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펑, 리오토, 현대차 등 다른 업체들도 찻값 인하
"판매량 늘겠지만 이익은 감소할 것···공멸하는 길"
[서울파이낸스 문영재 기자] 전기차 업체들이 시장 성장 둔화의 원인으로 꼽히는 높은 진입 문턱을 낮추고 동시에 판매를 늘리고자 새해 초부터 가격 인하에 나섰다. 실질 비용을 고려하지 않는 업계의 할인 정책에 승자 없는 치킨 게임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가장 먼저 가격 할인 카드를 꺼낸 업체는 중국의 전기차 제조사 비야디(BYD)다. 이 업체는 중국과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고, 시장 내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찻값을 15%가량을 내렸다. 경쟁 업체 테슬라는 곧바로 맞불을 놨다. 중국·유럽에서 최대 9% 할인 카드를 내놓은 것이다.
미국의 경제지 포춘은 두 업체의 가격 인하 정책에 대해 "BYD는 신차 가격의 40%를 차지하는 배터리를 제조할 수 있어 가격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비교적 유리한 입장에 서 있다"면서 "이를 토대로 지난해 4분기 테슬라와의 경쟁에서 처음으로 승기를 잡은 만큼 올해는 정상에 오를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새해 초부터 시장 선두를 두고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는 BYD와 테슬라의 행보에 따라 다른 업체들도 찻값 인하에 돌입한 모습이다. 중국에서 BYD, 테슬라와 경쟁하고 있는 샤오펑은 두 업체의 가격 인하 정책에 대응하고자 이날부터 주력 세단인 P7i를 최대 7000달러 할인한다고 밝혔다. 리오토와 니오도 2024년형 모델을 출고하는 3월 전까지 2023년형 모델을 구매하는 소비자에게 파격 할인을 제공한다.
현대차는 미국에서 지난 3일부터 2024년형 아이오닉 5·6와 코나 일렉트릭 구매자 대상 7500달러 현금 할인을 제공하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해 현지 전기차 시장에서 9만4000대를 판매하며 7.9%의 점유율로 사상 첫 판매 2위에 올랐다. 1위는 65만4888대를 인도, 55.1%의 점유율을 확보한 테슬라였다.
업체는 올해 주요 모델 할인을 제공하며 테슬라와의 판매 격차를 좁힌다는 방침이다. 참고로 현대차의 이 같은 할인 정책은 유럽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부터 프랑스는 유럽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고, 독일은 보조금을 아예 없앴기 때문이다.
영국의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전기차 업계의 이러한 할인 경쟁에 대해 "전기차 1대를 만드는데 드는 실질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찻값을 인하하다 보면 판매 대수가 늘어도 이익은 감소하는 불균형을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공멸로 끝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