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ELS, 수조원대 손실 위험에···"제2 펀드사태 될라" 금융권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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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H지수 기초 ELS 상품, 대규모 손실 우려
은행권, 5조 손실구간 진입···국민銀, 최다 판매
김주현 금융위원장 "불완전판매 여부 확인중"
김주현 금융위원장(맨 오른쪽)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위·금감원·은행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연합뉴스)
김주현 금융위원장(맨 오른쪽)이 27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위·금감원·은행장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연합뉴스)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기자] 홍콩H지수 급락으로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상품에서 수조원대 손실이 예상되면서 금융당국이 판매 은행, 증권사 등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섰다.

금융당국은 수조원대 손실 위험에 처하면서 금융사가 가입자에게 H지수 변동에 따른 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안내했는지 등 불완전 판매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볼 방침이다. 이 과정에서 미비한 부분이 드러날 경우 과거 라임·옵티머스·DLF(파생결합펀드) 등 펀드 사태 당시 불거진 '불완전 판매' 논란이 또다시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27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17개 은행장과의 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홍콩ELS 상품 관련) 금융감독원에서 불완전판매 등을 보고 있다"며 "결과에 따라 제도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는지, 소비자보호를 더 할 수 있는지 등을 조사결과가 나오면 말씀드릴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금융감독원은 홍콩H지수 연계 ELS 판매 은행, 증권사 등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 홍콩ELS 상품의 만기가 대거 도래하면서 수조원대 손실이 현실화할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판매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에 대해선 지난 20일부터 현장점검을 진행하고 있다. 이 밖에 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들도 관련 조사를 받고 있고 미래에셋증권, KB증권 등 증권사들도 조사 대상에 포함했다.

홍콩H지수는 홍콩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우량 중국 국영기업들로 구성된 지수다. 국내 금융사들이 판매한 연계 ELS 상품은 홍콩H지수 흐름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이다. 중국경제가 급격한 침체기를 맞으면서 홍콩H지수가 급락했고, 그 여파로 연계 ELS 상품에서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하게 된 것이다.

ELS 만기는 보통 3년으로 기초자산 가격이 발행 시점 대비 40∼50% 이상 떨어지면 녹인(원금손실·Knock-In)' 구간에 진입한다. 이 상품을 판매했던 2021년 초 1만~1만2000포인트였던 홍콩H지수는 현재 6000포인트 수준까지 추락했다.

홍콩H지수가 급락하면서 연계 ESL 상품 중 상당수가 녹인 구간에 진입했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홍콩H지수 ELS 발행잔액은 총 20조5000억원이다. 이 중 은행 판매분은 15조8860억원으로, 전체의 77%를 차지한다. 은행 판매분 중에선 8조3000억원 가량이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한다.

은행별로 보면 최다 판매사인 KB국민은행의 만기가 4조7447억원이었고, △신한은행 1조3329억원 △하나은행 7380억원 △NH농협은행 7330억원 △SC제일은행 6187억원 등이었다. 이 중 원금손실 가능구간에 진입한 물량은 4조7000억원이다.

아직까지 상품 손실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ELS 만기가 도래하는 내년 상반기까지 홍콩H지수가 7000선 이상으로 반등하지 않으면 대부분의 투자자들이 원금 손실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금융당국이 해당 상품에 대한 불완전판매 여부를 집중 들여다보기로 하면서, 업계는 홍콩ELS 손실 사태가 제2의 사모펀드 손실 사태로 번질까 우려하는 모습이다. 투자자 불안이 커지면서 주요 은행들은 홍콩ELS 손실 관련 대응팀을 구성하는 등 대고객 안내를 강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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