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공공주택의 본질에 맞는 정책이 필요하다
[전문가 기고] 공공주택의 본질에 맞는 정책이 필요하다
  • 이호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 lhi0904@ricon.re.kr
  • 승인 2023.11.16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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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이호일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

주공그린빌, 뜨란체, 휴먼시아, 천년나무, 안단테···그동안 LH가 공공주택의 고급화를 위해 LH에서 런칭한 공공주택의 브랜드 이름이다. 일부에서는 공공주택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극복하기 위해 고급화 전략을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공공주택 분양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분양을 받을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이를 주거복지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공공주택의 본질적인 목적은 무엇일까? 공공성은 국가가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이 아닌 사회구성원으로써 최소한의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영위할 수 있도록 도와줌으로써 확보될 수 있다. 따라서 공공주택의 본질적인 목적은 취약계층에 대해 안정된 주거환경을 제공하는 것이다. 지난 7월 폭우로 인해 반지하 거주자가 사망한 사건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나라의 공공주택 정책은 이러한 공공성 측면에서 본연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살펴보면 공공주택은 주변 시세보다 저렴하게 구매해서 추후 비싸게 매도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주장은 특정 소수 인원에게 시세차익에 따른 이익 창출의 기회를 제공할 뿐 사회 전체에 대한 이익을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주거복지라고 보기 어렵다. 물론 우리나라의 공공주택의 질을 높이는 정책이 완전히 잘못됐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정된 예산 내에서 공공주택의 질과 공급량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는 만큼 공공주택 정책의 방점을 어느 방향으로 찍어야 하는가에 대한 재고가 필요하다. 

미국의 경우, 공공주택의 기본 품질기준을 주택품질, 성능요건, 수용성 등 13가지의 핵심요소로 설정해 최소한의 품질로 공급하고, 해당 소득계층의 소득 30% 수준으로 임대료를 책정한다. 일본은 시영주택을 통해 저소득층의 주거안정을 도모하며, 최저 수준의 평면으로 공사비용이 작은 저층 주택만을 공급해 최소한의 비용으로 공급량을 최대한 확보하고 있다. 싱가포르는 1985년 이후 전체 국민의 80% 이상이 싱가포르 주택개발청(HDB)에서 공급한 주택에 거주하고 있다. 이러한 선진국의 공공임대주택 정책의 공통점은 최소한의 품질로 공공주택의 확장적 공급을 통해 취약계층의 주거환경을 최대한 보장해준다는 것에 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공공임대주택 건설과 매입임대주택 예산은 올해까지 4조6834억원 감소됐다. '2024년도 주택도시기금 예산안'에 따르면 내년도 공공건설임대주택 예산은 올해보다 2864억원 줄어든 4조3616억원으로 책정돼 앞으로 공공주택의 공급량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에 진입한 우리나라도 다른 국가들과 같이 한정적인 예산으로 공공주택을 공급해야 하는 상황에서 질 높은 공공주택을 공급해 공공주택의 공급량을 줄이기보다는 최소한의 품질로 최대한 많은 취약계층에게 공공주택을 공급하는 공공주택 정책으로 변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가 추구하는 공공주택의 입지, 고급화, 브랜드화 전략보다는 국민 모두가 당장 주거하기에도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벗어나, 국민으로써 안정적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최소한의 주거환경 여건을 제공해주는 것이 공공주택의 본질이다. 또한, 취약계층이 안정적인 주거환경을 확보할 수 있다면 빈곤, 저출산, 고령화 등 우리나라에 직면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마련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앞으로는 취약계층의 삶을 지탱해줄 수 있는 최소한의 주거환경을 위한 공공주택 공급에 힘쓸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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