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흉물로 방치된 '도심 빈집'···활용 방안에 '고심'
[현장+] 흉물로 방치된 '도심 빈집'···활용 방안에 '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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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빈집 활용률 몇 년째 1%도 안 돼···사유지라 강제 철거 어려워
정부 "빈집 철거 주저하게 만드는 '세금 부담' 완화하겠다"
서울시, 빈집 매입해 공공 임대주택으로 활용···올해 사업 1호 탄생
옥인동 안쪽으로 들어가면 빈집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사진은 17일 기자가 방문한 서울 종로구 옥인동 주택가에 있는 빈집들. (사진=박소다 기자)
옥인동 안쪽으로 들어가면 빈집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사진은 17일 기자가 방문한 서울 종로구 옥인동 주택가에 있는 빈집들. (사진=박소다 기자)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 종로구는 서울에서 빈집이 가장 많은 자치구다. 이곳은 2017년 재개발구역 지정이 취소된 후 정비 여건이 갖춰지지 않아 기존 거주민들이 많이 떠난 곳이다. 사람들이 북적이는 경복궁역에서 15분거리, '서촌' 골목길에서 불과 5분 거리에 빈집이 많다는 것이 특이해 보인다. 조금만 걸어가면 평당 5000만원을 부르는 주택들이 있는 동네에서 방치된 빈집은 어딘가 아쉬운 느낌이다.

신도심으로 인구가 유출되며 전국적으로 빈집이 늘어나고 있다. 장기간 방치된 빈집은 화재·붕괴 등의 안전사고와 범죄 장소의 악용 등의 사회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공공 임대주택 공급의 부진한 실적 향상과 저층주거지 개발 사업 활성화를 위해 각 지차체의 빈집 활용이 더 적극적이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의 '인구주택 총조사'에 따르면 전국 빈집은 2022년 기준 145만2000호로 전체 주택(1916만6000호)의 7.6%를 차지하고 있으며, 전년도 대비 4.0%(5만6000호) 늘었다. 지역별로 보면 도심(31.8%), 농촌(50%), 어촌(18.2%)에 빈집이 분포돼 있고, 특히 광역시를 제외한 지방에서는 전체 주택에서 빈집 비율이 10%를 넘어섰다. 그러나 빈집 활용률은 2020년 0.81%, 2021년 0.94%, 2022년 0.74%로 몇 년째 1%를 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서울시와 경기도 등은 빈집 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현재 빈집 활용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는 당초 △빈집 매입 500호 △임대주택 1500호 공급 △생활SOC(사회간접자본) 120개소 조성 목표를 세워 2777억원의 예산을 투입했으나, 목표 달성률이 각각 81.8%, 19.7%, 39.2% 수준에 머물고 있다. 경기도는 노후·불량 정도가 1~2등급의 경우 정비 조치, 위험 수준인 3~4등급 빈집에 대해 철거 등의 조치를 추진하고 있으나 2021년부터 2022년까지 1년 동안 정비한 도시지역 빈집은 203곳 뿐이었다. 

빠르게 늘어나는 농어촌 빈집은 조치가 훨씬 더디다. 2023 국정감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철거 필요 대상으로 파악된 농촌 빈집 중 실제 철거된 빈집의 비율은 △2020년 23.5% △2021년 18.8% △2022년 18.5%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 수석위원은 "산업단지가 생겨나며 그 주변으로 투기가 목적인 빈집도 늘어났고, 대단지 아파트 공급으로 이사한 주민들에 의해 빈집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신도심 이주 현상이 지속되면 주변 중소도시는 슬럼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 주택정책실 관계자는 "'알박기'처럼 공익에 해를 주는 경우에는 이행강제금 등의 패널티나 강제 철거 조치도 어느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집주인들의 저항이 워낙 심심한 편이다"라며 "빈집이라도 등기부등본상 사유지에 들어가서 재산권 침해 논란 소지가 있기 때문에 쉽지 않은 문제"라고 설명했다.

집주인들이 빈집을 방치하는 가장 큰 이유는 철거비 외에도 철거 후 내야 하는 세금 부담 때문이다. 빈집이 철거되면 주택세가 아닌 토지세를 내야 하는데, 현행 주택 세율은 0.05~0.4%이고, 토지세율은 0.2~0.5%다. 아울러 '비(非)사업용 토지'로 분류되면 양도소득세도 늘어나고 경우에 따라 종합부동산세 부담도 생긴다. 또 빈집 한채 당 철거비용이 평균 2500만원 수준으로 분석됐다. 

'빈집 활용 민관 결합형 자율주택 정비사업'을 통해 지난 7월 준공된 서울시 은평구 구산동 다세대주택. (사진=서울시)
'빈집 활용 민관 결합형 자율주택 정비사업'을 통해 지난 7월 준공된 서울시 은평구 구산동 다세대주택. (사진=서울시)

이와 관련 정부는 지난달 빈집 철거 시 '세 부담 완화' 정책을 내놓으며 철거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빈집 철거 후 이를 토지 세액이 아니라 철거 전 납부하던 주택 세액으로 인정해 주는 기간을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늘렸다. 철거 후에 토지 세액의 부과 기준이 되는 기존 주택 세액의 연 증가 비율도 기존 30%에서 5%로 크게 내리기로 했다.

허원제 한국지방세연구원 연구위원은 "빈집이 발생한 원인에 따라 고의로 방치된 빈집 주인들에게는 이행강제금 등의 패널티를 강화하고, 불가피하게 방치된 빈집에는 철거와 정비를 유도하는 세금 등의 인센티브를 적용하는 게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또 "지역에 발생한 빈집에 대해 조사할 수 있도록 지자체의 인력을 늘리기 위한 재정 지원도 더 필요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늘어나는 도심 공공주택 수요를 인지하고 현재 방치된 빈집을 매년 매입해 임대주택 공급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3~4등급 빈집을 사들여 철거·정비하여 안전문제를 해소시킨 뒤 임대주택으로 활용하거나 민간에 매각하겠다는 것이다. 이어 시민 인식 개선을 위해 빈집 활용 시민 공모전을 열어 우수 아이디어를 정책에 반영한다는 구상이다.

시 주택정책실 관계자는 "최근 전세사기 여파로 안전한 공공주택에 대한 시민들의 수요가 높아진 걸 알고있다"며 "시는 현재 공공과 민간이 협력해 건축물을 짓는 자율주택정비사업과 연관해 빈집 정비를 해나간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 첫 사례로는 올해 준공된 은평구의 다세대 건물로, 약 20가구에 공공임대로 분양했다"고 했다. 

한병용 서울시 주택정책실장도 지난 달 진행한 '빈집 활용 아이디어 시민 공모전'에서 "서울시 빈집 문제에 대한 시민의 관심이 높고, 빈집이 1인 가구·청년·어르신·저출산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자치구와 SH공사, 지역사회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빈집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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