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건설사 '외상 공사비' 폭증···재무건전성 위협
10대 건설사 '외상 공사비' 폭증···재무건전성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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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말 대비 미청구 공사액 현대건설 54.2%↑·삼성물산 106.3%↑·GS건설 21.4%↓
주택 부문에선 추가 공사비분에 대한 갈등·해외선 사업 확장에 투입된 비용 원인
"미분양 늘면 공사비 회수 어려울 수도"···대안으론 지역 선별·공공 발주 수주 등
(사진=pexel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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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국내 주요 건설사들의 시공해놓고도 받지 못한 일종의 '외상값'인 미청구 공사금액(공사비)이 급증하고 있다. 미청구 공사비는 건설 경기가 나빠질 경우 발주사가 시공사에게 대금을 지불하지 못하는 등 미래 손실 가능성을 가지고 있어 이들 관리가 건설사들의 재무 리스크 관리의 관건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3분기 기준 국내 주요 건설사(삼성물산·현대건설·DL이앤씨·포스코이앤씨·GS건설·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SK에코플랜트·롯데건설·HDC현대산업개발)의 올해 3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미청구 공사비는 19조2848억원으로, 작년 말(14조3967억원) 대비 33.95% 급증했다. 

미청구 공사비가 가장 크게 증가한 곳은 현대건설로 올 3분기 기준 5조7570억원을 기록하며 작년말 보다 54.2%(2조232억) 증가했다. 증감률로 보면 삼성물산이 106.3%(1조1503억원→2조3734억원) 급등해 두배 이상 증가한 모습이다. 이어서 △HDC현대산업개발(42.5%) △포스코이앤씨(37.4%) △현대엔지니어링(33.7%)  △DL이앤씨(27.2%) △대우건설(9.7%) △롯데건설(5.2%) △GS건설(-21.4%) 순으로 미청구 공사비 증감률을 보였다.

올해는 특히 각종 건설 자잿값과 인건비가 상승하며 예정보다 많은 공사비가 선투입 돼 아직 추가 공사비분을 발주사로부터 받지 못해 미청구 공사비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시행사 등 발주처와 이견이 장기화될 경우 일부를 확정 손실인 대손충당금으로 반영하는 등 손해를 떠안아야 한다는 점에서 건설사의 잠재적인 부실 뇌관이기도 하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주택 부문에서 추가 공사비분에 대해 발생한 미청구 공사비 등이 두드러진다.

현대건설은 전체 미청구 공사비의 약 51.7%가 주택 부문에서 발생했다.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 1단지 재건축' 사업에서 조합과 추가 공사비분에 대한 갈등이 아직 해결되지 않아 2684억원의 미청구 공사비가 남았는데, 이곳은 이달 30일 입주를 앞뒀지만 강남구가 준공승인을 보류하면서 잔금이 늦어지고 있다. 또 강동구 '둔촌 주공' 재건축 사업에선 현대건설을 포함한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 등이 각각 2000~3000억 규모의 미청구 공사비가 발생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공정별 시기에 따라서 일시적으로 미청구 공사비가 잡혔을 뿐"이라며 "모두 선분양된 아파트이기 때문에 잔금이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해소된다"고 말했다. 

포스코이앤씨의 경우 광주오포 2차 공동주택 개발사업 등의 전기말 미청구 공사비 429억원이 이번 분기 1282억원으로 늘어났다. 건설사들이 미분양 우려와 공사비 증가 등으로 주택 사업을 주저하는 상황에서 포스코 이앤씨가 도시정비 사업에 적극 나서며 미청구 공사비도 같이 비례하게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이앤씨 관계자는 "수주 금액이 늘어나며 미청구 공사금액이 늘어난 것으로, 이후 공사비를 회수하는 구조에서 소화될 부분이기 때문에 위험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보고 있다"며 "주택 시장이 안좋은 상황이기 때문에 리스크가 적은 주요 지역 리모델링 사업과 공공 발주 사업 등을 엄선해 신중하게 진행한다는 게 회사의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해외 사업 확대도 미청구 공사비를 상승시키는 요인이다. 올 3분기 10대 건설사가 해외 사업에서 달아놓은 미청구 공사비는 3조8500억원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자료를 보면 해외건설 미청구 공사금액은 2021년 10조9712억원에서 △2022년 13조1415억원 △2023년 14조8680억원(예정)으로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해외 사업에선 현대건설이 사업 진행률 99% 상태인 카타르 '루사일 플라자 타워' 건설 사업에서 아직 1637억원을 받지 못했고, 진행률 86% 상태의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정유공장 증설' 사업에서 4637억원(현대엔지니어링 시공)의 미청구 공사비를 가지고 있다. 이 외에도 SK에코플랜트가 진행률 91.65%의 아랍에미리트 'M 프로젝트'에서 1783억원, 대만 Hai Long 해양풍력 사업에서 1532억원, 삼성물산이 카타르 LNG 수출기지 Tank 사업에서 1000억원의 미청구 공사비를 가지고 있다. 

반면 어려운 업계 환경에서도 GS건설, 롯데건설 등은 미청구 공사비 증감률이 전년 대비 크게 감소하며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GS건설은 지난해 미청구 공사비가 발생한 건축·주택부문 사업장에서 미수금 대부분을 회수하며 리스크를 줄였는데, 철산자이더헤리티지(767억원), 브라이튼(476억원), 흑석리버파크자이(447억원) 사업 등에서 미수금을 모두 받았다. 롯데건설도 청량리4구역 사업에서 미수금 2344억원을 회수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올해 미분양 감소량을 보면 주요 선호 지역의 미분양이 급감했고, 민간에 비해 공공주택 부문 미분양이 압도적으로 적다"라며 "주택 경기가 침체된 상황에서 미청구 공사비 리스크를 줄이려면 지역별 선별 수주와 공사비 떼일 염려가 적은 공공부문 발주 사업 등 위주로 사업성을 잘 판단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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