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기반시설 확충‧이주민 대책 필요···재초환도 관건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경기 성남 분당·고양 일산·안양 평촌·부천 중동·군포 산본 등 1기 신도시의 재건축·재개발을 위한 특별법 논의가 급물살을 타면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수도권 등 지역 '특혜성 시비'가 쟁점인 만큼 제21대 국회 내 통과를 위한 법안심사 문턱은 남아있다. 특히 규제 완화 수준이나 자족 도시로의 성장 동력, 이주민 수용 계획 등 과제도 산적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17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등에 따르면 오는 22일 또는 29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해 1기 신도시 특별법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1기 신도시 특별법은 20년이 넘은 면적 100만㎡ 이상 택지에서 정비사업을 추진할 때 안전진단 면제, 용적률 상향 등 재건축·재개발 관련 규제를 완화해주는 것이 골자다. 현재 200% 수준인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높이는 것이 핵심이다.
이 법안은 올해 3월 발의된 이후 여야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8개월 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논의 촉구와 여야 간 큰 틀에서 합의가 이뤄지면서 연내 통과에 대한 부동산업계의 기대감도 커진 모습이다.
하지만 풀어야 할 과제는 산적하다. 우선 여야에서 모두 노후 계획도시에 대한 재생 사업의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기존 관련 법률에 우선하는 특별별 도입 여부와 규모·시기 등 적용 대상 등을 두고 세부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1기 신도시 특별법을 통한 규제 완화 혜택 수준에 대한 합의도 필요한 상황이다. 현재 1기 신도시 용적률은 △분당 184% △일산 169% △평촌 204% △산본 205% △중동 226%다. 분당과 일산을 제외하면 일반 재건축 단지보다 용적률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이다. 여타 정비사업과 형평성 문제가 불거질 수 있는 것이다. 또 지구단위 계획인 만큼 상업지구와 주거지구 간은 물론, 주거지구 내에서도 이해관계가 얽혀있어 재건축 추진 방향에 대한 합의점 도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용적률 상향으로 늘어나는 세대수를 수용할 도시기반시설 확충 계획은 물론, 이주민 대책마저 미비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발의안에는 국회 문턱을 넘으면 1기 신도시 5개 지역뿐만 아니라 서울에서도 목동과 상계, 중계, 부단 해운대, 대전 둔산 등 전국 51개 지역이 포함된 만큼 사업 추진이 본격화하면 세대수 증가가 불가피하다. 일반주거지역에서 용적률 500%를 적용할 경우 동간 거리가 짧아져 일조권 침해와 조망권 확보가 어렵고, 사생활 침해도 우려돼 관련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또 기반 시설 확충 비용이나 건설 비용 조달 방안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도 이뤄져야 한다.
특히 현재 1기 신도시 5개 지역만 해도 30만명 수준인 만큼 이주민은 수십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만큼 이에 대한 대책도 시급한 실정이다. 재건축을 위해 집을 헐면 주민은 다른 곳으로 이주해 몇 년을 지내야 하는데 이들이 부동산 시장에 유입될 경우 시장 혼란이 발생할 수 있다. 자칫 1기 신도시의 여러 마을이 정비구역으로 지정돼 재산권 행사만 제한되고, 실제 재건축은 차일피일 미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또 특별법이 통과되더라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가 그대로 유지되면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재초환에 따른 부담금 등 비용이 커지면서 사업이 지연되거나 리모델링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있다. 재초환은 여야 이견으로 국회에서 1년 가까이 계류 중이다.
전문가들은 1기 신도시 특별법 연내 통과는 대상 지역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본다. 다만 용적률 상향 등 인센티브가 어느 정도 수준으로 정해질지 윤곽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막연한 기대는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1기 신도시 특별법이 통과되는 것은 해당 지역에 분명 호재이겠지만, 용적률 상향 등 인센티브가 각 단지별로 얼마나 적용되는지는 아직 미정인 상태이며 지역 인프라 확충 등에 대한 논의가 더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특히 추가공사비 등 개별 소유주, 조합원들의 자금 여력에 따라 재건축 사업도 국지적‧지역적 양극화가 심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막연하게 법만 통과되면 미래가 탄탄대로란 식의 기대는 주의해야 한다"며 "장기 투자라면 여러 가지를 고려해 오래 들고 있는 것도 방법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