경총은 "현행 경직된 제도 하에서 수주를 포기하거나, 어쩔 수 없이 법을 위반하는 기업들도 상당수가 나타나고 있다"며 "근로시간 제도 개선이 지연된다면 기업경쟁력 저하와 일자리 창출의 기반이 약화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빠른 시일내에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연장근로 개편 논의 시 근로자의 건강보호 문제도 함께 검토돼야 하겠으나 지나친 주당 근로시간 상한 제한 등 과도한 조치는 노사의 근로시간 선택권을 제약해 제도 변경의 취지를 퇴색시킬 수 있으므로 현장의 다양한 상황과 수요를 반영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포괄임금 오남용은 임금체불의 문제라는 점에서 현재 국회에 계류된 법안들처럼 포괄임금 전면 금지나 각종 의무를 신설하는 것은 산업현실을 외면하고 새로운 노사갈등만을 유발하게 될 것"이라며 "포괄임금 오남용 문제는 정부의 감독을 통해 개선해야 하며 경영계 스스로도 자정 노력을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성희 고용노동부 차관은 "노사정 사회적 대화를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 나갈 것인 만큼 경영단체는 물론 노동단체도 대화에 참여해 실질적 논의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며 "정부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이 필요한 업종·직종 선정 등을 위한 실증 데이터 분석과 추가적인 실태조사에 조속히 착수하여 노사정 대화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