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우호적 업황 속 건전성, 신사업, 플랫폼 등 과제 '산적'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주요 카드사 CEO들이 거센 인사태풍 속에서도 줄줄이 연임에 성공했다. 올해 그들 앞에 놓인 도전과제는 만만치 않다. 신사업 진출부터 플랫폼 강화까지 각사별 과제가 산적한 만큼, 이를 어떻게 헤쳐나갈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7일 여신업권에 따르면 삼성·KB국민·BC카드 3개사는 임기 만료를 앞둔 현 대표이사의 연임을 결정했다.
해당 결정에 대해 일각에선 의외라고 평가한다. 지난해 각사 모기업 수장이 대거 교체되며, 대규모 인사태풍도 불었기 때문이다.
실제 KB금융의 경우 임기가 만료되는 8개사 CEO 중 6명이 교체됐으며, 삼성그룹 계열사 사장단은 4명 중 3명이 바뀌었다. BC카드의 모기업인 KT 계열사 중에서도 물갈이 인사가 진행 중인 만큼, 각사 수장이 올해 바뀔 것이란 의견에도 힘이 실리고 있었다.
실적도 부진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3개사의 순이익은 74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52%나 감소했다. 또한 수익성 지표인 총자산이익률은 같은 기간 1.94%에서 1.29%로 0.65%포인트(p)나 감소한 반면, 연체율(3개사 평균)은 같은 기간 1.41%로 0.62%p나 상승하는 등 전반적 영업성과가 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다만 3개사 수장들의 연임이 결정된 것은 비우호적 업황 속 변화보단 내실을 다지겠단 의도로 해석된다. 지난해 실적악화의 주요인인 조달비용 상승세와, 건전성 리스크가 올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적 또한 지난해 비우호적 업황을 감안시 선방했단 평가다. 실제 지난 2021년 당시 3사의 순이익은 전년 대비 33.8%나 급증한 1조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한 바 있다. 지난 2022년에도 견조한 상승세를 보이는 등 호실적을 견인했다.
다만 연임을 마친 3명의 CEO의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다. 비우호적 업황 속 신사업 발굴, 리스크 관리, 플랫폼 강화 등의 과제가 산적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김대환 삼성카드 대표는 마이데이터 시장에 뒤늦게 진출한 후발주자임에도, 삼성금융그룹사들의 통합플랫폼인 ‘모니모’를 흥행시켜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최근 몇 년새 조달구조 장기화 비용 절감을 통해 선방해왔지만, 수익성 측면에서 시장점유율과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는 점도 숙제다.
KB국민카드의 이창권 대표 역시 KB페이를 성장시켜야 한다는 과제가 기다리고 있다. 상위권 카드사인 신한·삼성카드 대비 데이터 부문의 성과가 미흡하다는 점도 우려요소다. 최근 몇 달간 시장 점유율이 현대카드에 밀렸던 만큼, 본업경쟁력을 강화하는 것 역시 시급하다는 평이다.
최원석 BC 대표의 경우 수익모델 다각화가 더욱 절실하다. 최근 회원사들의 이탈로 기존 주력 사업이였던 결제프로세싱 대행업무가 흔들리고 있어서다. 이에 자체카드 출시, 블록체인 관련 사업, 결제네트워크를 통한 해외 진출 등 다방면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으며, 연장된 임기내 성과를 보여야 한다는 부담을 끌어안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 역시 연임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지난 2020년 3월 취임한 조 대표는 취임 1년만에 순이익을 두배 이상(2019년 571억원→2020년 1307억원)으로 끌어올렸으며, 2022년에는 84.6% 증가한 2414억원의 순익을 기록한 바 있다.
롯데카드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점도 조 대표의 연임에 무게를 싣는다. 과거 조 대표가 MBK 파트너스의 인수 시점부터 롯데카드를 이끌고 있는 만큼, 연임을 바탕으로 재매각 작업을 마무리 지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다소 개선된 면은 있지만 올해에도 영업황경이 부정적이며, 소비도 둔화되고 있다. 검증된 인사의 연임을 통해 조직과 사업을 안정시키는 것을 최우선시 한 것으로 보인다"며 "다만 본업 경쟁력이 크게 악화되면서 새로운 수익원이 시급한 시점이다. 내실경영을 우선시하되, 새로운 시도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