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지위 확보에 심사·인가 필요···"지분 조정 가능성 높아"
현대차 "주식 매입·매각 계획 無···ICT·모빌리티 분야 협력"
[서울파이낸스 이도경 기자] 국민연금이 KT 보유 지분을 매각하며 현대자동차그룹이 KT의 최대주주 자리에 등극했다. 국민연금이 KT 최대주주 자리에서 내려온 것은 지난 2009년 KT-KTF 합병 이후 처음이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KT 보유 주식 288만4281주를 매각하며 지분율이 8.53%에서 7.51%로 1.02%포인트(p) 줄었다.
이로써 기존 2대주주였던 현대차그룹이 지분율 7.89%로 KT의 최대 주주 자리에 올랐다. 현대차그룹이 KT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한 것은 KT 법인 출범 후 처음이다. 현재 현대차그룹은 현대차가 4.75%, 현대모비스가 3.14%의 KT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2년 6G 자율주행과 UAM(도심항공교통)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 협력 강화를 위해 현대차 1.04%(약 4456억원), 현대모비스 1.46%(약 3300억원) 규모의 자사주를 KT 보유 주식 7.7%(약 7500억원)를 교환하는 방식으로 상호 지분을 취득했다.
다만 지분 변동 공시에도 현대차그룹이 KT의 법적 최대 주주가 될 수 있을 지는 불분명하다. 전기통신사업법 제10조, 제18조에 따라 현대차그룹이 기간통신사업자인 KT 최대주주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익성 심사와 장관 인가 절차를 거쳐야하기 때문이다.
기간통신사업자 최대 주주가 되면 그 사실이 발생한 날부터 30일 이내 과기정통부 장관에게 신고해야 하며, 심사와 인가에는 통산 3개월 정도 소요되는 것으로 확인된다.
일각에서는 이와 관련해 현대자동차가 지분 추가 매입 등 자발적인 조치로 최대주주 자리에 오른 게 아닌 만큼 KT의 보유 주식 일부를 조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통신시장을 향한 정부의 규제 움직임이 거센 가운데, 기간통신사업자 최대 주주로서 각종 규제 범위에 들어설 수 있다는 것 역시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기간통신사업자 최대주주가 되면서 받는 정부의 각종 규제 대비 실익이 크지 않은 만큼 현대차그룹이 KT 경영 일선에 나설 가능성은 많지 않다"며 "현대차가 지분 일부를 조정에 나서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최민하 삼성증권 연구원 이날 리포트를 통해 "1대 주주가 된 현대차그룹과 2대 주주인 국민연금 간의 지분율 차이가 현재 기준 0.34%로 크지 않다"며 "공익성 심사와 과기부 장관 인가 절차가 완료되기 전 지분율이 달라질 경우 최대 주주 변경을 위한 절차가 불필요하게 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이어 "최대주주 변경 이슈와는 별개로 내부적으로는 추진 중인 사업들을 차질 없이 진행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현대차 측은 현재로서 KT의 주식 추가 매입이나 매각 계획이 없다면서도 경영 일선에 관여할 의사는 없다고 일축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번 현대차그룹의 KT 최대 주주 등극은 국민연금의 지분 매각에 따른 것으로, 현재는 주식 추가 매입이나 매각 계획이 없다"며 "경영 전반에 관여하기 보다는 파트너사로서 미래 모빌리티 시장 선도 차원에서 차세대 통신과 인프라, ICT 분야에서 포괄적 협력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