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북한이탈주민까지 무료 진료 확대
[서울파이낸스 (부산) 강혜진 기자] "5년 전 한국으로 일하려고 왔다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허가 기간을 넘겨 불법 체류자가 됐다. 몸이 아파서 병원에 가고 싶어도 붙잡힐까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차에 그린닥터스의 국제진료소 이야기를 듣고 치료받을 수 있었다. 특히 통역사까지 있어 진료받기 편했다."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불법 체류 외국인 근로자들을 대상으로 무료로 진료해 온 국제의료봉사단체 (재)그린닥터스의 외국인국제진료소(센터장 오무영)가 올해로 개설 20주년을 맞았다.
그린닥터스재단(이사장 정근)은 지난 23일 부산 온종합병원에서 회원, 자원봉사자 등 2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봉사의 날' 및 외국인국제진료소 개원 20주년 기념식을 열었다고 밝혔다.
지난 2003년 개설된 외국인국제진료소는 해마다 약 2000명, 많을 땐 7000명에 달했으며 현재까지 외국인 근로자 6만여명이 이용했다. 연도별 통계는 △2014년 7314명 △2015년 2002명 △2016년 1978명 △2017년 2806명 △2018년 2692명 △2019년 2214명 △2020년 1054명(팬데믹으로 5개월만 진료) △2022년(팬데믹으로 6월부터 재개) 994명으로 나타났다.
오무영 센터장은 "20년 전 첫 진료를 시작했을 때만 하더라도, 외국인 근로자들은 3년짜리 취업비자를 받고 사업장을 배정받아 일하다가 임금을 더 준다는 꾐에 빠져 다른 공장으로 이탈해 불법 체류자가 되는 바람에 그들이 의료기관 이용에 큰 어려움을 겪었었다"며 당시 상황을 회고했다.
그러면서 "대개 약 처방에 그치지만, 일부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증상이 중할 경우엔 그린닥터스의 주선으로 대학병원 등에서 후속진료 서비스를 받게 했었다"며 "10년 전 뇌수술이 필요한 한 외국인 근로자가 한 종합병원에서 성공적으로 진료받고 수술비 2000만원을 절감할 수 있기도 했었다"고 말했다.
그린닥터스에 따르면 외국인 국제진료소를 이용한 외국인의 국적은 중국, 베트남,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인도네시아, 네팔, 몽고, 파키스탄, 캄보디아 등이다. 지난 2019년부터는 다문화가정이나 북한 이탈주민들도 그린닥터스의 외국인 국제진료소를 찾고 있다고 한다.
그린닥터스는 부산 온종합병원 6층에 외국인 국제진료센터를 개설하고 매주 일요일 오후에 안과·치과·정형외과·가정의학과·내과 등 대부분의 진료를 받고 있으며
아울러 약사 등으로 구성된 약제부를 운영하면서 투약서비스도 하고 있다.
정근 이사장은 "정치·종교·인종·국경을 뛰어넘어 인류애를 실천한다는 기치로 출범한 그린닥터스가 설립이념을 가장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봉사활동 분야가 외국인 국제진료센터"라며 "앞으로도 후원자들과 함께 인류애 실천을 통한 나눔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봉사를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