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크아웃' 태영 외 파장 확대는···"이제 시작" vs "과도한 위기감 경계해야"
'워크아웃' 태영 외 파장 확대는···"이제 시작" vs "과도한 위기감 경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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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업 우발채무 22.8조원···"위기 확산할 가능성 크다"
금융‧경제 미칠 여파도 우려···"함께 '리스크 테이킹'해 극복"
서울의 한 공사현장.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의 한 공사현장.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서울파이낸스DB)

[서울파이낸스 오세정 기자] 시공순위 16위인 태영건설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따른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결국 워크아웃(기업구조개선작업)을 신청하면서 건설업계가 위기감에 휩싸였다. 분양시장 침체로 23조원에 육박하는 부동산 PF 우발채무가 현실화하면서 다른 건설사들도 연쇄적으로 위기를 겪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 것이다. 나아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으로 자본조달 시장은 물론, 고용시장과 연관사업까지 금융‧경제 전반으로 파장이 미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28일 한국기업평가가 유효등급을 보유한 21개 건설사를 대상으로 집계한 결과를 보면 건설업체의 경우 8월말 기준 PF 우발채무는 22조8000억원이다. 부동산 호황기 때 규모가 커진 부동산 PF는 분양시장 침체로 부실화되는 모습이다. 부동산 PF 규모는 2020년 말 92조5000억원이었으나 2021년 말 112조9000억원, 올해 9월 말 134조3000억원으로 늘어났다. 동시에 2020년 말 0.55% 수준이었던 연체율은 9월 말 기준 2.42%로 올라갔다.

문제는 본격적인 조정 국면에 들어간 부동산 시장이 내년에도 하락세를 계속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이다. 시장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부동산 PF 우발채무로 다른 건설사들도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좌초할 수 있다. 실제 코오롱글로벌, 신세계건설 등도 PF우발채무로 인한 위기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이와 관련, 코오롱글로벌 관계자 "PF 이슈 거론된 사업장들은 내년 착공에 들어갈 예정인 만큼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 우려가 되는 부분은 이해는 되지만 예전부터 사업 관리를 철저히 해왔기 때문에 회사 채무와 관련해서는 크게 걱정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앞서 브랜드 '이안'으로 알려진 대우산업개발을 비롯해 대우조선해양건설, 대창기업, 신일 등은 이미 올해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다만 이들 업체는 모두 시공평가 70위권 밖의 중소 건설사였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미칠 파장과 그 규모는 차원이 다르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작년부터 건설사 유동성 위기가 확산하면서 자금력이 탄탄한 기업으로 여겨졌던 태영건설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면서 "태영이 워크아웃을 신청할 정도라면 그 이하 건설사들의 상황은 더 나쁠 수도 있다. 이번 사태가 시작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으로 금융권이 건설사에 대해 유동성 공급을 줄이거나 신용 보강을 요구하는 등 단기 자금조달 시장도 더욱 불안해질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인다. 실제 최근 한기평은 지난 24일 태영건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하면서 GS건설의 신용등급도 'A+(부정적)'에서 'A(긍정적)'로 낮췄다. 시공평가 22위인 동부건설의 신용등급도 'A3+'에서 'A3'로 하향 조정했다.

삼성증권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그간 중소 건설사 중심으로 리스크가 제기됐지만 시공능력순위 30위권 내 대형 혹은 중견 건설사로 신용등급 하향이 이뤄지며 PF 리스크가 건설사로 전이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내년 건설 경기 전망도 어두운 상황이어서 이 같은 PF발 위기가 분양시장 위축으로 이어져 하도급 업체나 연관 산업까지 연쇄적으로 파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건설업계 일자리 축소 등으로 이어지며 실물 경제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태영건설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근 잇딴 부도사태는 그나마 중견 이하 중소 기업들이어서 파장이 크진 않았지만 도급순위 10위권의 대형사인 태영건설의 위기가 더 심화할 경우 건설업계는 물론, 연관 산업과 경제에 미칠 부정적 파급력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를 겪으면서 고금리 변동 쇼크가 전 산업에 영향을 미쳤고 내년 경제전망도 썩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이번 사태를 단순히 한 건설기업만의 문제로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고민해봐야 한다"고도 했다.

그는 또 "이번 사태로 구조조정에 들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주택‧건설산업은 연관산업 폭이 넓기 때문에 시차를 두고 연쇄 영향이 클 수 있다"면서 "건설업뿐 아니라 금융을 비롯한 경제 전반의 위기로 진지하게 보고 관계당국과 건설‧금융 산업 등이 함께 '리스크 테이킹(위험 감수)'해 위기를 넘겨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이번 사태에 대해 과도한 위기감을 조성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건설‧부동산 PF우발채무 이슈가 갑작스러운 게 아니라 작년말부터 올해를 관통한 주제였던 만큼 건설사들이 자체조달이나 사업장 관리 등을 통해 현금 유동성을 높여왔다"면서 "금융 환경이 악화될 수 있지만 리스크 관리를 잘해온 기업들은 크게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업은 본래 경기를 타는 산업이며, 어느 산업이건 불황일 때 견뎌내는 우량기업들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PF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유사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지만 개별 기업의 사안을 건설업 전체로 확대 해석하진 않아야 한다, 다수의 건설업체가 있는 만큼 일부 기업이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전체 건설업이 쓰러지거나 위기에 빠지진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입주민들이나 수분양자들에 대해 미칠 직접 피해는 낮지만 분양시장에 악영향을 미칠 순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연구위원은 "선분양 주택사업장, 쉽게 말하면 아파트 분양에서 발생가능한 입주민들의 피해정도는 극히 낮다, 대부분 30세대 이상의 규모이므로 HUG의 분양보증보험에 가입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김 선임연구위원은 "주택 시장은 시공사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하면서 위축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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