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3분기 가계 여윳돈이 전분기 대비 소폭 줄었다. 대출규제 완화로 주택매매 증가세가 지속되면서 금융기관 차입이 늘었고, 금융기관 예치금과 채권 등을 중심으로 여유자금 규모가 축소됐다는 진단이다.

4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3분기 자금순환(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7~9월 중 가계와 비영리단체의 순자금 운용액이 26조5000억원으로, 전분기(28조6000억원) 대비 2조1000억원 축소됐다.

순자금운용이란 금융자산 거래액에서 대출금 같은 금융부채 거래액을 뺀 값으로, 특정 경제주체의 여유자금을 뜻한다. 만약 자금운용보다 자금조달이 커 여윳돈이 마이너스가 되면, 순자금조달로 표현한다.

세부적으로 보면 가계의 3분기 자금조달액은 17조원으로, 전분기 대비 1조2000억원 확대됐다.

이 중 금융기관 차입이 19조8000억원으로, 2분기 대비 9조원이나 확대됐다. 주택구입 관련 자금 등 대출 수요가 늘며 장기차입이 16조4000억원까지 늘어난 영향이다. 단기차입도 3조4000억원까지 확대됐지만, 정부융자 등 기타부문의 조달액은 2조8000억원 순상환(-)됐다.

조달액을 제외한 자금운용 규모는 43조5000억원으로, 2분기 대비 9000억원 가량 축소됐다.

이 중 가계의 금융기관 예치금이 2분기 28조2000억원에서 3분기 21조3000억원으로 줄었고, 채권 역시 11조2000억원에서 5조4000억원으로 축소됐다.

반면 국내 지분증권·투자펀드가 지난해 2분기 2000억원에서 3분기 10조4000억원으로 크게 확대됐으며, 보험·연금 준비금도 3조3000억원에서 4조4000억원으로 늘었다.

한은 관계자는 "주택구입 관련 자금 등 대출 수요로 장기대출금을 중심으로 자금조달이 증가했다"며 "운용 부문에서는 주가 상승 기대에 따른 개인의 매수 확대로 지분증권·투자펀드 운용이 증가했지만, 여유자금이 줄면서 금융기관 예치금, 채권 등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비금융 법인기업의 경우 지난해 3분기 33조4000억원의 순자금조달(-)을 기록했다. 그 규모도 2분기 대비 12조3000억원 확대됐다. 유가 상승, 추석 상여금 등 비용 증가로 순이익이 감소하면서 순조달 규모가 확대됐다는 평가다.

이 중 법인기업들의 자금조달은 지난해 2분기 98조1000억원 순차입(+)에서 3분기 16조7000억원 순상환(-)으로 전환했다. 자금운용 역시 2분기 76조9000억원 순취득(+)에서 3분기 50조1000억원 순처분(-)으로 돌아섰다.

한은 관계자는 "조달부문에서 자금수요 증가로 금융기관 차입이 증가한 반면, 주식 발행이나 상거래신용 등이 감소했다"며 "자금운용 역시 순처분으로 전환했다. 운전자금 지출을 위해 금융기관 예치금 등이 감소했으며, 상거래신용도 줄어든 영향"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일반정부의 자금순환도 작년 2분기 8조7000억원 순자금조달(-)에서 3분기 7조1000억원 순자금운용(+)으로 돌아섰다. 세입보다 지출이 더 크게 감소한 결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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