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이자혜택 줄이고 연회비 늘리고···다시 뜨는 카드사 '불황형 마케팅'
무이자혜택 줄이고 연회비 늘리고···다시 뜨는 카드사 '불황형 마케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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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 할부수익, 전년比 35.8% 급증···'역대 최대'
할부이용 4% 늘었는데···원인은 무이자 축소·폐지
소비자 혜택 큰 '알짜카드' 단종 등 디마케팅도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서울파이낸스 신민호 기자] 카드사들의 할부수익이 전년 대비 36% 가량 급증했다. 할부이용액은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고객들이 이용할 수 있는 무이자할부 기간을 대거 축소하거나 중단하면서 수익성이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카드사들이 혜택이 많은 '알짜카드'를 단종하고, 프리미엄 카드 출시로 연회비 수익을 늘리면서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카드사들 입장에선 부진한 업황을 돌파하기 위한 '내실경영' 일환이라고 설명하지만, 그동안 누렸던 혜택을 빼앗긴 소비자들의 원성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개 전업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의 지난해 3분기 누적 할부수수료 수익은 2조2335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8%나 급증했다. 3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이다.

이는 타 부문 대비 압도적으로도 높은 증가세다. 같은 기간 가맹점수수료수익은 7.3% 늘었고, 대출부문인 현금서비스·카드론 수익은 각각 1.3%, 2.4% 증가하는데 그쳤다.

주목할 점은 할부 이용실적이 찔끔 증가한 것에 비해 할부수익이 크게 개선됐다는 점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작년 3분기 전체 카드사 할부 이용실적(개인)은 114조4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6% 증가에 그쳤다.

이 같은 할부수익 증가세는 무이자 할부의 폐지·축소 흐름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지난 2022년 10월 이전만 해도 최대 6~12개월 이상 무이자 할부를 지원했다. 하지만 이후 일부 품목을 제외하면 무이자 할부 기간을 최대 3개월로 축소하거나 아예 없앴다.

실제 할부수수료수익 증가율 추이를 보면 △2020년(-0.14%) △2021년(4.69%) △2022년(19.21%) 등으로, 2022년을 기점으로 가파른 상승세가 나타나고 있다. 2022년 말 레고랜드 사태 이후 조달비용이 본격적으로 상승하면서, 카드사들이 마케팅 비용을 축소하는 등 비용절감에 돌입했기 때문이다. 특히 높은 수준의 조달금리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무이자 할부 외에도 혜택이 많은 상품이 단종되는 등 고객혜택이 자취를 감추고 있다.

여기에 지난 한해 발급이 중단된 카드만 458종(신용 405종, 체크 53종)으로, 전년(116종)보다 4배 가량 급증했다. 특히 단종된 라인업 중 학원비 혜택이 많았던 신한카드의 '더 레이디 클래식'이나, 온·오프라인 쇼핑 10% 할인혜택으로 사랑받은 KB국민카드의 '탄탄대로 올쇼핑 티타늄카드' 같은 이른바 '알짜카드'가 다수 포함돼 고객들의 원성을 산 바 있다.

반면 연회비가 수십만원을 웃도는 '프리미엄 카드' 출시는 확대되고 있다. 신용카드 플랫폼 '카드고릴라'의 조사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중 출시된 신용카드 59종의 평균 연회비는 8만3453원으로, 2022년 출시된 신용카드 76종의 평균 연회비(3만8171원)를 두배 이상 웃돌았다.

그 결과 7개 카드사의 작년 3분기 누적 연회비 수익은 98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3%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카드사들의 모집비용이 2.1% 증가에 그친 것과 대조적이다.

다만 카드사들도 이런 상황이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입장이다. 카드사는 수신기능이 없기 때문에 자금조달을 회사채 발행 등 외부차입에 의존할 수 없는 구조다. 문제는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조달비용 급증으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카드사들이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한 혜택을 줄이는 이른바 '디마케팅'에 돌입했다는 게 업계 안팎의 평가다. 

실제 작년 3분기 기준 7개사의 평균 조달금리는 3.054%로, 2022년 말 대비 0.744%p나 올랐다. 이에 이자비용은 일년새 50.7%나 늘었으며, 반대로 순이익은 9.5%나 줄었다. 롯데카드의 자회사 매각분을 제외한 경상적 순이익은 전년 대비 18%나 급감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무이자 할부 등 고객 혜택을 확대하기 어렵다는 진단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조달비용 압박이 여전히 거센데다, 부동산 PF 등 금융시장 내 불확실성도 높다. 설상가상 소비도 둔화되는 등 업황이 너무 좋지 않다"며 "수익성이 악화되는데 고객 혜택을 늘리기 쉽지 않다. 최소 올해 상반기까진 마케팅 가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김성진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무이자할부 축소 등에 힘입어 사업수익이 증가했지만, 이자·대손비용이 더 크게 증가하면서 이익규모가 축소됐다"며 "작년 하반기부터 소비심리가 하락세를 나타낸 가운데, 민간소비 성장 둔화가 심화될 경우 카드사들의 수익증가율도 더욱 줄어들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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