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에도 안 팔린다···개발 부지 '유찰 또 유찰'
반값에도 안 팔린다···개발 부지 '유찰 또 유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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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신탁사 토지 매각 공매건 전년比 258% 급등···낙찰률 1.5% 수준
강남 등 우수 입지서도 감평액 대비 입찰가 '반토막'···원금 손실 우려
시장 한파 탓···미분양·고금리 등 사업성 고려해 시행사들 선뜻 못 나서
매각 대상인 여의도동 61-2 부지. (사진=LH)
매각 대상인 여의도동 61-2 부지. (사진=LH)

[서울파이낸스 박소다 기자] 부동산 경기 급랭에 개발사업 부지의 유찰이 거듭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 구조조정을 추진하며 공매 시장에 PF사업장 매물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시장이 언제 회복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선뜻 토지를 매입할 시행사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29일 한국자산관리공사 온비드에 따르면 올해 3월 넷째 주까지 개찰이 진행된 부동산 신탁사의 토지(대지) 매각 공매 건수는 총 77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215건 대비 258% 급증했다. 이처럼 PF사업장 공매는 쏟아지고 있지만 낙찰되는 물건은 거의 없다. 온비드 기준으로 올해 들어 진행된 770건 중 낙찰건수는 12건이다. 낙찰률 1.5%로 물건 100건 중 2건이 채 안 된다.

최근 공매에 나온 서울 용산구 업무복합시설 개발사업 부지(한강로2가 42 외 8필지)은 지하철 4호선 삼각지역과 신용산역에서 각각 50m, 400m 거리인 초역세권인 만큼 당초 시장의 관심이 높았다. 1432억원이라는 감정원의 부지 감정평가액에 따라 최저입찰가가 형성됐으나 1·2차 공매에서 유찰된 뒤 3차에는 1160억300만원(-19%)까지 떨어졌다. 마지막 6회차 최저입찰가는 1001억원(-30.1%)로 책정됐으나, 우선수익자(대주 등)의 요청으로 돌연 입찰이 취소됐다.

공매가 진행 중인 서울 서초구 '영동플라자' 부지도 신논현역과 강남역이 가까워 우수한 입지라 평가받지만 수차례 유찰돼 감정평가금액 4427억6610만원의 반토막인 2053억3300만원에 최저입찰가가 형성됐다. 그러나 이 가격에도 계약이 이뤄지지 않았다. 종로구 효제동 315-1일원 부지도 올해 8차례 유찰된 후 최저입찰가가 510억원으로 1차 공모액에서 반토막 나고 수의계약 물건으로 전환됐다.

민간 뿐만 아니라 공공이 공급하는 '알짜배기 땅'들도 오랜 기간 주인을 찾지 못하는 모습이다.

서울시 상암DMC 랜드마크 용지(3만7262㎡)는 20년째 주인을 못 찾고 있다. 서울시가 지난 2004년부터 다섯 차례 용지 매각을 시도했으나 거듭 실패해 올해 6차 매각에선 특수목적법인(SPC) 설립자본금 기준을 낮추고 주거용도 비율을 높이는 등 공급조건을 완화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지난달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61-2 부지(8264㎡)를 최고가 낙찰 방식으로 재공급한다는 공고를 냈다. 여의도는 금융중심 지구단위 계획(안)과 노후 아파트 재건축 사업 본격 추진 등 각종 개발 호재가 집중된 곳이라 평가받지만, 해당 부지는 지난해 투자자를 만나지 못했다.

문제는 이같이 낮은 입찰가와 좋은 입지·공급조건 완화 등에도 얼어붙은 부동산 경기 침체에 이 토지들의 매각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 토지는 대부분 일반상업지역으로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 근린생활시설 등 수익형 부동산으로 개발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부동산 시장에 대한 투자심리가 꺾인 상황에선 수익형 부동산 수요 유입이 쉽지 않아 시행사들이 선뜻 사업에 나서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더욱이 민간이 진행하는 공매의 경우 금융사로부터 막대한 규모의 대출이 얽혀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용산구 업무복합시설 개발사업의 경우 시행사가 지난 2022년 금융기관으로부터 910억원의 대출을 받아 부지를 매입했다. 효제동 부지도 대출이 532억원에 달한다. 대출 규모가 마지막 공매 최저입찰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그만큼 계획한 공매 일정 내 낙찰자를 찾지 못할 경우 대출 이자 재원 마련 불가능은 물론, 대출을 해준 금융사들은 원금 회수 차질과 손실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금융당국과 시장의 눈높이도 다르다. 당국은 PF 사업장을 30~50% 할인해 매각할 때 사업성이 살아나는 것으로 추산해 과감하게 사업장을 정리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그러나 부지 매입에 대출을 내준 금융사(대주)들은 무작정 싸게 내놓을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부동산 경기가 회복되면 사업성이 있는 입지인 만큼 가격이 회복될 텐데, 주변 땅값이 아직 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공매에 나온 사업장의 가격만 낮추라는 건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한 개발업계 관계자는 "시장 환경이 너무 좋지 않아 현재 주거용 대지가 아닌 경우에는 소위 노른자 땅도 외면받는 상황이다"라며 "잠재적 매수자도 없는 상황이라 원금 회수가 안되는 가격에 땅이 나와있다"고 했다. 이어 "적당한 가격에 낙찰받는다 하더라도 대출에 대한 고금리와 미분양 등 고려해야 할 부분이 산더미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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