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당금 전년보다 약 2배 많이 쌓아···NPL 전년보다 약 30% 늘어
"고금리 장기화, 지역경제로 지방은행 부담 커졌지만, 반등 기대
[서울파이낸스 정지수 기자] 지방은행들의 지난해 실적은 주요 시중은행보다 더 상황이 안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방은행 당기순이익과 건전성 지표가 시중은행보다 악화됐다. 경기둔화에다 고금리 장기화가 맞물리면서 대출 손실을 대비하기 위한 충당금을 많이 쌓았기 때문이다. 또 지역경제가 안좋은 것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5개 지방은행(부산은행, 경남은행, 대구은행, 광주은행, 전북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조4358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7% 감소했다. 지난해 역대 최대 이자이익을 거둬들인 5대 시중은행(KB, 신한, 하나, 우리, NH)의 당기순이익(14조1023억원)이 전년 대비 2.6% 증가한 것과 대비되는 대목이다.
은행별로 보면 부산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379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8% 큰 폭으로 줄었다. 이어 대구은행은 36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2% 줄었고, 광주은행은 2397억원으로 5.9% 감소했다. 전북은행은 172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보다 2.5% 줄었고, 경남은행은 2476억원으로 지방은행 중 유일하게 1.9% 늘었다.
이런 부진한 성적은 지방은행들이 지난해 4분기(10∼12월) 대출 손실에 대비해 충당금을 많이 쌓았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5개 지방은행이 작년 한 해 동안 쌓은 충당금은 총 1조3482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1.8배 규모다.
문제는 건전성 관리를 위해 대규모로 충당금을 적립하면서 실적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은행들은 중소기업과 중·저신용자 신용대출을 많이 취급했는데, 경기둔화에다 고금리가 장기화되면서 이들의 상환능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5개 지방은행의 고정이하여신(NPL) 잔액은 1조258억원으로 전년 대비 약 29.1% 증가했다. 고정이하여신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 채권을 말한다. 이 역시 5대 시중은행(24.2% 증가)보다 높은 수치다.
지난해 전북은행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0.76%로 전년 대비 0.19% 오르며 지방은행 중 가장 높았다. 이어 대구은행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0.65%로 전년 대비 0.05% 늘었고, 광주은행은 전년보다 0.2% 올라 0.49%를 기록했다. 부산은행은 전년보다 0.13% 오른 0.42%, 경남은행은 전년과 동일한 0.39%를 보였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고금리 장기화로 지역 기업의 경영난, 부동산 대출 부실 등이 발생하며 대출을 내준 지방은행의 부담이 커지는 상황"이라며 "대손충당금을 많이 적립하며 실적이 악화했지만 지난해 영업이익은 증가했기 때문에 올해 실적이 반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5대 지방은행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5조5701억원으로 전년(5조2376억원) 대비 6.3%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