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파이낸스 전국부(부산) 이슈팀] '보수 텃밭' 부산에서 수영 선거구는 단 한 차례도 진보진영에서 의석을 가져간 적이 없는 보수 콘크리트 지지층이 형성돼 있는 곳이다. 그만큼 보수정당 지지세가 매운 강한 곳이었지만 이번엔 보수진영의 갈등이 극으로 치닫고 있다.
제22대 총선에서 부산 수영은 더불어민주당 유동철, 국민의힘 정연욱, 무소속 장예찬 후보의 3파전으로 치러지고 있다. 특히 장 후보는 국민의힘이 공천 취소를 결정한 것에 불복해 무소속 출마를 하고서도 꾸준히 지지세를 확보하며 두 자릿수 높은 지지율을 기록하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하지만 총선을 이틀 남긴 상황에서 국민의힘 당 지도부에서는 민주당의 반사이익을 걱정하는 눈치가 역력하다.
앞서 지난 5일 김경율 국민의힘 선거대책위 부위원장은 SBS라디오에서 장 후보를 소중한 자원으로 표현하면서도 "우리 당을 위해 대승적으로 결단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러한 당의 목소리를 반영해서인지 지난 7일에는 정연욱 후보가 장예찬 후보에게 선대위원장직을 맡아달라고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정 후보는 "선거대책위원장 자리를 비워두고 있다"며 "진심으로 제안한다. 수영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진두지휘해달라"고 했다.
이에 대해 장 후보는 여론조사를 거쳐 단일화 하자며 자신의 SNS를 통해 사실상 제안을 거절하는 답을 했다. 그는 "오늘도 늦지 않았다. 모든 조건을 양보할 테니 보수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로 지지층의 마음을 하나로 만들어야 한다"고 자신의 입장을 고수했다.
그러면서 "100%가 아닌 200%, 300% 불리한 조건도 모두 수용하겠다"며 "정 후보만 결단하면 된다. 장예찬은 마지막까지 보수 단일화를 위한 노력을 그만두지 않겠다"고 했다.
이렇게 두 사람은 평행선을 유지하며 단일화 가능성은 더욱 불투명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총선을 이틀 앞둔 상황에서 정 후보 측이 장 후보를 고발하면서 막판 신경전과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는 모양새다.
정 후보는 장 후보가 SNS를 통해 "장예찬 당선 가능성 여론조사 1위"라고 올린 사진을 문제 삼으며 "지지층 당선 가능성을 당선 가능성으로 왜곡해 공표했다"면서 이날 선관위에 고발했다.
이와 관련 장 후보는 "사진 밑에 '지지층 당선 가능성'이라고 명시했고 여론조사 관련 자료를 올려놨다"며 법적인 문제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면서 정 후보가 과거 언론인 시절에 쓴 윤석열 대통령 비판 칼럼들에 대한 소명을 요구하며 날선 공세를 이어나갔다.
장 후보는 "윤석열은 김종인이 없으면 온전한 대선 후보가 될 수 없다" "윤석열은 선거 초보, 윤석열 컨벤션 효과는 이미 바닥" "윤 대통령의 '인사' 성적표는 최하위" 등 정 후보의 과거 칼럼 속 문장들을 열거하며 날을 세웠다.
그는 "후보께서는 지난 동아일보 논설위원 등을 역임하시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많은 비난 칼럼을 쓰셨던 것을 보아, 과연 윤석열 대통령을 지킬 진짜 보수 후보인지 매우 의문이 든다"라며 "정연욱 후보께서 과거에 쓰셨던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난 칼럼들에 대해 명확한 소명을 요구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연욱 후보는 윤석열 대통령을 지키지 않는 가짜 보수 후보"라며 "오히려 당에서 대통령을 지키지 않고 대통령을 흔들 후보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렇듯 사태가 심각해지자 국민의힘 지도부는 두 후보 간 단일화 불발로 민주당에 수영구 의석을 내줄 수도 있다고 보고 고심에 빠진 모양새다.
국민의힘 김경율 비상대책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뉴스쇼'에 출연해 "당 지도부 일원으로서 개인적인 소원을 담아 얘기한다면 이틀 남은 기간 반드시 이뤄내야 할 사안"이라며 "지금 양보하는 분이 본인의 정치생명 10년, 20년을 더 좌우할 것이다. 대승적인 선택을 부탁드린다"고 말하며 정 후보와 장 후보의 단일화를 거듭 촉구했다.
한편 일각에선 국민의힘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여러 차례 부산을 찾았지만 유독 수영지역은 단 한 차례도 지원 유세에 나서지 않았던 점을 들어 당 지도부가 친윤 장 후보에게 심정적 지지를 보내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면서 총선 막판까지 두 후보 간 단일화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