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조한 수요에 미국채 10년물 4.5% 재돌파···엔화 약세 지속
예상밴드 1280~1320원···금주 PCE 물가, 미국채 입찰 '변수'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에 복귀했다. 미 증시 휴장 속 뚜렷한 재료가 부재한 가운데, 최근 미국채 금리가 오름세를 보인데다 취약한 국내 펀더멘탈이 발목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이번주 원·달러 환율(11월 27일~12월 1일)은 1300원을 중심으로 좁은 박스권 움직임을 보일 전망이다. 미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 발표를 앞두고 강화된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세 둔화) 기대감은 달러 가치를 떨어뜨리지만, 미국채 입찰을 앞두고 수요가 견조하다는 점은 환율 하단을 지지한다는 분석이다.
2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장 대비 2.5원 내린 달러당 1303.9원에 개장했다.
지난주 1280원대에 진입했던 원·달러 환율은 22일(11.3원↑), 24일(8.9원↑) 급격한 상승흐름을 보이며 1300원대에 재진입했다. 미 증시 휴장 속 특별한 이벤트가 부재했지만, 미국채 금리가 다시 오름세를 보인데다 최근 환율 하락분이 과도했단 인식이 유입된 결과로 풀이된다.
이번주 외환시장의 주요 키워드는 경계감이다. 지난 24일(현지시간)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에 따르면 11월 미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예비치가 49.4로 예상치(49.8)를 하회한 반면, 서비스업 PMI는 50.8로 예상치(50.4)를 상회했다. 그 결과 11월 합성 PMI 예비치는 50.7로 보합세를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고용이다. PMI 하위 항목 중 고용지수가 49.8로, 2020년 6월 이후 최초로 기준치(50)를 하회한 것이다. 신규 수주는 4개월 만에 반등했지만, 추세적인 수주 감소 등으로 기업들의 해고가 늘었다는 평이다.
이 같은 고용시장의 냉각 징후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경계감을 완화시켰고, 104선까지 반등했던 달러인덱스를 현재 103.36선까지 끌어내렸다.
인플레이션 경계감 역시 여전히 유효하다. 연준이 주목하는 물가지표인 PCE 물가지수 발표를 오는 30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최대 쇼핑행사인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아 물가상승률이 재반등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선 10월 PCE 지수가 3.1%, 근원 PCE 지수는 전월 대비 0.3%p, 0.2%p 둔화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한 지난주 발표된 미시간대 11월 소비자심리지수가 61.3으로 전월 대비 2.5%p 하락하는 등 소매판매가 예상보다 부진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선물시장에서 연준이 내년 5월 금리를 0.25%p 인하할 것이란 전망이 47.3%로 전장 대비 7.6%p 상승하는 등 긴축완화 전망이 강해진 상태다. 여기에 월말 수출업체 네고 물량 등을 감안하면, 환율의 1290원대 복귀도 어렵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변수는 동조성이 강해진 위안·엔화와 미국채 금리다. 지난 22일 기준 역외시장에서 달러당 7.127위안, 147.5엔까지 떨어졌던 위안화와 엔화는 현재 7.15위안, 149.66엔까지 반등하는 약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채 금리 상승세의 영향이다. 앞서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22일 4.367%선까지 떨어졌으나, 현재 4.5%선을 돌파하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2년물 금리도 4.855%에서 현재 4.976%까지 반등했으며, 30년물 금리도 4.52%선에서 4.632%까지 상승했다.
이번주 미국채 입찰을 대거 앞둔 가운데, 지난주 20년물의 호조로 채권 매수세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번주 2년물과 10년물 입찰 역시 호조를 보일 경우, 그간 달러인덱스 하락폭이 일부 되돌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종합하면 이번주 환율은 PCE 물가지수 발표와 국채 입찰 등에 따라 1300원을 중심으로 등락할 전망이다. 고용 둔화와 소비 부진, 물가지표 둔화 전망 등은 미 연준의 긴축경계감을 완화시켜 달러 약세 재료로 작용하지만, 견조한 국채 수요는 국채금리를 높여 환율 상방압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이번주 예정된 금통위의 경우 금리 동결이 기정사실화되고 있어 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월말을 맞아 수출업체의 네고 물량이 대거 유입되겠지만, 1300원 하회시 수입업체가 저가매수에 나설 공산이 크다. 이 같은 힘겨루기 양상 속 원·달러 환율은 당분간 좁은 박스권에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이번 주 원·달러 환율 향방에 대한 외환시장 전문가들의 코멘트]
▲소재용 신한은행 S&T센터 리서치팀장 : 1280~1315원
이번주 유럽 11월 소비자물가지수(CPI)와 미 PCE 지수 발표를 앞둔 가운데, 연준의 긴축 종료 기대감과 수출업체의 연말 네고물량 유입에 따라 원·달러 환율의 하락압력 우위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주 예정된 미국채 입찰을 앞두고 소폭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미국채 금리와 수입업체 결제 물량은 하단을 지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엔화 역시 미국채 금리에 연동되는 움직임을 보일 것이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 : 1290~1310원
연말 결산 수요 등으로 상승압력이 우위를 보일 수 있지만, 다음달 FOMC를 앞두고 시장내 경계감이 나타나고 있다. 다음주까지 원·달러 환율은 크게 움직이기보다 일정한 밴드에 갇혀 눈치를 보는 흐름이 나타날 것 같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 : 1280~1320원
원화와 엔화가 마치 적정레벨로 인식되는 1300원, 150엔 수준으로 재차 복귀한 가운데, 이번주에도 위안화보다 엔화에 동조화되는 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달러나 엔화의 추세 및 변동성에 영향을 줄 변수와 모멘텀이 부재하다. 단기적으로 블랙프라이데이 소비와 10월 PCE 물가가 달러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예상치를 하회할 경우 달러 약세 압력이 재차 강화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