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스마트십 플랫폼 'HS4'로 효율성과 안전성↑
삼성중공업, 대형 컨테이너선으로 자율운항기술 검증
"무인 선박 법적·윤리적 책임 대책 마련해야 상용화"
[서울파이낸스 김수현 기자] 글로벌 시장에서 선박 디지털화의 움직임이 커지면서 국내 조선 업체들도 자율운항선박을 통한 선박의 디지털 전환에 나섰다.
5일 업계에 따르면 HD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등 국내 조선 3사는 미래 선박 시장 준비를 목표하며 자율운항 선박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28년까지 자율운항 선박 관련 규약 마련을 밝힘에 따라 국내 조선 업체들이 시장 선점에 나선 것이다.
자율운항선박은 빅데이터를 통해 화물 처리의 효율성을 달성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최적 경로를 직접 설정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이산화 탄소 배출과 운송비도 줄일 수 있다.
국제해사기구(IMO)는 자율운항선박을 MASS(Maritime Autonomous Surface Ship)이라 명명하고 2025년까지는 관련 규정 정립을, 2028년까지는 관련 규약 마련을 예고했다. 현재 IMO는 임시적으로 자율운항 수준을 △레벨 1(선원의 의사결정지원) △레벨 2(선원의 승선 하 원격제어) △레벨 3(원격제어와 기관 자동화) △레벨 4(완전 무인화)의 4단계로 나눴다.
현재 국내 기술 수준은 세계적인 수준으로, 건조되는 거의 모든 선박에는 레벨 1 기술이 적용되고 있으며, 레벨 2 단계를 지나 레벨3 수준으로 나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3개 업체의 기술 개발 수준은 비슷하나 HD한국조선해양이 실증 입증으로 약간 앞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HD한국조선해양의 조선 계열사 현대삼호중공업 지난 8월 18만톤급 LNG 추진 벌크선에 AI기반 기관자동화 솔루션인 '통합상태진단솔루션(HiCBM)'과 '통합안전관제솔루션(HiCAMS)'를 탑재했다. HiCBM은 엔진, 압축기 등 선박 핵심 기기를 실시간으로 진단하고 관리해 인공지능이 항해 중 고장의 징후를 사전에 탐지할 수 있다. HiCAMS는 선내 CCTV를 활용해 안전 관련 이벤트를 인공지능이 실시간으로 감지하고 분석하는 시스템이다.
또 HD한국조선해양은 자회사인 아비커시를 통해 자율 운항 기술을 구현하고 있다. 아비커스는 '하이나스 컨트롤(HiNAS Control)'과 '뉴보트 도크(NeuBoat Dock)' 기술을 통해 자율 운항 솔루션을 상용화했다. 하이나스 컨트롤은 대형 선박용 자율 운항 솔루션으로 딥러닝을 통해 속도제어, 상황인지 등 돌발 상황에 스스로 대처 가능하다. 뉴보트 도크는 레저보트용 기술로 총 6대의 카메라를 통해 정밀한 충돌 회피와 접안 지원 기능을 제공한다.
한화오션은 자율운항 기술로 'HS4(Hanwha SmartShip Solution & Service)'라는 스마트십 플랫폼을 자체 개발했다. 이 솔루션은 운항 중인 선박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육상에서 수집하고 분석해, 효율성과 안전성을 향상할 수 있는 정보를 선주에게 제공할 수 있다. 또 자율운항 시범 선박인 '한비(HAN-V)'와 증강현실 기반 관제 시스템을 통해 2030년까지 완전 무인화를 목표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 7월 1만5000TEU급 대형 컨테이너선으로 거제에서 대만까지 구간의 선박 자율운항기술 검증에 성공했다. 회사는 독자 개발한 원격 자율운항 시스템(SAS)과 스마트십 시스템(SVESSEL)을 탑재해 거제를 출발해 제주도를 거쳐 대만 가오슝까지 약 1500Km를 운항했다. 또 지난 10월에는 미국 ABS선급으로 부터 스마트 고장 시스템인 'SVESSEL CBM'의 기술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SVESSEL CBM는 선박 주요 장비의 진동, 전류 신호를 원격으로 분석해, 실시간 고장 진단 및 유지 보수 시점 예측이 가능하다.
국내 조선업체들이 자율운항 선박 개발에 속도를 가하고 있지만, 상용화에 대한 우려 목소리도 나왔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관계자는 "자율운항이 실현화 된다면 인적 요소로 발생한 졸음, 음주 등으로 인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며 "그러나 아직까지는 사이버 공격으로 인한 운항 불능 상태, 선박 사고 시 도움 조치 불가, 사람 없는 선박에 대한 책임 문제 등 법적·윤리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선박의 상용화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