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희 칼럼] 한·중·일의 부동산문제 대처법
[홍승희 칼럼] 한·중·일의 부동산문제 대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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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의 한국, 중국, 일본 3국이 시차는 있지만 공히 부동산문제로 인한 경제적 위기를 겪어서 향후 그 결과에 관심을 모은다.

부동산을 통한 재산증식이 폭발적으로 일어나는 시기는 대체로 경제의 급성장과 중산층이 형성되기 시작할 때부터 나타나고 이때 정부는 부동산투자를 통한 경기부양 효과를 기대하며 과도한 투자를 조장 내지 방조하다 수습하기 어려운 국면을 맞이하곤 한다. 따라서 3국 가운데 가장 먼저 경제성장을 이룬 일본에서 처음 부동산 경기 과열에 이은 가격폭락을 겪었다.

한때 도쿄 땅을 모두 팔면 미국을 살 수 있다는 말이 단순한 우스갯소리만은 아닐 정도로 일본의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2차 대전 패전 이후 극심한 궁핍을 겪고 있던 일본경제가 한국전쟁 특수로 재기하며 미국의 생산기지 역할을 통해 급성장했고 그로 인해 일본에는 돈이 넘쳐났고 그 돈을 부동산시장이 흡수하기 시작하며 가격폭등이 발생하고 시간이 갈수록 더 빠른 속도로 돈을 빨아들이기 시작하며 거품이 커지게 됐다.

당시 일본은 이후 한국이나 중국이 경험하게 되는 여러 문제들을 앞서서 보여줬다. 수출확대를 위해 엔화의 평가절하 노력을 계속하던 일본에 대해 미국이 프라자합의를 내세우며 멱살을 틀어쥐었고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던 일본은 자국의 능력에 대한 과신 때문인지 혹은 2차 대전 패전국으로서 미국 앞에서 약해질 수밖에 없었던 트라우마 때문인지 확실치는 않으나 어쨌든 미국의 요구에 순응했다.

그 후유증은 일본으로서도 미처 예상하지 못했던 듯하다. 더 이상 엔화약세를 지속할 수 없었던 일본은 당장 수출에 타격을 받았고 금융시스템에도 압력이 커졌다. 한창 성장해나가던 중산층은 나라 안팎으로 압박감이 커진 금융기관의 금리인상에 직면하며 부동산 매물이 급증하고 그로 인한 사회적 파장이 빠르게 확산되어 갔다.

건설업체부터 타격을 받기 시작했고 금융기관들 특히 부동산 담보대출에 집중했던 우리로 치면 2금융권 은행들이 그 여파를 고스란히 떠안으며 은행부도 사태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일파만파 커져가는 경제적 여파로 중소기업 파산, 개인 파산 등이 줄을 이었다.

몇 년의 시차를 두고 한국은 외환위기라는 형태로 일본이 겪은 어려움을 되풀이 했다.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게 된 배경에는 일본 자본들이 한국에 투자했던 자금을 서둘러 자국 산업투자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일시에 과도하게 투자금을 회수하는 사례들도 포함된다.

물론 외환보유고가 극히 빈약했던 한국의 내부적 취약점과 당시 아시아 여러 나라들이 거의 동시다발적으로 겪었던 외환시장의 고통이 중첩된 결과였지만 일본 자본들의 급한 자금 회수도 결코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이후 한국정부는 꾸준히 외환보유고를 늘려왔지만 최근 2년 새에 그 외환보유고가 위험한 수준으로 줄어들어 근심거리를 더하고 있다.

일본이 겪었던 경제적 어려움은 이후 다른 나라들에게 중요한 참고사례가 되고 있다. 당시 일본이 단시간에 끝낼 수 있었던 어려움을 30년씩 이어가게 된 원인의 하나로 좀비기업들을 포기하지 못하고 부도처리하는 대신 일본정부와 일본은행이 어떻게든 살려서 끌고 가려 했던 정책적 실수를 꼽는다.

이런 일본의 실수를 최근 한국은 답습하는 모양새를 보여 비판을 받고 있다. 재무구조 자체가 매우 부실하거나 혹은 과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을 일으킨 채 부동산 경기 침체에 직면한 건설업체들을 부도처리하는 대신 국민세금을 투입해 구제하는 방향으로 정부 선택이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문제를 해결한 듯 보여도 장기적으로는 사회적 암덩어리를 키우는 일이 될 수 있다.

반면 지금 부동산문제로 우리보다 더 심각한 상황에 처한 것으로 보이는 중국은 전혀 다른 선택을 하고 있다. 금융시스템에 부담을 주는 것보다는 건설업체 스스로 자생하거나 부도를 내거나 정부가 나서서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의 정치시스템이 민주선거를 치러야 하는 한국이나 일본과는 다르다는 점도 한몫 했겠지만 적어도 중국은 일본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았다는 점에서 한국보다는 매우 근본적인 접근을 하는 것이 분명해 보인다. 당장은 사회적 고통이 크겠지만 적어도 부실기업에 국가경제가 끌려다니는 악몽에 빠질 위험은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선택이 최선이었는지는 시간이 지나야 명확하게 밝혀지겠지만 적어도 남의 실패사례로부터 배우는 게 있는 쪽이 더 성공가능성이 높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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