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환용 금리만 혜택?···기존 주담대 차주들 '불만'
주담대 갈아타기 서비스 영향? 나흘간 1조 신청
[서울파이낸스 김현경 정지수 기자] 은행들이 역마진을 불사하고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대환 상품의 금리를 최저 연 3% 중반대까지 낮추는 등 갈아타기 금리경쟁이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다른 은행의 대출고객을 자사로 유치해 시장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복안이지만, 높은 금리를 그대로 유지해야 하는 기존 고객들의 불만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기준 국내 주요 은행들의 주담대 갈아타기 최저금리는 혼합형 기준 연 3.10~3.716%다. 은행별로 보면 DGB대구은행이 연 3.10%로 가장 낮았고, 이어 △BNK경남은행 연 3.43% △광주은행 연 3.48% △카카오뱅크 연 3.495% △NH농협은행 연 3.61% △케이뱅크 연 3.65% △우리은행 연 3.68% △신한은행 연 3.69% △국민은행 연 3.70% △하나은행 연 3.716% 순이었다.
은행권 혼합형 주담대 갈아타기 최저금리는 평균 연 3.55% 수준이다. 은행 고정(혼합)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 금리가 3.8%대인 점을 감안하면, 은행들이 역마진을 불사하고도 대환상품의 금리를 더 낮게 취급하고 있다는 뜻이다.
일부 은행들은 갈아타기 주담대 금리를 기존 대표 주담대 상품의 금리보다 낮게 운영하기도 했다. 이날 기준 A은행의 기존 혼합형 주담대 최저금리는 연 4.32%지만, 갈아타기용 최저금리는 연 3.61%로 0.71%p(포인트) 더 낮다. B은행의 경우도 갈아타기용 최저금리가 연 3.716%로 기존 주담대 최저금리(연 4.306%)보다 0.59%p 낮았다.
기존에 연 4~5% 금리를 적용받던 주담대 차주들이 대부분 3% 중후반대 금리로 갈아탈 수 있게 되면서 주담대 대환대출 플랫폼이 출시 초반부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다.
금융위원회 집계에 따르면 지난 9일 주담대 갈아타기 서비스가 개시된 후 1일까지 4영업일간 5657명의 차주가 총 1조307억원 규모의 갈아타기 신청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갈아타기가 최종 완료된 대출의 평균 금리 인하폭은 1.5%p로, 차주 1인당 연간 기준 이자 절감액은 약 337만원이다.
가장 많은 9개 은행이 입점해 있는 대출비교 플랫폼 네이버페이에 따르면 지난 9~16일 6영업일간 대출비교 조회서비스를 이용한 규모는 3조9000억원, 이 중 갈아타기를 신청한 대출규모는 총 1조6600억원으로 집계됐다.
오는 31일부터는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갈아타기 서비스도 시행되는 만큼 대환대출 수요는 더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은행들이 역마진 우려에도 낮은 금리를 주면서까지 대환대출 경쟁에 뛰어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 경쟁력 있는 금리를 제시하지 않으면 대환대출 점유율 경쟁에서 밀려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환대출 금리 경쟁이 치열해지는 가운데 한편으론 기존 대출자들에 대한 역차별 볼멘소리도 나오고 있다. 은행들이 다른 은행에서 자사 은행으로 갈아타는 차주를 대상으로 금리 경감, 이자캐시백 제공 등의 혜택을 제공하고 있는 반면, 기존 대출자들을 대상으론 특별한 금리혜택을 제공하지 않고 있어서다.
연 4.2% 금리로 주담대를 받았다가 이번에 대환대출을 신청했다는 한 직장인 직장인 A씨(수도권 거주·30대)는 "대환대출 플랫폼을 통해서 금리 비교를 해보니 연 3%대 금리로 갈아탈 수 있게 다양한 상품이 제시됐다"며 "오히려 금리를 더 주고서 기존 대출을 이용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판단했다"고 지적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그동안 채권금리가 크게 떨어지면서 대출금리 자체가 내려간 부분이 있다"면서 "이미 금리가 많이 내려간 상황에서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대환대출용 금리를 낮게 책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